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배우 김혜수가 30년 만에 '청룡영화상'을 떠났다. '청룡의 여인', '청룡 그 자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김혜수는 모든 배우들의 박수와 함께 그 왕관을 내려놓았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44회 청룡영화상'이 개최됐다. 올해 청룡영화상은 30년간 이끌어왔던 배우 김혜수의 마지막 진행이라 더욱 의미를 더했다. 올해도 김혜수와 함께 '청룡의 남자'가 된 배우 유연석은 "선배님이 '청룡영화상'을 이끌어 오신지 서른 번째가 됐다"고 말했고 김혜수는 유연석에게 "올해도 잘 부탁 드린다"라며 마지막 진행에도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들은 김혜수에 존경을 표한 수상소감으로 그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인기스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인성은 "누구보다 제일 기뻐해 주실 김혜수 선배님, 시간이 허락해 준다면 선배님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들어가고 싶다"며 김혜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조인성과 '밀수'로 호흡을 맞춘 김혜수는 "'밀수'로 좋은 배우를 만났다. 조인성씨와 작업을 하며 많이 배웠다"며 화답했다.
남우주연상 영예를 안은 이병헌도 김혜수를 향한 존경의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신뢰를 쌓아가야 생기는 게 권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청룡영화상이 권위 있는 시상식이 된 데는 김혜수라는 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30년을 한자리에서 훌륭한 센스로 진행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0년 긴 세월 너무 수고하셨다"며 김혜수에게 인사했다.
김혜수를 위한 헌정 영상도 공개됐다. 깜짝 등장한 정우성은 "김혜수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슬픈 마음이 크다. 오랜 연인을 떠나 보내는 심경"이라며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보내는 영화인들의 연서를 전하기 위해 왔다"고 운을 뗐다.
정우성은 "30년 동안 '청룡영화상'을 이끌어온 김혜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김혜수가 영화인들에게 주었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와 지지. 영화인들을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청룡영화상'이 있을 수 있었다"며 '청룡영화상'이 적힌 트로피를 건넸다.
리허설 때까지 몰랐던 깜짝 등장에 놀란 김혜수는 트로피를 손에 쥔 후 "지난 시간 후회 없이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청룡영화상'과 인연이 30년이나 됐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자리가 제게도 배우로서의 성장을 확인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서른 번을 함께하면서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새 진행자도 따뜻한 시선으로 맞이해주시길 바란다"며 "생방송을 앞두고 가졌던 부담을 내려놓고 22살 이후로 처음 맞이할,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저 김혜수도 따뜻하게 바라봐주시길 바란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했던 '청룡영화상'.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큰 영광이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소감과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지난 1993년을 시작으로 무려 30년간 '청룡영화상'을 이끌어온 김혜수. 김혜수의 부드러운 진행은 신인 배우들의 긴장감을 덜어주고, 모든 배우들의 수상을 더욱 의미 깊게 했다.
연예인들의 연예인 김혜수의 '청룡영화상'은 그 시작도 의미가 있었다. 김혜수는 지난해 송윤아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룡영화상' 진행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김혜수는 "솔직히 김헤수가 작품을 잘 본다 하는 건 최근이다. 30대 때 혼자 상처받았던 적이 있었다. 충무로에서 나름 똘똘한 척은 하지만 시나리오 보는 눈이 없는 게 김혜수였다"며 "영화계 관계자들의 김혜수에 대한 평가는 너무나 정확하다. 근데 '열심히 했는데 왜 평가가 박하지?' 그런 생각을 했다. 힘들고 가슴 아픈 순간은 본인만 안다. 근데 끊임없이 노력은 한 거 같다"고 털어놨다.
김혜수는 "내가 '청룡영화상'을 진짜 오래했다. 처음 한 게 20대 초반이었다. 어렸지만 신인이라 할 수는 없었다. 영화 잡지를 통해서만 소식을 알았고 내 매니저가 좋은 배우들의 매니저여서 그 배우랑 진행되지 않은 시나리오들을 많이 봤다. 내가 영화제에 초대받는 일은 없었다. 올 연말에 우리나라 영화계 현주소가 뭐냐. 올해는 어떤 영화제가 만들어졌고 누가 잘했냐. MC로 그런 걸 알고 싶은 게 제일 컸다. 그래서 시작한 거고 그게 지금까지다"라고 밝혔다.
김혜수는 "수상하는 사람들이 수상소감을 하지 않냐. 난 진행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저런 수상소감,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게 있지 않냐. 저 배우가 지금 이순간에 저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어떠한 태도로 이걸 했길래. 그런 것들이 많이 자극이 됐다. 많이 배웠다"며 "영화제가 단지 연말 행사, 드레스를 뽐내고 배우들과 한 자리에 모이고 그런 게 아니다. 올 한해를 이끌어간 영화인들을 배우가 아닌 MC의 자격으로 보는 것"이라고 뼛속까지 영화인 면모를 밝혔다.
wjle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