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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올림픽대표팀, 대대적인 수술 필요하다"

하성룡 기자

입력 2011-06-24 08:54

수정 2011-06-24 08:57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대대적인 수술 필요하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스포츠조선DB

꽤 실망스러웠나보다. 표정이 어두웠다. 굳게 마음 먹은 듯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예선 요르단전에서 1,2차전 합계 1승 1무를 거둬 최종예선에 진출한 올림픽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의 얼굴에는 기쁨보다는 담담함이 가득했다. 0대1로 지고 있을 때 올림픽 진출 실패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평소의 차분한 말투는 유지했지만 때때로 약간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요르단과의 두 차례 경기를 되짚어 본 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먼저 그토록 경계했던 선제 실점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오만전에 이어 3경기 연속 선제 실점을 했다. 개선하려 했지만 팀의 흐름이 생긴것 같다. 선수들도 선제 실점을 하는 것에 불안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차전 선제 실점은 전반전 여러차례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완벽하게만 플레이 하려고 하는 데서 카운트 어택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훈련할 시간이 부족해서 고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홍 감독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 그런점이 어려움 중에 하나이지만 중요한것 선수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 정신력이 미흡한 선수가 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이 '대대적인 수술'을 언급한 이유는 최근 홍명보호의 조직력 부족이 큰 문제점으로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수들의 정신력 해이가 있었다.

그는 "최종예선에서는 더 강한 팀이 나온다. 지금의 멤버로 최종예선에 나간다고 하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차라리 대학선수를 뽑아 합숙훈련을 하고 조직력을 키우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2009년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그 해 이집트청소년월드컵에서 8강신화를 일궈내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구자철 김영권 홍정호 김보경 김민우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워냈다. 이들과 함께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섰고 이란과의 3~4위전에서 4대3 역전승의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세번째 무대인 올림픽을 향해 정진하고 있었다.

한계가 왔다. 더 이상 함께 하기 힘든 멤버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부진과 부상의 늪에 빠진 선수라도 내 자식처럼 챙겼던 홍 감독이지만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홍 감독은 "최종 예선을 앞두고 K-리그와 대학 선수들을 두루 살펴보겠다. 지동원이 최종예선에서 빠지는 만큼 공격 대체 자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선결조건을 달았다. 그는 "어떤 포맷으로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 설정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대적 수술을 감행하겠다는 건 위험하다. 이조차도 홍 감독은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암만(요르단)=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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