◇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뉴질랜드의 경기에서 14년의 국가대표 경력을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가 은퇴식을 갖고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이재성(전북)이 슈틸리케호를 살렸다.
슈틸리케호가 뉴질랜드에 신승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40분 터진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이겼다. 지난 27일 우즈베키스탄과 1대1 무승부에 그쳤던 슈틸리케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6위(한국 56위) 뉴질랜드를 상대로 낙승이 기대됐음에도 골 결정력 부족과 상대 압박 속에 해답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무득점에 그치는 듯 했다. 그러나 이재성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승리를 거머쥐며 3월 A매치 2연전을 '무패'로 마감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FC서울)도 마지막 A매치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챙겼다.
우즈벡전과는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선발라인업 11명 중 9명이 바뀌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원톱으로 서고 손흥민(레버쿠젠) 남태희(레퀴야) 한교원(전북)이 2선에 섰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엔 기성용(스완지시티) 한국영(카타르SC)이 배치됐고, 포백라인에는 박주호(마인츠) 김영권(광저우 부리) 김주영(상하이 둥야) 차두리(FC서울)가 포진했다.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출발이 좋았다. 경기시작 4분 만에 차두리가 아크 오른쪽에서 파울을 유도하며 프리킥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김영권의 슛이 허공으로 뜨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뉴질랜드는 크리스 우드(입스위치)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맞섰다. 전반 8분과 11분에는 잇달아 슈팅 찬스를 맞으며 한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전반 20분과 24분 김주영, 기성용의 헤딩슛이 상대 골문을 위협하면서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전반 38분 천금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성용이 센터서클 정면에서 길게 넘겨준 패스를 한교원이 잡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뉴질랜드 골키퍼의 태클에 한교원이 넘어지자 주심이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손흥민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땅을 쳤다. 전반 40분 한교원이 문전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지동원이 무인지경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또다시 골키퍼 손에 걸리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차두리는 전반 43분 김창수(가시와)에게 바통을 넘긴 뒤 기립 박수 속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전반 46분 뉴질랜드의 역습 상황서 김영권과 김진현이 우드에게 돌파를 허용, 오른발슛에 이은 득점을 내주는 듯 했으나, 주심의 파울 선언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교워 김주영을 빼고 구자철(마인츠) 곽태휘(알 힐랄)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구자철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전개된 공격 상황에서 문전 오른쪽으로 파고 들어 오른발슛을 시도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의 공세는 이어졌다. 후반 7분부터 구자철과 김영권, 손흥민이 잇달아 슈팅을 시도하며 뉴질랜드 골문을 두들겼다. 후반 17분엔 손흥민이 뉴질랜드 진영 왼쪽 측면서 올린 코너킥을 지동원이 헤딩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으나 수비 경합 과정에서 볼에 손을 갖다대면서 노골 판정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8분 손흥민 대신 이재성(전북)을 내보내며 또 한번 변화를 시도했다. 한국은 후반 23분 박주호, 25분 이재성의 슈팅을 앞세워 줄기차게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압박과 선굵은 패스로 한국 골문을 위협하면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7분과 38분 각각 이정협(상주) 김보경(위건)을 내보내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뉴질랜드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40분 김보경이 문전 정면서 상대 수비수와 경합 끝에 넘어지며 찬 왼발슛이 골키퍼 손에 걸리자, 문전 쇄도하던 이재성이 왼발로 재차 밀어넣어 골망을 갈랐다. 결국 슈틸리케호는 이 골을 지키면서 1골차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