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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깡' 열풍의 시작" 유튜브·커뮤니티→방송..문화흐름 역방향 시대

문지연 기자

입력 2020-05-2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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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 열풍의 시작" 유튜브·커뮤니티→방송..문화흐름 역방향 시대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묻고 더블로 가', '사딸라(4달러)', '깡'….



바야흐로 문화 흐름의 역방향 시대가 찾아왔다. TV에서 보여줬던 개그가 다음 날 유행이 돼 현실세계를 흔들고 유행어를 만들던 시대를 지나 온라인이 유행시키고 TV가 흡수하는 역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은 활발한 생산과 재생산의 장으로 떠올랐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이 방송사를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던 문구들이 예능프로그램의 자막으로 등장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방송가의 중심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온라인에서 열풍을 만들었던 '탑골가요' 시리즈는 주목받지 못한 지나간 스타들을 재소환했다. 양준일의 화려한 복귀는 달라진 시대의 흐름이었다.

'사딸라'를 외쳤던 과거의 김영철을 소환한 유행어는 햄버거 CF의 문구로 등장하기도 했고, 유튜브를 중심으로 패러디되던 '묻고 더불로 가'가 재조명되며 김응수도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김응수는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드라마 '꼰대인턴'에서 생애 첫 주연을 꿰찰 정도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던 댓글과 이야기들을 모은 tvN '최신유행 프로그램'도 공감을 얻었다. 젊은 감성을 지닌 PD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니 시청자들은 "새롭다"는 반응으로 화답했다. '최신유행 프로그램'에선 온라인에서 언급이 됐던 영상인 가수 비의 '차에 타봐'가 패러디되기도 했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삶이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마켓 운영자들의 일상을 예능 소재로 활용하며 주목받았다. 이는 시즌2로도 이어졌다. 최근 KBS2 '1박 2일 시즌4'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이 됐던 댓글인 'Whyrano(와 이라노)'를 자막으로 사용,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 바람에 제대로 편승한 것이 바로 비의 '깡'이다. 각을 잡은 듯한 과한 안무와 의상, 자의식이 넘쳐나는 촌스러운 가사 등은 2017년 발매 당시 '깡'의 실패를 불렀던 중요한 요인들이었지만, 이 모든 것을 담아낸 '비 감성'의 뮤직비디오가 다시 유행을 타며 온라인 '1일 1깡' 열풍을 만들었다.

닉네임 '호박전시현'의 여고생 유튜버가 올린 비의 '깡'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들은 각각 300만뷰에 육박하는 조회수로 태풍을 몰고왔고, 이를 따라하는 '1일 1깡' 영상이 또 다른 '밈'(meme·인터넷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사이 전파되는 행동 양식이나 즐길 거리, 일종의 유행)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온라인에서 이어오던 열풍을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함께 만드는 예능 MBC '놀면 뭐하니?'가 제대로 잡았고, 급기야 '깡'이 지상파 프라임 시간대에 등장하며 전국민을 '깡' 열풍으로 끌어들였다. 비는 방송에서 "'깡'이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로였던 것"임을 솔직하게 이해하기도 하고, "요새는 예능보다 댓글 읽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말로 '밈' 현상에 확실히 올라탄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비의 '찐팬(진성팬)'이 올렸다는 '시무 20조'의 꾸러기 표정, 입술 깨물기,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것 금지 등 온라인 댓글도 그대로 TV 예능가에 진출하며 웃음을 만들어냈다.

지상파의 위기론과 더불어 유튜브의 강세가 이어지며 '문화 흐름 역방향 현상'은 예고됐던 일이다. 대중문화 전문가 성신여자대학교 노동렬 교수는 "주류 유통 문화 플랫폼이나 매체가 바뀌어서 이런 일들은 훨씬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지상파 플랫폼 자체의 매력이 없어진 것"이라며 "플랫폼 경쟁에서 이미 한쪽으로 티핑(Tipping) 현상이 일어난 거라고 볼 수 있다. '1일 1깡'이 뒤늦게 지상파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이미 생산과 소비 모두 유튜브에서 먼저 이뤄졌고, 이 영향력이 지상파에 미치게 된 거다. 유튜버들이 그 플랫폼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까지 점령을 해버리고 전세가 역전된 현상들이 물밀듯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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