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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가 '제2의 이정수'로 키우고 있는 심우연 성장 스토리

노주환 기자

입력 2011-11-29 11:27

최강희가 '제2의 이정수'로 키우고 있는 심우연 성장 스토리
◇전북 장신 수비수 심우연(왼쪽). 스포츠조선DB

'재활공장장'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FC서울의 벤치 멤버 심우연(25)을 타깃 공격수를 시킬 생각으로 2009년말 영입했다. 6개월 만에 포기했다. 공격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20%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2의 이정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새 목표를 세웠다. 이정수(카타르 알 사드)는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 주전 국가대표가 됐고 해외진출까지 성공한 경우다. 지난해 7월, 심우연(1m96)은 키다리 수비수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최 감독은 목포전지훈련을 하다 갑자기 심우연을 중앙 수비수로 세웠다. 선수단 전부가 깜짝 놀랐다. 감독 혼자 결정한 사항이었다. 심우연은 동북고 1학년때까지 수비수로 뛰다가 2학년부터 공격수를 봤다. 공중볼에 강했고 스피드가 좋았지만 공격수로는 한계를 보였다. 스크린(등을 지는 동작) 플레이를 못했고, 헤딩볼을 경합할 때 공격적인 몸싸움이 안 됐다. 최 감독이 보기에 심우연은 수비수로 대성할 확률이 90% 이상으로 판단됐다. 훈련 후 둘은 면담을 했고, 그 이후 심우연은 수비수가 됐다. 심우연은 실제 경기에 투입되면서 수비수가 자기 몸에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비적인 헤딩을 잘 했고, 발이 빨라 대형 스트라이커들을 막기에 적합했다. 1년5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심우연은 대형 사고를 몇 번 쳤다. 지난 5일 알 사드(카타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0으로 앞선 상황에선 헤딩 자책골을 기록했다. 지난 10월8일 수원전에선 오장은을 백태클해 페널티킥을 내주기도 했다. 긴장하면 상대 공격수를 놓치고 헛발질을 해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한다.



이런 심우연이 30일 울산 현대와의 2011년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과 '타워' 대결을 펼치기 위해서다.

전북 팬들은 걱정한다. 큰 경기에서 심우연이 또 실수를 하면 경기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심우연이 프로무대에서 수비수로 뛴 세월은 고작 17개월.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최 감독은 말한다. 아직 심우연은 공중볼 경합을 하면 반드시 머리에 볼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실제로 베테랑 수비수들은 상황에따라 상대 선수가 헤딩을 못하게 타이밍을 빼앗기도 하고, 뒤로 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 심우연은 그런 판단이 늦다. 또 덩치가 크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늦다. 이런 것들은 경험만 1~2년 더 쌓이면 눈녹듯 사라진다는 게 최 감독의 판단이다.

수비수나 골키퍼는 한 번 큰 실수를 했다고 경기에서 빼버리면 선수가 위축이 돼 성장을 멈춘다. 최 감독은 심우연이 수비수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용기를 주고 큰 경기에 또 내보면 큰 선수가 돼 돌아온다. 심우연은 아직 자기 능력의 40%도 못 보여주고 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다."

심우연은 알 사드전 패배 이후 머리를 군인처럼 짧게 자르고 복귀했다. 울산전에서 두 번 실수는 없다는 각오다. 심우연은 서울에서 전북으로 이적하면서 자동차도 팔았다. 제대로 된 축구 선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자동차는 장애물이었다고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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