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지심리학자가 쓴 가짜뉴스 대처법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수컷 붉은 사슴에게 뿔의 크기는 중요하다. 뿔이 크면 클수록 암컷을 차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수컷 붉은 사슴은 뿔의 크기로 수컷 간 힘의 크기를 저울질한다. 그러나 실제 격렬한 싸움으로 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싸울 경우 상할 확률이 높아 '보여주기' 단계에서 끝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힘의 위계가 분명한 침팬지 사회도 이런 '힘의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다. 폭력이 계속된다면 수컷들도 끊임없이 다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몸집 과시하기, 송곳니 보이기, 큰소리 내기 등의 전략을 구사한다.
인류도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폭력을 통해 지배·복종의 상하 관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문화가 발달하면서 폭력은 사회적으로 금지됐다. 그렇다고 상하 관계마저 없어진 건 아니다. 단지 폭력의 자리를 '힘의 디스플레이'와 '페이크'가 대체했을 뿐이다.
책에 따르면 페이크의 연원은 수렵채집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정한 규모의 집단을 이루어 공동으로 사냥이나 채집하며 살아가던 당시에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거짓말을 일삼았다가는 집단에서 쫓겨나거나 엄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 언어가 발달함에 따라 의도치 않게 상대를 오해하게 만드는 상황이 생겼고, 페이크를 이용해 이를 대처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속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그럴듯한 가짜 정보도 퍼뜨리게 됐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다양한 매체가 발달한 현대사회는 페이크가 활개를 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됐다.
일본의 저명한 인지심리학자인 이시카와 마사토는 '오해에서 비롯된 페이크'가 확대되는 밑바탕에는 정보 매체를 이용해 인정받거나 성취감을 고취하고자 하는 우리의 심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집단에 잘 적응하기 위한 심리로 승인 욕구, 자기 긍정, 성취감 등을 발달시켜왔으며, 이런 심리구조는 수렵채집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 이 같은 심리가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데 원인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불협화음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