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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한국]'막내' 손흥민-김진수, 성장의 대가로 흘린 눈물 기억하라

입력 2015-02-01 02:46

수정 2015-02-01 09:04

'막내' 손흥민-김진수, 성장의 대가로 흘린 눈물 기억하라


펑펑 울었다.



동료들이 달래고,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안아 얼러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손흥민(23·레버쿠젠)의 머릿 속에는 아쉬운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가장 먼저 '차두리 삼촌'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우승을 대표팀 은퇴 선물로 약속했다. 그러나 지키지 못했다. "두리 삼촌한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손흥민은 고개를 떨구었다.

31일(한국시각) 호주와의 대회 결승전, 자신이 놓친 것이 많았다.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버저비터골을 터뜨렸지만, 90분간 해결하지 못한 득점 기회가 많았다. 결국 승부는 120분까지 이어졌고, 연장 전반 결승골을 얻어맞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누가봐도 기쁨의 눈물은 아니었다. 경기에 대한 아쉬움, 형들에 대한 미안함,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욕심과 승부욕이 많다보니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같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대회 중 몸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그는 "대회 기간 내내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감기에 걸렸다. 회복하는 시간이 길었다. 회복해서 돌아오니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며 회상했다. 또 "몸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매일 타박 등 잔부상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선수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짝' 김진수(23·호펜하임)의 마음은 더 무거웠다. 시퍼렇게 멍든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죄책감이 컸다. 호주 결승골은 자신의 실수에서 시작됐다. 시상식대에서 준우승 목걸이를 목에 걸고 내려오는 김진수의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워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 앞에 선 김진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뗐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차)두리 형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경기를 통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느꼈다."

손흥민과 김진수에게 이번 대회는 '배움의 장'이었다. 19세 때 아시안컵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던 손흥민은 4년 뒤 두 번째 아시안컵을 경험했다. 여전히 대표팀 막내였다. 값진 교훈을 얻었다. '투혼'이었다. 손흥민은 "형들이 120분간 다리에 쥐가 나고, 아프지만 한 발 더 뛰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내가 조금 더 좋은 역할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이어 "오늘의 계기를 통해서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진수는 수비수의 운명에 대한 가혹함을 느꼈다. 114분을 활약하고도 1초 만에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생한 모든 분들과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렸다. 너무도 경솔한 행동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손흥민과 김진수, 아직 23세다. 박경훈 SBS축구해설위원은 27~28세 때 축구의 눈을 떴다고 했다. 둘은 아직 공부 중이다. 최고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 4년 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다. 다만, 1월 31일 성장의 대가로 흘린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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