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는 없지만, 칼춤 추는 망나니는 있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의 성공 이유는 주인공인 문동은(송혜교)이 겉으로 내보이는 강인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년시절 폭력으로 인해 영혼까지 부서졌던 그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가 완성되는 순간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도 함께 터졌다. 특히 문동은은 자신이 철저하게 만들어내고 준비했던 복수 도구들 위에서 가해자들을 향한 복수를 완성했고, 이 완벽한 결말 이후 자신의 삶까지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내일을 살아가는 것으로도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복수가 문동은의 손으로 완성되는 확실한 여성 서사를 만들어낸 '더 글로리'는 문동은을 둘러싼 관계성까지도 헛되이 사용하지 않았다. 문동은이 퍼붓는 복수 뒤로는 주여정(이도현)과의 로맨스나 에덴빌라 주인(손숙)과의 인간적인 연결 관계, 그리고 강현남(염혜란)과의 워맨스가 존재했고, 이 모든 인간적인 관계들도 문동은의 복수를 완성하는 요소로 확실하게 쓰여지며 호평받았다.
넷플릭스는 '더 글로리'에 이어 올해도 여성 서사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더 글로리'의 다음 주자로 유력하게 꼽히던 작품들을 뒤로하고 오는 4월 14일 김희애와 문소리의 '퀸메이커'를 글로벌 무대에 내보일 예정.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김희애)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선거판의 여왕을 만들어내고, 또 여왕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이야기에 대적하는 이는 또 다른 시장 후보 백재민(류수영). 이들이 보여주게 될 강렬한 퍼포먼스가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도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