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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SA] 학폭·상처·갈등 고루 다독인 '청룡'의 선택

문지연 기자

입력 2024-07-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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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상처·갈등 고루 다독인 '청룡'의 선택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Bluedragon Series Awards)가 1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박보영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7.19/

깊이있는 작품과 상처를 어루만진 손길, '청룡'이라서 가능한 선택이었고, '청룡시리즈어워즈'(이하 BSA)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무빙'부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그리고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까지, 깊이감이 남다른 작품들에 대한 '청룡'의 선택은 언제나 옳았다. 지난 19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크로마에서 진행됐던 제3회 BSA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비췄던 작품들에 트로피가 돌아갔다. 현대 사회의 인물들이 느끼는 갈등이나 아픔, 그리고 가족애 등 '훈훈한'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던 바. 발빠르게 트렌드를 따르는 동시에 사회적인 의미까지 놓치지 않았던 '청룡'의 선택이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대상을 수상한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 드라마. 표면으로는 액션 히어로물에 판타지를 지향하지만, 사실 내면에는 분단의 아픔을 넘어서 모성애와 부성애, 가족애가 깊이 자리한 작품. 박인제 감독은 수상한 뒤 "지인의 어머니가 사별하셨는데, 우울증 약을 드시다가 매주 수요일 '무빙'을 보는 시간만은 그런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때 이 일을 하게 된 보람을 느끼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 박 감독이 작품을 만들 때에도 이 같은 다짐이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 박 감독은 "그런 작은 것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며 작품의 의미를 다시 짚어냈다.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현대인들이 쉽게 밝히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소재의 전면에 가져왔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 주위에서 이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음에도 외면해왔던 부분들을 다뤘기에 의미가 남달랐다는 것. 심사위원들 역시 "이야기의 깊이감이 남다르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의 의미만큼이나 수상소감까지도 화제였다. 작품상 트로피를 손에 든 이재규 감독은 "이번 드라마를 만들면서 엄청나게 위로를 받았다. 지치고 상처받은 여러분의 가슴에 작은 위로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박보영의 연기도 대단했다. '정신아' 속 간호사 정다은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설정에 우울증 환자의 내면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내 박수를 받아냈다. 박보영은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시는 분이 있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다"는 울림이 있는 소감을 전했다.

젠더, 정치, 계급의 갈등을 예능에서 다뤄냈던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는 예능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의미를 더했다. 오락성 짙은 작품들도 많았고,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작품도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이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를 택한 이유는 기존 서바이벌 예능과의 확연한 차이점 덕분.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 차원에서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참가자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회 실험적 요소로 기존 서바이벌 예능과의 차별화를 꾀했으며 그 과정에서 리더 선출, 공금 분배 등 촘촘한 게임 장치 설계로 현실 사회의 축소판을 재현, 인간의 다면성을 조명하며 리얼리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권성민 PD는 "정치, 젠더 계급적으로 다투는 우리가 한 번쯤 만나서 얘기해보자고 했던 프로그램이다. 많이 좋아해주시고 상도 주시는 것을 보니, 우리 사회가 이런 이야기를 필요로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더 커뮤니티'는 시청자들이 나서서 입소문을 낸 프로그램인만큼 좋은 작품들을 만나면 열심히 알리고 함께 볼 수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데블스플랜'으로 신인남자예능인상을 수상한 곽준빈의 소감도 많은 이들을 울렸다. 인기 여행 유튜버로 성장한 그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와 몇몇 유튜브 채널 등에서 학창시절 당했던 학교폭력 피해를 고백하며 눈물을 쏟은 바 있다. 그는 이날 무대 위에 오르며 완전한 복수를 했다는 세간의 응원까지 받았다. 트로피를 든 곽준빈은 "방구석에서 이런 시상식을 많이 봤었다. 그때 상을 받는 상상을 하기도 하면서 무슨 말을 할까 했었다. 그때 학창시절 날 괴롭힌 사람들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 자리에 올라와 보니, 그 사람들 이름은 안 떠오르고 감사한 분들만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이렇듯 BSA는 남다른 깊이감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의 마음을 고루 만져줬고, 뭉클한 수상소감으로 그 의미를 제대로 완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청룡'이었기에 가능했던 선택들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감동적인 그림을 선사했다.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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