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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의 축구축제, 그속에 한국축구는 없었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11-11-24 08:34

23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은 그야말로 아시아 축구의 축제였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쟝 지롱 AFC 임시회장, 각국의 축구협회장 등 축구계의 거물들이 총출동하며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그 속에 한국축구는 없었다.



'라이벌' 일본이 18개 부분 중 9개의 상을 가져가는 동안, 한국은 AFC 올해의 페어플레이상만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2011년 AFC 시상식은 말그대로 '일본의 잔치'였다. 일본은 올해의 남녀 국가대표팀을 비롯, 올해의 협회, 남녀감독, 여자선수 등 알짜배기상을 휩쓸어갔다. 오구로 준지 FIFA집행위원이 "자꾸 수상하러 나와서 미안하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일본은 남자 A대표팀이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여자 A대표팀이 2011년 FIFA 독일여자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AFC 시상식을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일본은 일본축구협회직원과 언론, 수상 후보를 포함해 40명 정도가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포함한 일부가 올림픽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카타르로 자리를 옮겼다.

AFC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K-리그팀이 3년 연속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4장에서 3+1로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조 회장, 정몽규 프로축구연맹회장 등을 말레이시아로 급파해 위원들 설득에 나섰지만, AFC 집행위원회는 3+1안을 고수하고 있다. 수원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관중을 폭행한 알 사드의 케이타가 전북과의 결승전에 출전할때까지 아무 것도 못한 것이 아시아 무대 내 한국축구 외교력의 현주소다.

사실 이같은 분위기는 한국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FC 관계자는 한국이 AFC일에 가장 비협조적인 국가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인터뷰 요청에도 묵묵 부답일때가 많다고 한다. 그는 "아시아 전역에 클럽과 선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고 있다"고 했다. AFC 홈페이지 한국어 서비스도 조만간 중단될 예정이라고 한다.

AFC 한국직원들은 특유의 근면함으로 AFC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AFC 내에 행정력 부재로 한국이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한발 늦은 대응이나 외교력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 수원-알 사드전 난투극의 경우 알 사드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자료를 한 묶음으로 보낸 반면, 수원과 프로축구연맹은 단 몇장의 사진을 보냈을 뿐이었다. 한국이 그동안 아시아 최강에 도취돼 세계 무대에 신경쓰는 동안 아시아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축구는 여전히 아시아 최강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아시아 국가로부터 존중으로까지 이어지는지 의문이다. 혹자는 걸출한 행정가 부재를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시아 최고의 축구축제에서 상을 타지 못할지언정 참석해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한국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 다시 존중받을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일 수 있다.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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