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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실리축구, VAR, 강호의 몰락' 러시아에서의 33일

박찬준 기자

입력 2018-07-16 12:12

수정 2018-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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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축구, VAR, 강호의 몰락' 러시아에서의 33일
ⓒAFPBBNews = News1

33일간 지구촌을 들썩이게 했던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난 이번 대회는 실리축구의 득세, 강호와 남미의 몰락, 비디오 판독시스템(VAR)의 도입, 킬리앙 음바페 등 새로운 별들의 등장 등으로 숱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을 정리해봤다.

▶전술 트렌드는 실리

4년마다 펼쳐지는 월드컵은 전술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장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를 통해 '구시대의 유물'로 평가받았던 스리백이 주류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별한 트렌트가 눈에 띄지 않았다. 특별한 포메이션이나 특별한 전술은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실리를 강조한 흐름만은 분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다.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앙 음바페, 폴 포그바 등 '스타군단' 프랑스는 공격이 아닌 수비축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재미없다'는 비판에도 디디에 데샹 감독은 수비를 중심으로 한 실리축구를 택했고, 이 선택은 우승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뿐 아니라 잉글랜드, 스웨덴, 러시아 등이 수비를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들은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를 활용한 공격으로 재미를 봤다.

실리축구의 득세와 함께 점유율 축구는 철저하게 몰락했다. 스페인의 유로2008 우승과 함께 10년 가까이 득세했던 점유율 축구는 지난 브라질 대회부터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이번 대회를 통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강호와 남미의 몰락

그 결과 기존 월드컵 강호들과 남미가 한꺼번에 몰락했다. 이번 대회는 어느 때 보다 이변이 많았다. 지난 대회 챔피언이었던 독일은 한국에 패하며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16강에서 여정을 멈췄다. 경기를 주도했지만, 상대의 강력한 수비축구에 막혀 결과를 얻지 못한 측면이 컸다. 아예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이탈리아 등과 함께 이들 강호들은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과 함께 세계축구를 양분하는 남미는 4강에 단 한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럽 잔치를 바라봐야만 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린 브라질은 8강에서 벨기에에 덜미를 잡혔다. 우루과이가 8강으로 선전했지만, 아르헨티나는 대회 내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콜롬비아도 고비를 넘지 못했다. 페루는 아예 16강에 오르지도 못했다. 매 월드컵마다 다크호스 노릇을 톡톡히 했던 아프리카는 이번 대회에 단 한팀도 16강에 올리지 못하는 충격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VAR의 도입

이번 월드컵은 VAR을 도입한 첫 월드컵 무대였다. 개막 전까지는 첨단 기술 도입에 관한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오심·편파판정 시비를 줄였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비디오판독은 ▶득점 장면 ▶페널티킥 선언 ▶레드카드에 따른 직접 퇴장 ▶다른 선수에게 잘못 준 카드 등 4가지 상황에 적용하는데, 이번 대회에선 총 64경기에서 20차례 VAR 판독을 해 17차례의 오심을 바로잡았다. 사상 첫 VAR 판독이 나왔던 지난달 16일 프랑스와 호주전을 시작으로 VAR 판독은 대부분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 역시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김영권이 VAR로 득점을 인정받는 등 수혜도 입었다. 물론 VAR 적용을 두고 '강팀과 약팀 사이의 차별이 있다'는 잡음도 있었지만, FIFA는 만족해하는 눈치다.

VAR로 인해 페널티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선 총 29차례 페널티킥이 나왔는데, 이는 역대 최대 수치다. 종전 기록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나온 18개였다. VAR로 페널티 지역에서 수비수들의 반칙을 엄격하게 잡아내면서 나온 결과다. VAR 도입으로 선수들의 거칠거나 비신사적인 행동이 줄어들면서 퇴장도 역대 최저인 단 4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메시-호날두 지고, 음바페 뜨고

언제나 그랬듯 스타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지난 10년간 세계축구를 이끌었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고개를 숙였다. 메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단 1골에 그쳤고, 호날두는 조별리그에서 펄펄 날았지만 토너먼트에서 침묵했다. 마지막 남은 트로피인 월드컵의 꿈도 나란히 16강에서 접어야 했다. 또 다른 슈퍼스타 네이마르(브라질)는 '헐리우드 액션'으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이들의 빈자리를 메운 신성은 '10대 스타' 음바페였다. 그는 펠레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한경기 멀티골을 기록한 10대 선수가 됐고, 펠레 다음으로 어린 나이에 결승전에서 골을 넣었다. 총 4골을 넣으며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음바페는 이번 대회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유망주로 인증을 받았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골든볼을 수상한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와 벨기에의 역대 최고성적 3위를 이끈 에당 아자르(벨기에)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영양가 논란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해리 케인은 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최고의 골키퍼는 벨기에의 티보 쿠르투아가 차지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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