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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신록 "'방법'→'괴물'→'지옥'..드라마, 참 알다가도 모를 매력"(종합)

문지연 기자

입력 2021-04-19 11:06

수정 2021-04-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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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록 "'방법'→'괴물'→'지옥'..드라마, 참 알다가도 모를 매력"…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이승희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신록(40)이 먼 길을 돌아 '배우 김신록'으로 섰다.



2004년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했던 김신록은 올해로 데뷔 17년차를 맞았지만, 대중에게는 이제야 익숙해지고 있는 배우다.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는 영화 '연애의 목적'(2005), '버닝'(2018) 등으로 매체 연기에 도전했고, 지난해 방송됐던 tvN '방법'에서 백소진(정지소)의 친모인 석희를 연기하며 안방극장에도 진입했다. 최근 종영한 JTBC '괴물'(김수진 극본, 심나연 연출)을 통해서는 '참어른' 오지화 형사로 분해 200%의 싱크로율을 이끌어냈다.

김신록이 새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괴물'은 각자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움직이는 만양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예측 불가한 반전 스토리가 이어지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김신록은 동식(신하균)과 정제(최대훈)의 초중고 동창이자 현 강력계 팀장인 오지화를 연기하며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방법'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신록은 캐스팅 디렉터의 제안으로 '괴물'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김수진 작가 역시 '방법'을 인상 깊게 본 덕에 작품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 특히 심나연 PD는 김신록을 보고 "남자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을 것 같다"며 그의 캐스팅을 반겼다는 후문이다.

'방법' 이후 두 번째 TV 드라마 작품이었다. '방법'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알았다면, '괴물'로는 그 재미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방법'을 찍을 때는 연극에서 했던 것을 적용하니 어떤 부분이 통하고 어떤 부분은 맞아 들면서 재미있었다. '드라마 또 해보고 싶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때 '괴물'을 만났다. 16부를 내가 다 찍는 건데, 또 비중도 있는 인물이었다. 전체 회차에서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인물을 7개월간 해보니, 오히려 모르겠더라. '방법'을 찍을 때는 '알겠다'했던 것들이 이제는 '모르겠다'가 되면서 질문이 생겼고, 그러면서 다음 드라마를 또 찍고 싶고 또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재미도 있었지만, 부담도 컸고, 설??嗤 긴장했었다. 특히 찍고 와서 이불킥 하는 순간들도 많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시청한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알토란 같이 다 걷어내주셨더라. 감독님이 날 살렸다."

김신록은 '괴물' 속 오지화에 대해 "사건에 사실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닌, 지켜보는 사람이고 바라보는 사람으로서의 관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관점이 너무 굳건하거나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고, 또 지켜내려고도 하는 모습들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지화는 환경적으로 누군가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이지만, 믿을 수 없는 것을 믿기 위해 발버둥치고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지켜야 할 것, 믿어야 할 것, 고수해야 할 것에 대해 철두철미하고 갈등이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고민을 하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신록의 존재는 '괴물' 속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으로 자리잡았다. 이동식이 용의자로 흔들리던 중에도 그를 믿으려고 노력해주는 오지화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김신록도 오지화의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저는 의연함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 지화는 환경에 휘둘릴 만한 삶을 살았음에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의지가 굳세어 끄떡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내고 있다. 그것도 지화가 결정한 거다. 지화가 그렇게 살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살만해서 하는 게 아니라 탓하지 않는 인물이다"라고 곱씹었다.

김신록이 오지화로서 오롯이 그 현장에 있을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그와 맞춰주는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 드라마에 입성하기 전 "내가 신하균 배우와? 내가 여진구 배우와?"라고 생각할 정도로 신기했다는 그는 촬영 현장에서는 오지화 형사로 완벽히 녹아들었다. 김신록은 "저는 두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을 생각한 적이 없어서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데 그냥 신하균 선배님께서 아무 선입견 없이 동료 배우로 대해주셔서 그냥 배우 대 배우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도 그렇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생각은 했지만, 끝나고 되짚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더라. 선배님이 나를 스스럼 없이 상대 배우로 대해주셨기 때문에 동료로 대해주셔서 경력이나 깜냥에 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해 했다.

그렇게 '괴물'은 김신록에게는 또 다른 발판이 됐다. 다음 일들, 다음 스텝이 '괴물'로 인해 두렵지 않아졌다. 김신록은 "이 드라마로 인해 다음 일들이 주어졌고, 두려움 없이 다음 스텝을 밟아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오지화가 그러기로 결정한 것처럼 다음 길을 가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록은 넷플릭스 '지옥'부터 김수현, 차태현 주연의 '어느 날'까지 합류하며 바쁜 연기인생을 보내게 됐다.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결의 인물을 맡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폭이 넓은 다양한 역할을 해조고 싶다. 진중한 것부터 라이트한 작품까지. 엉망진창인 연기도 해보고 싶다."

서울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한 이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 석사, 그리고 또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전문사 졸업까지 독특한 학력과 이력을 지닌 김신록은 인턴십에 연구원까지 거친 중에도 결국엔 어린시절부터 꿈으로 가져왔던 연기에 뛰어들며 연기자로서 한 걸음씩 더 걸어나왔다. 물론 집안의 '형식적' 반대도 있었고, 한예종을 졸업한 이후 2004년 대학로에서 자신감을 내려놓고 첫 좌절감을 느꼈다. 그리고 수년의 노력 끝에 지금의 '배우 김신록'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늘 일을 하며 질문이 생기는데, 그 질문을 쫓아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계속 열리는 것 같다. '이걸 선택하면 그 뒤가 어떻게 되겠지!'하는 플랜이나 계산은 잘 맞아 들지 않는 것 같고, 이 순간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 다음 문은 의외의 곳에서 열린다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더 발전할 '배우 김신록'으로서의 길을 예고했다.

김신록은 '괴물'을 마친 뒤 넷플릭스 '지옥'의 공개와 드라마 '어느 날'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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