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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멕시코전 응원가는 문재인 대통령, 정치와 월드컵 이야기

박찬준 기자

입력 2018-06-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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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전 응원가는 문재인 대통령, 정치와 월드컵 이야기
ⓒAFPBBNews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태극전사들에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어줄까.



문 대통령은 21일부터 2박 3일간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19년 만의 러시아 국빈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방러 기간 중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을 가진다.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갖는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24일 오전 0시(한국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리는 멕시코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관전한다. 스웨덴과 1차전에서 0대1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린 신태용호를 현장에서 직접 응원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월드컵 한국 경기를 관전하는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6년 만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제외하고 전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 관전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A매치를 관전하는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5년 2개월여 만이다.

각국 정상이 월드컵 현장을 찾아 응원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대표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자타공인 축구광이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대표팀이 출전하는 메이저대회마다 응원에 나선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첫 경기와 결승전을 찾아 독일 대표팀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경기 시간이 겹칠 때면 주요 회의와 회담 시간을 미루기도 한다. 집무실에서의 냉정한 모습과 달리, 경기장에서는 180도 변한다. 독일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큰 동작으로 환호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메르켈 총리는 '승리의 여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독일은 그가 관전한 경기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사건 등으로 서방 국가와 러시아는 현재 초긴장 상태다. 일부 서방 국가는 "러시아월드컵에 불참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월드컵 참가 여부를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3일 독일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했던 이탈리아 에판에 가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독일 대표팀의 터키계 이민 2세 메수트 외질과 일카이 귄도간이 지난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직접 나서 "사진 여파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싸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축구공 외교'는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인 서방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하는 대신 사우디, 레바논,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제3세계 정상들이 러시아로 날아갔다. 북한도 함께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막전에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서방 세계로부터의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자 한다. 러시아를 고립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이던 서방 국가들의 정상 역시 러시아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결승전에 오를 경우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라 가능한 일이다.

사실 월드컵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1934년 이탈리아 대회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는 대표적인 예다. 무솔리니 치하의 파시스트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월드컵이 활용됐다. 이탈리아는 엄청난 돈을 투입해 월드컵을 유치했고, "패하면 사형"이라는 말로 선수단을 압박해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르헨티나 대회 또한 마찬가지다. 무자비한 군사독재는 월드컵에서의 결과로 자국의 여론을 돌리고자 했다. 조편성부터 판정까지 개입하며 우승에 목을 걸었고, 아르헨티나는 마리오 캠페스라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 만큼은 아니지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월드컵은 여전히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무대다. 메르켈 총리 역시 승리 현장에서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대중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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