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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남스타 홍 철"파란유니폼 어색하지만..."

전영지 기자

입력 2013-02-03 11:28

성남스타 홍 철"파란유니폼 어색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선 맨유가 아니면 뛰고 싶지 않다."



겨울 이적시장 마지막날 프랑스 리그1 파리생제르맹(PSG)행을 확정한 후, 맨유를 향한 일편단심을 드러낸 데이비드 베컴은 멋있었다. 프로라면 그 어떤 팀에서든 완벽하게 적응할 줄 알아야 하지만, 돈 따라 움직이는 프로 세계에서 한 클럽에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 역시 가치 있다.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강력한 소속감과 충성도로 팀을 하나로 묶어낸다. 팬들 역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이들에게만큼은 무한지지를 보낸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선수와 구단의 의지가 하나일 때 가능하다. 성남일화처럼 관중동원이 취약한 구단이라면 흥행을 위해서도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절실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성남의 홍 철은 '맨유의 베컴'이 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지난 1일 '성남이 사랑한 프랜차이즈 스타' 홍 철은 수원삼성의 전지훈련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13년을 성남 토박이로 살아온 홍 철이 노랑 유니폼 대신 파랑 유니폼을 입었다. 불과 일주일전만 해도 남해에서 성남 동료들과 함께 뜨거운 땀을 흘렸다. "다시 한번 성남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인터뷰한 지 일주일만에 이적은 급물살을 탔다. 수원은 3년 계약을 발표했다.

풍생중고 출신의 홍 철은 성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신태용 전 감독의 애정속에 폭풍성장했다. 날쌔고 감각있는 리그 최강 왼쪽풀백으로 인정받았다. 날선 왼발킥과 탁월한 오버래핑이 장기다. 프로 2년차에 조광래 감독의 A대표팀에 발탁됐다. 풍생중고 후배들은 '선배' 홍 철을 롤모델 삼았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엔 주말마다 홍 철의 이름이 새겨진 레플리카를 입은 소녀팬들이 줄을 섰다. 홍 철은 성남의 과거요, 미래였다.

프로 4년차에 수원의 파란 유니폼을 입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홍 철은 "고등학교 때부터 노란색만 입었는데 파란색 입으려니 어색한 것같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유쾌한 에너지에 장난을 즐기는 홍 철은 성남의 '분위기메이커'였다. 남해에 남은 동료들, 스태프들도 갑작스런 이별에 눈물을 쏟았다. 홍 철 역시 정든 선수단을 떠나 나홀로 수원행 버스에 오르며 눈물이 핑 돌았다. 홍 철을 잃은 성남팬들은 난리가 났다. 성남의 미래인 이 선수가 타구단으로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단의 처사에 깊은 실망감과 좌절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성남유스 출신 유일한 축구스타 홍 철은 프로였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일본 전지훈련을 앞두고 "새로운 팀, 명문구단에 온 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정원 감독님이 저를 데려오신 게 틀린 선택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새출발을 향한 다짐을 밝혔다. 성남 팬들을 향한 애틋한 작별 인사도 잊지 않았다. "성남 팬들에게는 미안하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응원해주셔서 고마웠고, 힘들 때나 좋을 때나 늘 열심히 응원해주신 것 잊지 못할 것같다. 작년에 안좋은 일들도 많았는데, 떠난다고 하니 또 신경써주시고 걱정해주셔서 고맙다. 과분한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서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새 둥지' 수원에서 선수로서 '리그 우승'이라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성남에서 아시안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을 해봤지만 K-리그(클래식) 우승은 해본 적은 없다. 올해 수원 멤버들이 좋다. 팀워크도 좋고 형들도 정말 열심히 하신다.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하고 싶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다시 한번 우승해보고 싶고…." 성남 출신 라돈치치 조동건 정성룡과 다시 만났다. 올림픽대표팀 절친 서정진도 있다.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왼쪽풀백 포지션의 팀내 경쟁은 만만치 않다. 최강희 감독의 A대표팀에 발탁된 최재수가 경쟁자다. "재수형과 경쟁을 해야 한다. 열심히 해서 나 또한 성장하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중학교 때부터 '이영표 후계자'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해온 '절친이자 라이벌' 윤석영의 빅리그행을 슬쩍 언급했다. "이제 누가 어딜 갔고 그런 걸 신경쓸 나이는 아닌 것같다"고 의연하게 답했다. "석영이는 QPR에 갔고, 난 대한민국에서 최고 좋은 클럽인 수원에 왔다. 각자의 길이 있는 것같다. 내가 선택한 길이 꼬불꼬불한 길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서 후회없이 열심히 하면 또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웃었다. '성남이 사랑한 스타' 홍 철이 이제 수원에서 눈부신 비상을 꿈꾸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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