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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노인빈곤 삶의 길 찾다"..정동환X주석태 '그렇게 살다'로 그릴 인생 (종합)

문지연 기자

입력 2019-10-18 14:55

수정 2019-10-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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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빈곤 삶의 길 찾다"..정동환X주석태 '그렇게 살다'로 그릴 인생…
사진=KBS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인빈곤을 다루는 드라마다 탄생했다. 정동환과 주석태가 주인공을 맡은 '그렇게 살다'가 그것.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누리동 2층 쿠킹스튜디오에서 KBS 드라마스페셜 2019 '그렇게 살다'(최자원 극본, 김신일 연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신일 PD와 정동환, 주석태가 참석했다.

'그렇게 살다'는 수년째 노인 빈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답지 않은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그린 드라마다. 한평생을 강력계 형사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인생의 황혼기에 삶의 궁지에 몰린 노인 최성억(정동환)의 이야기를 통해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고령화 사회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의 의미를 고찰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그렇게 살다'는 단막극 극본공모에서 당당히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 탄탄한 구성과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정동환이 전직 강력계 형사 출신의 노인 최성억으로 분하고, 주석태가 특수강도를 비롯한 흉악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지만, 바르게 살기 위해 경비가 되려고 하는 인물 박용구 역을 맡아 열연한다.

김신일 PD는 "지난해 단막극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전직 형사인데 전직 강력계 반장님이 퇴직하신 이후에 삶의 위기에 처해서 부인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들을 한다"고 말했다.

또 김신일 PD는 "제가 만든 작품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늘 궁금했다. 감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작품을 보고, 젊은 사람들은 젊은 생각을 할 거고, 노인빈곤이 소재이지만 노인층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대본을 써주신 작가님의 의도기도 하지만, 저희 드라마의 제목처럼 이것 하나만 알아주면 좋겠다는 메시지 중 하나가 주석태 씨의 클라이막스에서의 대사가 있다. '그렇게 사는게 쉽지 않다. 월 180을 받고 사는 것도 쉽지 않다'는 대사가 있다. 저희 드라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두 배우가 갈등하고 투쟁하는 이야기가 후반부의 주된 내용이다. 그렇게 사는 것, 젊은 분들은 취업도 안되고 힘들겠지만, 그런 분들이 볼 때 '나 말고 다른 분들도 어렵구나'라는 것의 메시지를 시청자들이 알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PD는 "힘든 게 당연하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녹록치않은 삶이 우리 삶을 살아가는 다른 세대, 병리적 현상 중의 하나가 신구갈등이 아니냐. 정치적인 현상도 신구갈등이 생기고, 국민연금도 이후에는 외국에는 주택이나 연금문제가 많이 생기는데 젊은 사람들은 연세든 분들을 비난하고, 나이든 분들은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갈등이 생기는데 저희 드라마를 보면서 녹록치않은 삶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은퇴한 분들도 삶이 녹록치않고 쉽지 않다는 것을 전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단막극에 오랜만에 참여하게 된 정동환은 "모처럼 뭐 한번 한 것 같다"며 "대본을 받은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그 인물로 살아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감독에게 늘 부탁했다. 현장에서 꼭 말해달라고, 난 모르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시하는 대로 움직여보겠다고. 그렇게 끝냈는데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작품 마무리가 되면 한번 보고 말해보자고 했는데, 후반작업이 많아서 그런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고 하더라. 오늘 저도 처음 이 자리에서 하이라이트를 보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본방을 사수하겠다. 저희는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주석태는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하며 "대한민국에서 전과자로 살고 있는 박용구 역할을 맡았다. 이번 드라마의 대본을 받고 참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죄송하고 미안한 표현이다. 참 먹먹했고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흥미 있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살다'에 대해 정동환과 주석태는 고령화 사회 속 '삶'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환은 "고령화든 아니든, 우리가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데 누구 하나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삶 같다. 왕비로 살던 사람도 마지막엔 종으로 끌려가는 게 인간의 삶이라면, 수사반장으로서 공직으로서 퇴직연금도 받으며 편히 끝날 것 같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최성억의 문제만도 아니고 너의 문제만도, 나의 문제만도 아니고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거다. 내가 어떻게 살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우리가 편히 살지만, 어떤 덫에 걸려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이 사람과 같다는 생각을 했을 ??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컸다"고 밝혔다.

주석태는 "대본을 처음 봤을 ?? 작가님이 참 짓궂다는 생각을 했다. 다 자기들 집에 한 가지씩은 보여주기 싫은 치부라는 것이 있는데, 그 소스들을 모아서 단막극 한 편에 녹여서 저 나름대로 먹먹했다. 그리고 사실 최성억 반장님이나 이칸희 선배님 김기찬 선배님 같은 배우들은 실상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다. 실존하는 인물인데, 제가 맡은 박용구라는 인물은 그들에게 불씨를 점화시키는 허구의 인물이다. 허구의 인물이 실존인물들 옆에서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지가 흥미로워서 그 점을 포인트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동환은 "제가 걱정한 것 중 하나가 특히 이런 작품을 대하면, 내 가슴을 때리고 영혼을 흔드는 것들이 많아서 잘못해서는 내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그런 걱정을 많이 했다. 최성억이란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데, 보편적인 모든 사람의 가슴속의 어느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민을 했다. 감독님이 거기에 대해서 적절한 표현을 잘 해주셨고, 내 얼굴 보지 않으면 좋겠고 내 생각, 내 목소리 들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에게 부탁했다. 보통 때에는 계산을 많이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작품에서는 내 주관적인 것보다는 내가 배우로서 존재하고 인물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더러 힘이 되는 얘기도 해줬다. '여태까지 선생님께 못보던 얼굴 보고 있다. 못듣던 목소리 듣고 있다'고 해서 감사했고, 이 느낌으로 끝까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100% 내가 다 연구해서 표현해야 하는데 내가 게으르기 때문에 도와달라고 했다. 잘 표현이 됐을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 어려웠다. 제일 쉬울 것 같은게 제일 어렵지 않나. 다 어려워서 쉽게 결정할 수 없었고 해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나 하나가 다 좋은 스태프들이라 조언을 많이 받았고,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연기자들이다. 최성억이라는 인물이 수많은 조연 배우들을 만나면서 이뤄지는 일인데, 내가 먼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쳐다보자고 했다. 어딘가 머물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좋은 배우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줘서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단막극의 의미에 대해 정동환은 "KBS는 참 좋은 방송국이다. 저는 항상 그런 믿음을 가지고 왔다. 방송 거시권이라고 하면 대한민국을 통틀어서 하느냐, 지역만이냐인데 원래 KBS는 네셔널와이드였다. 거기의 자부심을 가지고 KBS에 있으면서 참 힘있게 일을 했는데, 무엇 때문에 했는지를 생각하면 물론 방송이라는 게, 드라마라는 게 시청자들에게 어떤 입장이 돼야 올바를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지내는데 KBS적인 사고방식이 좋은 방식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이 뭔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방송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때부터 희석이 됐다. 어느 때부터는 쉽고 편하게 생각하면, 좋았던 정통사극도 없어지고 단막극도 없어지고, TV문학관도 없어지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KBS에서 이렇게 좋은 방송이 나온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로 오랜만에 KBS에 와서 자부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대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단막극이 나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환은 "이런 작품은 주 배우가 안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거꾸로 해야 할 이유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욕적으로 이런 작품을 뽑아서 만드는 것은 감사하지만, 감사하게 느끼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진짜 잘 될 수 있게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니시리즈가 예를 들어 20부작이면 70분이 20부작이니, 이 70분짜리 한 편은 20분의 1의 시간과 돈을 그만큼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좋은 작품, 다른 방송국과 어디서도 만들 수 없고 어디에 내놔도 해야 한다는 작품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라도 KBS무대라는 것이 KBS드라마스페셜로 발전해오는데, 제가 하는 일이 제 아이들에게 '이것 좀 봐라'라는 것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기자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장도 마찬가지고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경제논리로 빠져서 그런 잣대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작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어떨지 생각이 된다"고 밝혔다.

정동환에게 '그렇게 살다'는 어떤 작업으로 남게 될까. 그는 "우리 아이들, 후학들에게,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거는 봐야 해'라는 것을 하는 데에서 어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세상이 다 그렇게 될 수 없지만, KBS만큼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얘기를 안해도 KBS는 그만한 능력과 힘과 저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으로 KBS의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장르라면 어디에나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그런 작업을 하고 싶고 내 주위에 가까운, 가장 가까운 자식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드라마와 방송은 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작업이 어디에는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뜻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신일 PD는 "소재는 노인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지만, 형식적으로는 범죄 스릴러다. 성억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인데 이것에 대해 은폐하는 것에서 범죄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느끼실 분도 있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18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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