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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개·고양이, 만지지도 못했죠"…이성민, 그럼에도 '미스터주' 택한 이유(ft.배정남)

이승미 기자

입력 2020-01-2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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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만지지도 못했죠"…이성민, 그럼에도 '미스터주' 택한 이유…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쓰다듬는 것도 못하다가 점점 동물과 가까워지는 주태주, 진짜 제 모습이었죠."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리양필름㈜ 제작). 극중 국가국정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 역을 맡은 이성민(51)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 영화 '변호인', '검사외전' '공작' '목격자' '비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펼친 신뢰감 넘치는 연기로 명실상부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성민이 올 설 극장가에서 전혀 다른 두 장르의 영화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을 만난다. 역사 속 인물과 소름끼치는 싱크로율과 살벌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남산의 부장들'과 달리 '미가족 코미디 영화 '미스터 주'에서는 오랜만에 물오른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한다.

극중 그가 연기한 주태주는 빈틈없이 완벽한 국가정보국의 에이스 요원. 평소 동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가 우연한 사고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알 수 없는 능력을 얻게 되고 사라져버린 국가의 VIP를 찾기 위해 군견 알리(목소리 연기 신하균)과 함께 다신 없을 색다른 합동 수사를 펼치게 된다.

이날 이성민은 '미스터 주'를 택한 가장 큰 이유를 '가족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안 해봤던 직업이고 한국에 잘 없었던 작업방식이라 해보고 싶었다.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신기하고 귀여운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를 하고 싶었다. 저는 처음에는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저는 가족 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도 더 행복했다.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속 설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이성민은 "영화보다 똥 밟는 신을 보자마자 '이건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바로 생각했다"라면서 "사실 배정남이 맡은 역할은 대본에서도 봐도 굉장히 엉망이었다"며 유아틱한 설정에 대해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영화 촬영 작업 과정만큼은 정말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가 듣기로도 이 작업이 한국에서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고 하더라. CG를 한국 기술로 하려면 관련 동물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데이터가 없어서 CG팀에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더라. 우리 영화로 인해서 데이터가 쌓여서 이후 동물이 나오는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면 우리가 이번에 데이터가 굉장히 도움이 될거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CG 작업 뿐만 아니라 캐스팅 과정도 쉽지 않았다는 '미스터 주'. 조연 배우들부터 동물들읨 목소리 연기 배우들까지 캐스팅이 쉽지 않았던 영화이니 만큼 이성민은 함께 참여해준 배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꼈다.

"모두들 굉장히 고마웠다. 처음에 제가 이 영화를 한다고 하고 나서 김서형 씨의 역할과 배정남 씨 역할 모두 캐스팅이 안됐다. 난항이 아닌 난항을 겪었다. 이후 영화 촬영이 끝나고 동물 목소리 캐스팅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 캐스팅도 잘 안됐다. 그러다가 한 분 두 분이 참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이순재 선생님께 햄스터 목소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얼마나 힘드냐. 그런데도 해주신 게 너무 고마웠다."

특히 조연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이성민. 그는 "김서형 씨도 굉장히 전형적인 캐릭터였다. 그래서 캐스팅이 잘 안됐다. 그런데 서형씨가 캐스팅 되고 서형씨가 직접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정말 김서형 씨가 정말 굉장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정남이 역할도 정말 캐스팅이 안됐다. 그러다가 어떤 자리에서 정남이를 소개했고 오디션을 봐서 된 걸로 알고 있다. 배정남 씨 캐릭터는 조금 예상은 하긴 했지만, 정남이 연기가 정말 어디로 튈 줄 모르겠더라. 정남이랑 연기할 때는 거의 알리(개)한테 맞추듯이 연기를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능 등을 통해 이전 작인 '보안관'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정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성민. 그는 '배정남의 아버지 같다'는 기자의 농담에 "평소에 연락을 잘하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가 그렇게 맨날 놀고 그러진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배정남을 애정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냥 애가 걱정이 되지 않나. 걔가 막 마음이 가게 하는 게 있다. 잊을 만 하면 연락이 오고 그런 게 있다. 그냥 걔가 바르게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배정남의 배우로서의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소질은 있는 것 같다. 재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훈련을 하면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일반적인 배우는 아니지 않나. 상식적이지 않는 연기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완전히 딴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연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굉장히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후에 굉장히 좋은 장점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이 영화에 정남이가 캐스팅 되고 나서 감독님도 걱정이 컸다. 감독님이 캐스팅 하시자마자 '괜찮겠어요?'라고 물었다. 그냥 동물 한 마리 더 캐스팅 했다고 생각하시라고 했다. 감독님이 정남이를 조련하다시피 연기를 시켰다. 그런데 이 영화 시사회를 보고 정남이가 멘탈이 무너졌다. 자기 연기를 못보겠다고 하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이성민은 극중 주태주처럼 실제로 동물과 친밀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솔직히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목격자' 촬영 때, 강아지를 안고 소품용 가족 사진을 찍어야 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강아지를 안지도 못했다. 사실 보는 건 괜찮은데 옆에 오거나 그런 건 힘들어 했다. 이번에도 알리(극중 파트너 개)를 처음 만났을 때도 힘들었다. 한번 쓰다듬고 손을 닦고 그랬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장면도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처음 홍대에 있는 애견 카페에서 알리를 만났는데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이후에 계속 접촉을 하면서 노력을 했다. 점점 하면서 접촉하는 게 괜찮아지더라. 놀이터에서 알리가 저를 덮쳐서 막 핥는 장면이 있다. 그때 목에다가 참치 국물을 묻혔다. 그런데 그때 이후로 다 내려놓고 친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미스터 주'를 통해 동물과 가깝게 됐다는 그는 "영화를 하면서 동물을 애정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제가 동물에 마음을 여는 과정이 극중에서 주태주가 알리와 마음을 여는 과정이 비슷한 것 같다. 원래 정남이 집에도 못 놀러 갔었다. 정남이가 키우는 개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하고 나서 정남이네 놀러가게 됐다"고 말했다.

동물과의 연기 호흡이 연기적으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다들 강아지랑 연기한다니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알리는 훈련이 정말 잘돼 있는 친구였다. 정말 용맹하다는 게 느껴지는 친구였다"고 답했다. 이어 "알리가 딱 집중하면 절대 움직이지 않더라. 영화에서 알리 대역이 딱 한번 출연한다. 알리가 워낙에 무거워서 알리 대역을 안고 뛰는 장면을 찍었는데 대역 개는 스태프가 많고 하니까 촬영장에 적응을 못하더라. 주저 않고 오줌을 지리더라. 그걸 보고 알리가 정말 대단한 친구였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같은 날 개봉하는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의 홍보 일정으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성민은 이날 '미스터 주' 뿐만 아니라 '남산의 부장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극중 박정희 대통령과 소름끼치는 싱크로율을 보여준 박통 역할을 맡은 그는 실존 인물을 모사하는 연기를 처음 해봤다고 입을 열었다. "'마약왕' 찍을 때 우민호 감독님이 제안을 주셨다. 그 극중 인물이 워낙에 대중의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된 인물 아닌가. 그래서 오히려 더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대본도 보기 전이었는데 해보고 싶었다. 역대 드라마 속에서 그 분을 연기한 배우들을 보면 외모가 비슷하신 분들이 했다. 사실 저는 그런 싱크로율은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분장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귀에 분장을 하고 이에 보정기를 꼈다. 머리스타일도 비슷하게 하고 의상도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의 의상을 만들었던 분이 만들어주셨다. 스스로는 제스처와 걸음걸이 같은 것들을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걸음걸이 같은 부분은 영화를 봐도 제가 봐도 비슷하더라. 테스트 분장을 했을 때 감이 좋더라. 그림자를 보는데 정말 똑같더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이성민은 '남산의 부장들'이 정치적 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런 의도를 가진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니겠지만 정치적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정도의 성숙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최고 권력자를 보시고 있는 2인자들의 영화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인물에 집중해서 본다면 정치적인 영화로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심'(2016), '또 하나의 가족'(2013)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성민, 김서형, 배정남, 신하균, 갈소원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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