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을 확고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말 부임했다. 이제 거의 1년인데 딱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을 준비하며 거의 4-4-2를 썼다. 대회 직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에 6승 1무로 결과가 좋았다. 막상 조별리그에 돌입하자 실점이 폭증했다. 비난 여론에 직면한 클린스만은 토너먼트 첫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 갑자기 스리백을 세웠다. 선제골을 허용했다. 공격적인 포백으로 전환해 동점에 성공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8강 호주전은 또 변화가 확실하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예선에서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4-4-2로 돌아가느냐, 다시 새로운 포메이션으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전자의 경우 8강에서 탈락한다면 이미 실패한 전략을 왜 또 구사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겨도 운이 좋았다거나 개인 전술에 의존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활용폭을 극대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강인이 조별예선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조규성이 16강에서 깨어난 반면 손흥민은 아직 잠잠하다. 손흥민은 예선에서는 조규성과 투톱을 섰다. 사우디전은 원톱으로 올라왔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원톱으로 자주 뛰었지만 대표팀과 스타일이 다르다. 토트넘은 중원이 강하다. 좌우 윙백도 사실상 미드필더처럼 중앙 지향적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측면이 좋다. 손흥민의 본래 포지션도 왼쪽 윙포워드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좌우 윙포워드로 놓고 조규성을 타깃맨으로 삼으면 개개인의 장점이 더욱 살아날 수 있다.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도 가능하기 때문에 황희찬이 들어왔을 때 전술 변화의 여지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