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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도연 "원동력? 저는, 제가 제일 웃겨요"(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문지연 기자

입력 2024-08-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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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연 "원동력? 저는, 제가 제일 웃겨요"(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자예능인상을 수상한 개그우먼 장도연이 6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8.06/

"우아한 광대가 되겠다"며 무대 위에서 탈춤을 췄던 진정한 예능인 장도연(39)의 모습이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감동한 '정부지'(정종연 PD)부터 함께했던 박지윤의 축하까지, 명실상부 현존 대한민국 최고 여성 MC가 된 장도연의 앞으로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최근 장도연은 "트로피를 드디어 다시 만났다"며 밝게 웃었다. 이름 각인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다시 돌아온 트로피를 들고 감격하한 그는 "너무 좋다. 진짜 너무 좋았고 행복해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예의가 아니라서 참았다"며 "우리 가족들은 초대받은 그 순간부터 이미 자랑을 한다. 받아서 자랑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애가 거기를 간다'는 것이 자랑이었다. 일말의 기대가 없으니까. 그런데 '여고추리반'을 만들어주신 '정부지'가 카메라로 흐뭇하게 찍어주시고, (박)지윤 언니도 박수를 쳐주니까 너무 즐겁고 좋았다"고 말했다.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장도연은 무대에 올라와 재치있는 수상소감으로 좌중을 웃게 했다. 그는 마치 스탠딩쇼를 연상하게 만드는 멘트들을 '폭격'하면서 무대의 분위기를 완벽히 바꿔냈다. 장도연은 "내가 소감을 뭐라고 했는지, 필터가 없이 생각이 나는 대로 빨리 하고 내려와야 하니까 얘기를 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조)세호 오빠가 내 드레스를 의자로 밟고 '고의가 아니었어'하는 억울한 '짤'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던 게 생각났다. 만약 기대를 했다면 감동스러운 표정을 하거나 그걸 감추려고 했을텐데, 정말 '으악 이게 뭐야'하는 마음이었다. 소리를 질렀다. 언제 또 이런 상을 받아보나 싶다. 욕심을 내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인지라 좋은 것은 어쩌나"라며 웃었다.

장도연은 2006년 방영됐던 Mnet '톡킹 18금'으로 데뷔, 신동엽의 '픽'을 받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 300만 원을 바라보고 참가했던 대회가 장도연의 인생을 180도 바꾼 셈. 여기에 신동엽과 나란히 남녀예능인상을 수상하는 결과까지 낳았다. 장도연은 "이번에 수상소감 하는 것을 보면서 '저게 진짜 멋이다'라고 생각했다.성도 어쩜 '신'씨어서 '동엽 신'이다. 어떤 시상식이고 선배가 계시면 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이 순간을 뿌듯해 하시겠지'하는 생각도 든다. '도연이가 잘 하고 있구먼'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았다"고 했다.

현존하는 여성 MC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중이 인정하는 픽. 장도연은 "아유,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일이 안 끊긴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매번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을 받잖나. 그런데 예전에 비해 좋은 것은 '일이 다 끊어져서 놀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없이 뭔가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을 안 할 때도 있었고, 예전에 개그 프로그램만 하던 때에는 내 개그가 채택이 안 되면, 백수고 벌이가 없으니. 그런 시절도 꽤 오래 있었다. 일하는 것의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갈 곳이 없던 때를 생각할 때다. 감사함을 아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일이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물론 불안할 때도 많았지만, 직업적인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재미있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잖나. 소위 말하는 무명 시절에도 친한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으면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스스로 느낀 좋은 시기도 있었지만, 등락도 확실했다. 그래서 장도연이 택한 것은 과거의 자신보다 나아지는 것. "초반에 거꾸로 너무 잘 됐고, 상도 받고 좋은 순간이 있었지만, 나중에 저물면 양이 안 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했던 말 중에 '그때는 그래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 것이, 미세하게 0.1mm라도 올해가 나으면 된다. 사람 눈에는 돋보기로 봐야 보일 정도의 상승 곡선이더라도, 체감하기에 '작년보다 낫지'라고 느꼈던 시기가 있었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무명이라 힘들지 않았나요'라고 했을 때 '난 작년보다 올해가 나은데'하는 생각이 있어서 잘 넘어갔던 것 같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의 존재감을 확고하게 만들고 있는 '살롱드립'도 벌써 시즌2를 맞이하고 이제는 TV에서 방영이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고 출연하고 싶어하는 토크쇼로 자리잡았다. 장도연은 "보람을 느낀다. 호스트가 돼서 사람들이 오는 형식의 토크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에 겁도 났었고, '내가 깜냥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안 하면 언제 하겠느냐'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늘상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지만, 안 되면 잘리겠지'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것이다. 너무 좋다. 촬영팀도 작가님도 PD님도 너무 좋다. 내가 인복이 좋은가 보다"라고 했다.

'예능인상'의 트로피 무게도 생기고, MC로서의 책임감도 남달라졌다. "나는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개그우먼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고, 현실을 직시하는 편이다. 대신 동력이 되는 것은 내 유머를 좋아하는 소수의 집단이 있다면, 이 직업을 계속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소수의 집단의 우두머리는 나다. 나는 내가 제일 웃겨서 이 일을 하는 것 같다.(웃음) 어떻게 자기를 재미있어 하지. 그런데 기본적으로 내가 재미있어야 하면서도 재미있잖나. 남들을 못 웃길 때에는 모든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직업적으로 연명할 수 없겠지. 그런데 나는 내가 너무 웃기다."

'우아한 광대'가 되겠다는 수상소감을 돌아보며 "내가 왜 그랬지"하는 장도연이기도 했지만,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 웃기는 것에 대해 물과 불은 가리지만, 웃기는 것에 있어서 위축되지는 않아야 하고, 또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가 죽기 전까지 '나는 우아한 광대였습니다'라고 말 못할 것 같은데,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웃기는 일은 너무 행복하지만 너무 어렵다. 평생을 해도 쉬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여자 예능인상'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묵직함과 '왕관의 무게'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이걸 가뿐히 들 만큼의 여유와 능력치가 되느냐를 계속 곱씹어보게 된다. 무겁지만, 어떻게든 업어서라도 가져가보겠다."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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