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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성남전 앞두고 김기동 인맥이 동원된 사연

이건 기자

입력 2011-08-22 11:35

수정 2011-08-22 11:33

포항, 성남전 앞두고 김기동 인맥이 동원된 사연
김기동. 스포츠조선DB

'빠른 체력 회복을 위해 최고의 환경을 구축하라.'



박준형 포항 주무(31)는 4일 2011년 하나은행 FA컵 4강 대진이 결정되자마자 코칭스태프들로부터 명령을 하달받았다. 포항은 2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FA컵 4강전을 치른다. 문제는 일정이다. 21일 전북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22라운드 원정경기를 가진 3일 뒤다. 1위 전북과의 경기는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총력전이다. 전북전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성남전의 관건은 체력 회복이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착착 진행됐다. 바로 코칭스태프와 상의하더니 4일 당일 강남에 있는 한 호텔을 예약했다. 전북전 끝나고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어짜피 선수들은 경기 후 제대로 잠을 못잔다. 경기 끝나자마자 올라오는 것이 체력 회복을 위해서 낫다는 판단이었다. 강남 호텔은 포항이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문제는 연습 구장이었다. 박 주무는 4일부터 여러군데를 수소문했지만 마땅한 곳을 구하지 못했다. 집중 폭우가 문제였다. 수도권에 있는 왠만한 축구장은 폭우로 잔디가 망가진 상태였다. 강남에서 많이 떨어진 경기도 용인이나 파주까지 연락했다. 대답은 '사용불가'였다.

우여곡절 끝에 과천체육공원을 찾아냈다. 16일 전화를 걸어 사용을 문의했다. 과천체육공원은 22일 오후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과천체육공원은 숙소에서 차로 3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기 전날인 23일이 애매했다. 19일 안양종합운동장에 문의했다. 안양종합운동장은 6월 서울 원정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한 적이 있다. 운동장 측은 난색을 표했다. 안양종합운동장은 성남이 주로 사용하는 축구장이다. 성남이 경기를 앞두고 써야한다고 했다. 난감했다. 경기 전날 마땅한 훈련장이 없었다. 고민하던 중 19일 박 주무의 머리 속에 불현듯 팀의 베테랑 미드필더 김기동(39)이 떠올랐다. 6월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할 때 김기동은 어떤 이와 친하게 대화를 나눈 것을 떠올렸다. 바로 김기동에게 물어봤다. 운동장 관리인이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다. 코칭스태프에 보고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43)은 "(김)기동이한테 전화하라고 해서 무조건 쓰게 만들어"라고 명했다. 김기동이 전화기를 들고 사정을 설명했다. 통화 시작 2분만에 김기동이 어깨를 으쓱했다. 22일 오후 사용허가가 떨어졌다. 박 주무는 "기동이형 짱"이라며 기뻐했다.

포항은 21일 전북전에서 패한 뒤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비록 지기는 했지만 선수단 모두 머리속에서 패배를 지워버렸다. 이제 편안한 숙소와 어렵게 구한 훈련장에서 성남전을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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