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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를 찾는 구름관중, 결국 이야기의 힘이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11-11-06 13:05

K-리그를 찾는 구름관중, 결국 이야기의 힘이다
5일 전북과 알 사드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진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유럽 축구장의 열기 이상이었다. 전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1.11.05/

결국은 스토리다.



스포츠는 이야기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몰입하게 하는 것은 그 경기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다. 미국과 유럽 등 스포츠선진국에서 경기 프리뷰에 열을 올리고, 꾸준히 라이벌을 만들어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야기거리가 있으면 관중이 몰리게 돼 있다. 올시즌 K-리그 경기들이 이를 입증했다.

5일 전북 현대와 알 사드의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진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4만1805명의 관중이 찾았다. 지난 6월 7일 가나와의 A대표 친선경기에서 세운 4만1271명의 기록을 뛰어넘는 숫자였다. 분위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과 흡사했다. 관중은 모두 한마음으로 전북의 승리를 응원했다. 한국 관중이 한국팀의 승리를 바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한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공공의 적' 알 사드 때문이었다.

알 사드는 19일 수원과의 4강 1차전에서 부상 선수때문에 걷어낸 볼을 다시 돌려주지 않고 득점까지 한 비상식적인 매너로 난투극을 유발하고, 관중까지 폭행했다. 2차전에서 침대축구로 수원을 탈락시키더니, 결국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비호 아래 징계조차 피했다. 팬들은 분노했다. 알 사드는 일련의 사건으로 '악의 축'이 됐고, 전북은 K-리그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FC K-리그'로 바뀌었다. 이같은 여론은 전주성에 구름관중을 몰고 왔다. 선과 악의 대결만큼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없다. 전북에는 A대표의 기성용, 박주영 등과 같은 스타는 없었지만, 스토리의 힘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최다 관중 기록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도 마찬가지다.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 관계는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의 장외 입씨름은 경기를 앞두고 열기에 불을 지폈다. 결과는 K-리그 사상 첫 월드컵경기장 만원관중이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용규모 4만4000명을 넘는 4만4537명의 관중이 K-리그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했다.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과 '독수리' 최 감독대행의 맞대결은 이례적으로 경기 전 기자회견까지 있었다. 이같은 이야기는 6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4만4358명의 구름관중을 모았다.

5일 전주성의 열기는 K-리그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유럽의 축구장이 부럽지 않았다. 전북과 알 사드가 얽힌 다양한 이야기는 팬들에게 패배를 넘어 큰 감동을 선사했다.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가 있어 K-리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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