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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장점 농축한 드라마 '최악의 악'…기시감은 숙제

입력 2023-09-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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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장점 농축한 드라마 '최악의 악'…기시감은 숙제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세계' 등 연상시키는 장면들…액션 밀도 높여 눈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너 서울 가서 새로운 일 해볼래?"
한때 대전에서 주먹으로 유명한 문제아였던 '악바리' 경찰 박준모(지창욱 분) 앞에 그가 친형처럼 따르는 경찰 선배가 나타나 이렇게 제안한다.

정기철(위하준)을 위시한 이른바 '강남 연합'이 일본에 거액의 마약을 유통하려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인 박준모가 신분을 위장해 조직에 침투한다는 것이 중심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박준모의 아내이자 엘리트 경찰인 유의정(임세미)이 마약 수사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점차 복잡해진다. 정기철의 오래전 첫사랑이 바로 유의정이기 때문이다.

27일 공개되는 디즈니+ 새 드라마 '최악의 악'은 이 같은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액션과 스릴러 요소를 밀도 높게 배치한 12부작 드라마다.

드라마는 첫 장면부터 무더기로 선혈이 낭자한 패싸움을 벌이고, 이어 2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인물들의 서사를 풀어낸다.

강남 나이트클럽에서 DJ로 일하던 정기철은 일명 '장중사'가 이끄는 폭력조직에 들어갔다가 일년여 만에 조직 간부들을 일거에 모두 제거하고, 그가 이끄는 '강남 연합'이 강남의 주인이 된다.

박준모는 아내 유의정보다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경찰 집안인 처가에서 무시당하던 중 '강남 연합'에 잠입하라는 제안이 들어오자 "두 계급을 특진시켜달라"는 조건과 함께 제안을 받아들인다.

언더커버, 즉 비밀리에 행하는 위장 첩보 활동을 다루는 드라마는 형사물 중에서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유명 홍콩 영화 '무간도' 시리즈가 언더커버를 다뤘고, 한국 영화 '신세계'(2012) 역시 언더커버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최악의 악'은 예고편에 "'신세계' '헌트' 제작진"이라는 문구를 넣어 유사성을 숨김 없이 내비쳤다.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인 '헌트' 역시 1980년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스파이 색출 작전을 다룬 영화다.

예고편에서 제작진이 같다고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최악의 악'을 보면 '신세계'를 비롯한 언더커버 소재 작품이 쉽게 연상된다.

첫 회에서 박준모를 찾아온 선배 경찰이 "새로운 일 해볼래?"라고 제안하는 장면은 '신세계'에서 강형철(최민식)이 후배 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고 말하는 장면과 겹쳐 보인다.

정기철이 박준모를 시험하기 위해 권총을 쥐여주며 사람을 향해 쏘라고 강요하는 장면 역시 '신세계'에서 이자성을 앞에 두고 다른 언더커버 경찰을 처형하는 정청(황정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장르적인 유사성을 인정하고 시작한 '최악의 악'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다.

정기철의 옛 첫사랑이 유의정이고, 유의정은 박준모의 아내이자 박준모를 구하기 위해 마약 작전에 뛰어든 경찰이라는 삼각관계는 언더커버 소재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설정이다.

언더커버 액션물의 주 시청자들이 멜로 요소와의 결합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최악의 악'의 이런 설정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최악의 악'이 내세울 수 있는 다른 강점은 익숙한 장점을 더욱 밀도 높게 배치한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첫 장면부터 강한 액션 장면을 선보인 데 이어 정기철이 '장중사'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대규모 액션을 1회에 곧바로 펼친다. 몸을 쓰고 서로 속고 속이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언더커버 소재 범죄물을 보는 시청자들이 흔히 기대하는 액션과 정체를 숨긴다는 데서 오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주력하면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디즈니+는 이날 '최악의 악' 1∼3회를 공개한 뒤 매주 수요일 두 회차씩 공개한다. 10월 25일에는 마지막 세 회차(10∼12회)를 한 번에 공개할 예정이다.

jae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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