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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블에서 무관, 수원이 진정한 챔피언 되려면

박재호 기자

입력 2011-11-24 10:01

세 마리 토끼를 쫓았지만 그물엔 지푸라기만 남았다. 프로축구 수원이 무관으로 전락했다. 내년엔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밟지 못한다. '명가'의 자존심에 용납하기 힘든 생채기다.



FA컵은 결승에서 무너지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4강에서 탈락했다. 리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스톱됐다. 한발짝만 더 디디면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부족했다.

FA컵 결승은 주심의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주심 오심 인정),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말도 안되는 그라운드 난투극에 결승행을 내줘야 했다. 이 와중에 중앙 스트라이커 스테보가 출전정지 처분을 당해 가장 중요한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를 뛰지 못했다.

누가봐도 운이 없었지만 이것이 실력이요, 현실이다. 수원은 올시즌 막판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했다. 결과보다는 경기내용이 더 그랬다.

가장 아쉬운 것은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했음에도 그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과 오장은 오범석 이용래 박현범 등 팀의 근간을 바꿀만한 재목들을 데려왔지만 만들어가는 축구, 감탄을 자아내는 창의적인 축구를 하지 못했다.

중앙 수비라인을 견고히 만들지 못한 탓에 매경기 수비때문에 고민을 했다. 포백라인이 흔들려 변형 스리백으로 내려 서면서도 '강팀 수원이 이래도 되나'라는 주위 시선이 부담돼 어정쩡한 전술 구사에 그쳤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좋은 선수들은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받을 때 힘을 발휘한다.

울산과의 마지막 준플레이오프 승부차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승부차기 연습을 시키지 않았고, 김호곤 울산 감독은 승부차기에 대비했다. 수원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전력우위를 자신하니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최선을 염두에 두고 최악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승부다. 철저한 준비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2004년 49경기 무패행진을 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은 맨유에 0대2로 졌다. 맨유 루니의 '다이빙' 논란이 일었다. 아스널 선수들은 열받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피자를 던졌다. 크게 한판 붙었다. 2005년 2월에는 양팀 선수들은 경기 입장을 기다리다 패싸움을 했다. 유명한 '터널 게이트'다.

최대 앙숙인 아스널에 맨유는 2006년 9월 17일 0대1로 졌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패배후 퍼거슨 감독은 명언을 남긴다.

'진정한 챔피언만이 패배 후 진가를 입증한다(only true champions come out and show their worth after defeat).'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라는 얘기다. 2011년 11월. 지금 수원에 필요한 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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