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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축구, 승부차기에 세 번 울다

하성룡 기자

입력 2011-11-06 14:28

2011년 한국축구, 승부차기에 세 번 울다
전북현대와 알사드의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가 5일 전주월드켭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알사드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한 이동국등 전북현대 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2011년의 한국 축구와 승부차기는 악연으로만 기억될 것 같다. 잊을만하면 악몽이 재현된다. 승부차기에 무려 세 차례나 눈물을 흘렸다. 미소는 물론 명예, 돈, 자존심까지 잃었다.



악연의 시작은 1월이다. 51년만의 아시안컵 우승도전에 나섰던 A대표팀이 카타르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상대가 일본이라 충격 여파는 더 컸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2대2로 정규시간을 마치고 연장까지 치른 한국은 승부차기에 돌입했지만 구자철의 실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용래와 홍정호가 잇따라 땅을 쳐다봤다. 결국 한국은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11m 러시안 룰렛의 희생양이 됐다.

이후 A대표팀은 세르비아, 가나 등 강호 팀들과의 친선경기에서 연속 승리하며 상처를 치유했다. 아픔을 잊는 듯했다. 그런데 8월, 대표팀 막내급인 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이 콜롬비아에서 아픈 기억을 되 살렸다. 스페인과의 청소년월드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6-7로 패했다. 2009년 이집트청소년월드컵에 이은 2회 연속 8강 진출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3개월 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2011년 한국 축구의 승부차기 악몽이 다시 살아났다. 5일 전북이 알사드에게 패했다. 일본과의 아시안컵 4강과 상황이 비슷했다. 전북은 1-2로 뒤진 후반 종료 직전 이현승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연장승부로 돌입했고 승부차기까지 이르렀지만 알사드 골키퍼 모하메드 사크르의 선방에 잇따라 막히며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뼈아픈 패배다. 이날 전북은 K-리그 한 팀을 넘어선 한국 프로축구팀의 대표로 나섰다. 상대가 비신사적인 플레이, 불공정 징계, 침대 축구 등으로 결승까지 오른 'K-리그 공공의 적' 알사드였기 때문.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전북과 알사드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4만1805명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K-리그 팬들은 한 마음이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연상시키는 듯한 일방적인 응원을 전북에게 보냈다. 하지만 전북이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랐던 팬들의 바람마저 허공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전북은 거액의 상금까지 잃었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150만달러(약 17억원)대신 준우승 상금 75만달러(약 8억5000만원)를 버는데 그쳤다. K-리그 우승 상금인 3억원의 3배 가까운 거액이 날라갔다. 연말에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진출권 획득에도 실패, 최소 100만달러(약 11억원, 클럽월드컵 5~6위 상금)에 이르는 대회 참가비도 잃었다. 최근 2년간 클럽월드컵에서 3,4위를 차지했던 포항, 성남이 약 50억원(추정치)에 가까운 돈을 벌은 것을 감안하면 전북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로 잃은 돈은 60억원에 가깝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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