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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현장]'결승 뛰지 않아도' 존재감으로 대륙 흔든 페이커, 'LoL 초대 金' 전설에 전설을 더하다

윤진만 기자

입력 2023-09-29 20:36

수정 2023-09-2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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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뛰지 않아도' 존재감으로 대륙 흔든 페이커, 'LoL 초대 金' …
연합뉴스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롤의 역사를 새로 쓴 '페이커' 이상혁(27·T1)이 아시안게임 초대 리그오브레전드(LoL) 금메달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김정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LoL 대표팀은 29일 오후 8시(한국시각) 중국 항저우 항저우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만과 항저우아시안게임 LoL 결승에서 세트 점수 2대0 완승을 거뒀다.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여겨진 개최국 중국과 준결승에서 2대0 승리한 한국은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 등을 앞세워 대만을 압도했다.

이상혁은 축구계의 리오넬 메시처럼 '모든 걸 이룬 사나이'로 등극했다. 메시는 지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통해 마지막 남은 우승 트로피인 월드컵을 거머쥐며 커리어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이상혁은 예선 2차전 카자흐스탄전 한 경기에 출전했을 뿐, 8강 사우디아라비아전, 준결승 중국전, 그리고 결승전에도 줄줄이 결장했다. 중국전 후 감기 몸살 증세를 호소한 이상혁은 "중국을 이긴 후배들이 장하다"고 말했다. "쵸비가 주전"이라는 말로 결승전에서도 무대에 오르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대표팀을 응원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록 이상혁은 초대 챔피언에 오른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에 큰 기여는 하지 못했지만, 존재감만으로 한국을 '넘볼 수 없는 LoL 최강국'으로 이끌었다. 입국 때부터 경기 당일 현장에는 '페이커'를 응원하는 중국팬들로 넘쳐났다.

'페이커'는 '롤전드' 전설이다. 이상혁은 데뷔 첫해인 2013년 국내대회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한 뒤로 10년 동안 LoL 정상에 군림했다. T1 소속으로 2015년, 2016년 롤드컵 2연패, 2016년, 2017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연패를 비롯 총 10번의 LCK 스플릿 우승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은 그런 이상혁에게 좌절을 안긴 대회다.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상혁은 결승에서 중국에 분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다. 페이커는 당시를 떠올리며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이번 대회에선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LoL 대표팀은 병역 혜택을 받았다. 중국 현지에선 이미 페이커의 병역 혜택에 큰 관심을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개회식을 하루 앞둔 22일 '페이커와 같은 대한민국의 e스포츠스타가 BTS(방탄소년단)가 얻지 못한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병역 혜택 이슈를 다룬 바 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상혁은 지난 7월 팔꿈치 터널 증후군으로 한 달가량 결장하며 우려를 키웠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치료와 연습을 병행했다. 그리고 실력으로 우려를 지웠다. 25일 카자흐스탄과 A조 3경기에 선발로 출전, 챔피언 요네를 선택에 미드에 나서 12킬을 달성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준결승전을 앞두곤 감기 몸살 증세를 보였다.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응원했다.

하루 앞선 28일 스트리트파이터V 종목에 나선 '45세 격겜 고인물' 김관우가 한국에 e스포츠 역대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안겼다. Lol 대표팀이 우승하면 e스포츠에서만 금메달이 2개가 된다. '페이커'와 LoL 선수들은 대명절 추석에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선물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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