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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임대 추진, 1년 만에 반복된 'K-리그 보험' 논란

박상경 기자

입력 2014-11-26 07:21

황희찬 임대 추진, 1년 만에 반복된 'K-리그 보험' 논란
◇황희찬(왼쪽)이 지난 9월 25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훈련에서 드리블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불과 1년 전이다.



축구계가 류승우(21·브라운슈바이크)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류승우는 2013년 12월 6일 자유계약으로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불과 3일 만에 레버쿠젠에 임대 이적했다. 제주 입단 전부터 유럽행 소문에 휩싸였던 류승우는 "K-리그에서 기량을 더 발전시킨 뒤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류승우의 임대를 둘러싸고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 프로팀과 계약한 선수는 5년 간 K-리그에 등록할 수 없다'는 일명 '5년룰'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분별한 유망주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가 악용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 측은 '대승적 입장에서 류승우를 임대시키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류승우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었던 팬들의 상실감이 컸다.

대형 신인으로 기대를 모은 황희찬(18·포철고)이 유럽행을 타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희찬은 체격과 기술을 고루 갖춘 고교 무대 최고 골잡이로 올 시즌 포철고를 4관왕으로 이끌면서 주가를 높였다. 때문에 포항 구단 뿐만 아니라 황선홍 감독도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다. 팬들 사이에서도 황희찬이 내년 시즌 포항의 주축으로 활약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포항은 지난 13일 황희찬을 우선지명 하면서 프로행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런데 2주 만에 행선지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선수 측이 유럽행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경기력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팀의 제안이 온다면 구단도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량을 인정 받아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황희찬으로서는 다시 올 지 모르는 해외 진출의 꿈을 이룸과 동시에 기량 발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포항 구단 역시 황희찬이 기량을 키워 포항으로 복귀하거나, 완전 이적으로 적지 않은 이적료를 받는다면 손해볼 장사는 아니다. 그러나 자칫 다른 선수들에게 K-리그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보험용'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넓은 관점에선 손해다. 즉시 전력감으로 오랜 시간 투자, 육성한 선수가 외국으로 나가면 모든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일각에선 현실론을 주장한다. 좀 더 나은 여건의 해외 진출을 선호하는 우수 선수를 잡기 위해선 '입단 후 임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K-리그의 하향평준화와 팬 이탈, A대표팀의 경기력 하락 등이 심각히 거론되는 최근 상황에선 '초고속 해외 임대'가 결코 달갑게 볼 순 없는 문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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