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박주영. 스포츠조선DB
태극전사들은 일본 원정을 가면 말그대로 '없던 힘'도 냈다.
75차례 한-일전 가운데 일본에서 치른 경기는 28번. 태극전사들은 일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15승 8무 5패를 기록했다. 승률 54%. 역대 통산 한-일전 승률 54%(40승 22무 12패)와 같은 수치다. 일본 원정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전체 전적에서도 크게 앞설 수 있었다.
정신력에서 앞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일전 특성상 태극전사들은 이를 악물고 뛴다. 역대 한-일전에 나선 선수들의 경기 소감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기면 "일본 보다 정신력에서 앞섰다", 패하면 "우리의 정신력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A대표팀의 전 주장 김남일(34·톰 톰스크)는 2008년 한-일전을 앞두고 "한-일전은 전술보다 정신력이 중요한 경기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일본 원정 필승 의지는 첫 한-일전이 열린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두 차례 일본 원정 예선 경기를 앞두고서다. 이유형 당시 A대표팀 감독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에 지면 선수단 모두 현해탄(대한해협을 의미)에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전 감독은 5대1 승리와 2대2 무승부를 거두며 사상 첫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그같은 정신은 아직도 살아있다. 최근 태극전사들의 정신력이 과거 보다 나태해졌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일본에 가면 여전히 '죽어라' 뛴다. 일본축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2000년대 들어서도 일본 원정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3승 2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가장 최근 승리는 지난해 5월 24일 사이타마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다. 2대0으로 완승했는데 득점자가 의미있었다. 전 주장 박지성과 현 주장 박주영이 나란히 골맛을 봤다. 한국축구의 세대교체 흐름이 한-일전 승리와 함께 막힘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역대 원정 한-일전 결과
횟수=날짜=일본 내 개최지=대회=결과
1=1954년 3월 7일=도쿄=스위스월드컵 예선=5-1 승
2=1954년 3월 14일=도쿄=스위스월드컵 예선=2-2 무
3=1956년 6월 3일=도쿄=멜버른올림픽 예선=0-2 패
4=1956년 6월 10일=도쿄 멜버른올림픽 예선=2-0 승
5=1959년 12월 13일=도쿄=로마올림픽 예선=2-0 승
6=1959년 12월 20일=도쿄=로마올림픽 예선=0-1 패
7=1961년 6월 11일=도쿄=칠레월드컵 예선=2-0 승
8=1967년 10월 7일=도쿄=멕시코올림픽 예선=3-3 무
9=1972년 9월 14일=도쿄=제1회 정기전=2-2 무
10=1974년 9월 28일=도쿄=제3회 정기전=1-4 패
11=1976년 3월 21일=도쿄=몬트리올올림픽 예선=2-0 승
12=1976년 12월 4일=도쿄=제5회 정기전=2-1 승
13=1977년 3월 26일=도쿄=아르헨티나월드컵 예선=0-0 무
14=1979년 3월 4일=도쿄=제7회 정기전=1-2 패
15=1981년 3월 8일=도쿄=제9회 정기전=1-0 승
16=1983년 3월 6일=도쿄=제11회 정기전=1-1 무
17=1985년 10월 2일=도쿄=멕시코월드컵 예선=2-1 승
18=1988년 10월 26일=도쿄=제13회 정기전=1-0 승
19=1991년 7월 27일=나가사키=제15회 정기전=1-0 승
20=1994년 10월 11일=히로시마=히로시마아시안게임 8강=3-2 승
21=1997년 5월 21일=도쿄=친선경기=1-1 무
22=1997년 9월 28일=도쿄=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2-1 승
23=1998년 3월 1일=요코하마=제4회 다이너스티컵=1-2 패
24=2000년 12월 20일=도쿄=친선경기=1-1 무
25=2003년 5월 31일=도쿄=친선경기=1-0 승
26=2003년 12월 10=일=도쿄=동아시아연맹선수권=0-0 무
27=2010년 2월 14일=도쿄=동아시아연맹선수권=3-1승
28=2010년 5월 24일=사이타마=친선경기=2-0 승
※계=15승 8무 5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