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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령 20회 초대전 'Encounter, 신세계를 꿈꾸며'

김준석 기자

입력 2021-05-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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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령 20회 초대전 'Encounter, 신세계를 꿈꾸며'


[스포츠조선닷컴 김준석 기자] <영원한 시공간에서 만나는 생명의 찬가>



<시간이 중첩된 공간의 만남을 통해 신세계를 꿈꾸다>

현실과 초현실을 독자적인 풍경화로 그려온 중견작가 반미령(56)이 19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가이아에서 20회 기획초대전을 펼친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환상과의 만남을 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현실과 초현실의 사이 공간을 빛을 통해 담아낸 새로운 회화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진 벽면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자연의 전경, 그 환상적 풍경 안에 삶에 대한 사색을 오랜 시간 담아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조선시대 안견(15세기)과 정선(1676~1759)을 오마주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서 8호부터 100호에 이르는 작품 23점을 선보인다.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한 작가는 아스라한 파스텔 공간들이 이어지고 엇갈리는 신비한 장면을 통해 현실 너머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하며 일상 속에 가려져있던 '나'의 진실한 내면에 대해 사색하도록 이끈다. 경계가 무화된 무한한 공간 속에서 작가는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의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일상 속에 가려져 있던 '나'와 만나면서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신세계를 꿈꾼다.

빛으로 가득한 공간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 듯 작가의 작품은 환한 빛의 아주 섬세한 입자들로 가득하다. 이 빛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오랜 시간과 지극한 인내를 요구하는 20~30번의 붓 작업을 통해 안의 색이 서서히 중첩되어 올라오는 과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각각의 붓 작업은 한 호흡에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기에 이렇게 수십 번 색을 올리는 과정은 마치 선수행을 하는 듯한 고요하고도 극도로 섬세한 과정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미세한 거친 질감에 롤러를 사용하여 손의 흔적이 지워진 화면은 흡사 프레스코 벽화와 같은 질감을 주어 침전된 명상적인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준다.

롤러로 물감을 쌓아올려 거친 화벽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벽은 화면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지금 나'의 소중함을 찾도록 이끈다.

그는 중첩된 풍경을 통해 여러 시공간의 만남을 표현하고, 시간에 대한 은유로 옛 건물의 흔적과 같은 벽과 화병 안에 높인 꽃을 함께 배치하여 무한한 시간 속에 순간을 살아가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대비시키곤 한다. 미지의 세계는 문을 통해 소통하며, 새와 나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으로 표현된 생명은 하늘과 바다라는 영원성의 공간과 만난다. 빛으로 가득한 화면에서의 그 만남들은 참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우리는 영원한 공간 속에서의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신세계를 꿈꾸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늘 새롭게 사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이다.

그는 창이라는 내면의 공간과 하늘, 바다라는 열린 공간을 대비하는가 하면, 색채의 매끈한 투명함과 거친 마티에르의 질감을 대비시켜 만나게 하고, 또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 의식과 무의식,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대비와 '만남'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대표 화가 안견과 정선을 4~5년 전 전시회에서 새롭게 만나고 "너무 황홀했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안견의 걸작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금강내산'을 오마주한 작품 'Encounter-안견과 만나다' 'Encounter-정선과 만나다'를 내놓았다. 수백년 전의 화가지만 마치 오늘 바로 옆에 있는 대선배 화가를 만난 듯 기뻤다는 그는, 몽유도원도와 금강내산을 각각 화폭에 아크릴화로 원본에 가깝게 그린 후, 생명를 상징하는 복숭화 나무와 복숭화, 또 영원성을 상징하는 푸른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창과 아치형 출구, 과거의 흔적을 담은 벽 등을 그림으로써 과거와 현재·미래가 서로 중첩되고 소통하는 '만남'을 보여준다.

작가는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영원한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의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고 잊고 있었던 새로운 신세계를 꿈꾸어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narus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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