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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쿨하고 멋있고 웃기기까지 한 일타 킬러"…'길복순' 퀸 전도연의 품격(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3-02-21 10:23

수정 2023-02-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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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하고 멋있고 웃기기까지 한 일타 킬러"…'길복순' 퀸 전도연의 품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마트에서 산 3만원짜리 도끼도 명품으로 만드는 일타 킬러의 등판이다. 역시는 역시. 전도연이 세상에서 가장 쿨하고 멋있는, 게다가 유머까지 겸비한 완벽한 일타 킬러로 다시 한번 파격 변신에 성공했다.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A급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범죄 액션 영화 '길복순'(변성현 감독, 씨앗필름 제작). 18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 '길복순'이 20일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에게도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넷플릭스가 가장 공들인 영화 중 하나인 '길복순'은 기대를 반영하듯 베를린영화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베를리날레 스페셜 섹션으로 첫 공개된 이후 전 세계 호평을 얻었다.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아직 접하지 못한 해외 관객은 독특한 싱글맘으로 돌아온 전도연의 모습이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특히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트는 "전도연은 그 어떤 경우에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라며 '투 썸즈 업(Two Thumbs Up)'을 날리기도 했다.

이러한 외신의 호평은 가벼운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전도연은 영화 '킬 빌'(03,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속 블랙 맘바(우마 서먼)를 스치고 또 '존 윅'(15,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서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파워풀한 액션으로 오프닝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무라이 정신이 가득 깃든 장검을 휘두르는 야쿠자 두목을 향해 특유의 콧소리로 "이마트에서 3만원 주고 산 것"이라며 가정용 도끼로 맞서는 것부터 전도연표 킬러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전도연이 구축한 길복순은 피가 낭자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극한 상황에서도 섬짓할 정도로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는 무자비한 킬러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비단 살인에 최적화된 최종병기의 모습만이 매력적인 길복순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전도연은 '일타 스캔들'과 비슷하지만 또 결이 다른 싱글맘의 고민을 밀도 깊게 그려 눈길을 끈다. 청부살인업계의 탑티어 회사 MK. ENT 소속 최고의 A급 킬러로 후배 킬러들의 롤모델이 된 길복순이지만 집에서는 사춘기 딸 길재영(김시아)의 속을 알 수 없는 막막한 고슴도치 맘을 완벽히 소화했다. 전도연은 최상의 직업 만족도를 가진 '워킹 킬러'라는 자리와 녹록하지 않은 '엄마의 삶'에서 오는 괴리와 한계를 느끼며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 딸을 위한 '은퇴'를 고민하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워킹맘의 딜레마를 그리며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냈다. '일타 스캔들'이 순한 맛 싱글맘이었다면 '길복순'은 마라맛 싱글맘으로 변주를 준 것.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 설경구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길복순이 몸 담고 있는 회사 MK. ENT의 대표 차민규로 변신한 설경구는 길본순의 타고난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그를 전설적인 킬러로 길러낸 스승이자 보스로 '길복순'을 채웠다. 영화 중반부 러시아 마피아를 소탕하는 액션은 원조 '지천명 아이돌' 다운 섹시함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 후반부 눌러왔던 차민규의 광기를 드러내는 장면은 설경구의 연기 내공이 폭발, 보는 이들의 소름을 유발하며 시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이렇듯 '길복순'은 충무로 탑티어 배우들로 구성된 먹을 것 가득한 소문난 잔치였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말할 것도 없고 차민규의 동생이자 MK ENT.의 이사인 차민희를 맡은 이솜부터 길복순의 딸 길재영으로 또 한 번 명품 연기를 선보인 아역 김시아, 길복순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후배 한희성으로 등장하는 구교환까지 살아 날뛰는 캐릭터로 보는 맛을 더한다. 게다가 입이 떡 벌어지는 초특급 특별 출연까지 더하며 산해진미 가득한 진수성찬 그 자체로 완벽한 상차림을 완성했다.

'나의 PS 파트너'(12)로 심상치 않은 스타일을 과시한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 '킹메이커'(22) 그리고 '길복순'까지 독보적인 자신만의 미장센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전작보다 더 가볍고 재치 있는 '말맛'까지 더하며 잔뜩 긴장한 시청자의 허를 찌른다. 변성현 표 스타일리시함의 정점은 '길복순'이었고 이러한 '길복순'을 '여왕' 전도연이 더욱 쿨하고 멋있게 빚어내 완벽한 앙상블을 이뤘다.

영화 '밀양'(07, 이창동 감독)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칸의 여왕'이 되고 한동안 부침을 겪기도 했던 전도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타 스캔들' '길복순'으로 다시 한번 인생 최고의 커리어를 썼다. '제3의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는 독보적인 '퀸' 전도연. 전도연에, 전도연에 의한, 전도연을 위한 '길복순'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길복순'은 오는 3월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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