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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물의 영장일까…신간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입력 2024-05-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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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물의 영장일까…신간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의 인지 능력 소개…인간의 규범에 의문 제기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소들은 어제나 오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그저 뛰어다니고, 먹고, 쉬고, 소화하고, 다시 뛰어다닌다. 소들은 아침부터 낮까지 매일 뛰어다니며, 순간의 쾌락과 불쾌에 사로잡혀 우울해하지도, 지루해하지도 않는다."
독일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소가 너무 멍청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고하지 못한다고 믿었으며 동물이 인간만큼 깊은 기쁨이나 고통을 경험할 지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동물의 인지적 행동에 관해 연구해 온 생물학자 저스틴 그레그는 최근 번역 출간된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대원씨아이)에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관념,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관념을 뒤집는다.


책에 따르면 침팬지, 돌고래, 코끼리를 비롯한 여러 종은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이 자기 몸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꼬리감는원숭이는 불공평을 인식하며 심지어 강하게 반발한다. 실험자는 이 원숭이가 우리 속에 들어 있는 돌을 집어 오면 보상으로 오이를 준다. 그리고 다른 원숭이가 같은 행동을 하자 이들이 더 좋아하는 포도를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처음에 실험했던 원숭이가 돌을 집어 오게 한 뒤 포상으로 오이를 주자 이 원숭이는 오이를 집어 던지고 탁자를 치는 등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이다.

책은 브라질 동부에 있는 광대한 흰개미 둥지 네트워크를 예로 들며 인간과 인간 외 동물이 환경에 기여하는 차이를 극명하게 대비하기도 한다. 흰개미들은 약 4천년 전부터 이 둥지를 지어왔고 전체 면적은 약 23만㎢에 달한다. 둥지 네트워크는 브라질 카팅가 식생의 밑바닥층을 이루며 1천종 이상의 식물이 자라는 다양성의 보물창고로 거듭났다.


반면 인간은 환경 측면에서 거의 쓸모가 없는 잔디밭은 가꾸는 데 엄청난 노력을 쏟는다. 미국에 깔린 잔디밭 면적을 다 합하면 플로리다주의 넓이와 맞먹는 16만3천812㎢ 정도이며 잔디를 가꾸기 위해 하루에 무려 340억ℓ의 물을 소비한다고 책은 꼬집는다.

책은 윤리적 측면을 보더라도 인간이 과연 동물보다 나은 존재인지 의문을 느끼게 한다. 니체의 여동생인 엘리자베스 푀르스터 니체는 600만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계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오빠의 철학적 저술을 이용했다고 한다.

생명을 중시하는 저자는 차고 진입로에 민달팽이가 있으면 이들을 뭉개지 않기 위해 한 마리씩 다 옮기고서야 차를 몰고 나간다. 하지만 그 역시 몸을 물어뜯는 모기는 가차 없이 죽인다며 자신이 지니고 있는 생명에 대한 기준조차 모순되고 일관되지 않다고 고백하고서 인간이 동물에 대해 지닌 신념이 멋대로이고 자의적이라는 점을 일깨우려고 한다.

"내가 일본에서 연구를 하고 있을 때 한 동료가 고래 고기로 만든 버거를 먹겠냐고 물었다. 나는 거절했다. (중략) 동료에게 개고기로 만든 버거라면 먹겠냐고 물었다. 동료는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 나는 일본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문화적 금기를 상당수의 북아메리카 사람들이 고래 고기에 대해서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아림 옮김. 352쪽.

sewonle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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