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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스포츠, 왜 e스포츠와의 협력에 '진심'일까?

남정석 기자

입력 2023-07-09 15:31

수정 2023-07-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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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스포츠, 왜 e스포츠와의 협력에 '진심'일까?
'오버워치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나설 이의석과 김영한이 지난달 24일 고척 스카이돔에 열린 키움과 두산의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시구와 시타를 했다. 사진제공=블리자드

e스포츠와 전통 스포츠의 적극적인 크로스오버 시대이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이미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e스포츠 위크'를 직접 개최하는 등 기존 국제 대회와의 협업이 본격화 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프로 스포츠 업계와의 '맞손 잡기'는 이미 일상화 됐다고 할 수 있다.

MZ세대가 레거시 스포츠보다 e스포츠에 더 열광하고 있고, 게임은 이미 전세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기는 콘텐츠인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더 각광을 받으며 재평가를 받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e스포츠 종목사 등 게임사의 입장에서도 기존 팬뿐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일 수 있고,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야구 팬들과 직접 만난다

지난달 24일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 e스포츠 '오버워치' 종목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인 이의석과 김영한이 시구와 시타자로 나섰다. 이들은 최근 예선전을 끝내고 올 가을 개최 예정인 '2023 오버워치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을 대표해 출전하고 있다.

'오버워치'의 경우 한국 선수들이 압도적인 기량을 가지고 있으며, 4년만에 다시 열리는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에서도 우승이 거의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오버워치'에는 다양한 영웅(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키움팀과의 연상이 쉽게 되는데다, 젊은 분위기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으며 많은 야구 선수들이 e스포츠를 즐겨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척돔에선 오는 10~11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결승전도 열린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뛰고 있는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아 한화-LG전에서 시구(박도현)와 시타(김건우)를 하고 사인회 등을 실시했다. 같은 그룹사 구단간의 콜라보레이션이기도 했지만, 젊은팬층에 더욱 많은 어필을 해야 할 한화로선 e스포츠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고 역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윈-윈'의 효과

이처럼 팬들과 직접 만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합종연횡은 활발히 진행중이다.

지난달에는 국내에서 LCK를 뛰면서 글로벌 e스포츠 게임단을 표방하고 있는 젠지 e스포츠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협업을 발표했다. 이번 달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뛰기 위해 방한하는 맨시티는 젠지와 함께 이색적인 팬 참여형 이벤트를 개최하고 팀의 선수들이 함께 하는 신규 콘텐츠를 만들며 공동 브랜드 굿즈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협업을 하기로 했다. 맨시티는 'FIFA'와 '포트나이트' 종목의 팀을 운영하며 이미 e스포츠와 축구 팬들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IOC는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게임 퍼블리셔와 협업, 양궁, 야구, 체스, 사이클, 댄스스포츠, 모터스포츠, 요트, 사격, 태권도와 테니스 총 10가지 공식 종목을 채택해 '올림픽 e스포츠 위크'라는 오프라인 대회를 열었다.

선수들은 레이싱 시뮬레이터와 VR(가상현실) 기기 등 디지털 디바이스를 사용해 경기를 치렀다. 물론 이 대회의 경우 글로벌에서 e스포츠를 주도하는 협단체가 아닌 IOC가 주도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나 'FIFA' 시리즈 등 기존에 국제 대회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e스포츠 종목이 아닌 전통 종목의 가상 공간 스포츠화 정도에 그치며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기존 스포츠 산업계의 e스포츠에 대한 여전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e스포츠를 무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에서 나온 변화의 시발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e스포츠와 레거시 스포츠 모두 팀워크 강화, 다양성 존중, 페어플레이 정신 등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하고 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 역시 "전문성과 전통성을 지닌 스포츠의 가치를 e스포츠 영역에 적용한 사례는 이제 일상화 된 상황이다. 두 업계 모두 새로운 팬덤을 확보할 수 있고, 각자 보유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기에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화될 경우 두 산업계의 발전은 물론 더욱 많은 이들에게 스포츠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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