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인터뷰 종합]"노력=내 아이덴티티"…정지훈이 말한 #엄복동 #댄스가수 #연기 #가정

이승미 기자

입력 2019-02-20 11:26

수정 2019-02-20 13:50

more
"노력=내 아이덴티티"…정지훈이 말한 #엄복동 #댄스가수 #연기 #가정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노력이란 정지훈의 아이덴티티, 그 아이덴티티 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고 싶어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정지훈(38)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엄복동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작). 극중 자전차 영웅 엄복동 역을 맡은 정지훈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 공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가수와 배우를 오가는 원조 만능엔터테이너 정지훈. 드라마는 물론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릴리 워쇼스키·라나 워쇼스키 감독), '닌자 어쌔신'(제임스 맥티그 감독), 중국 영화 '노수홍안'(가오시시 감독) 등에 출연하며 글로벌 스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가 2012년 개봉한 '알투비: 리턴투베이스'(김동원 감독) 이후 7년만에 한국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정지훈이 연기하는 엄복동은 물장수에서 조선인의 희망이 된 자전차 영웅. 오직 우승 상금을 얻기 위해 일미상회 자전차 선수단에 가입한 그는 신입답지 않은 실력으로 사장 황재호(이범수)의 눈에 띄게 되고 처음 출전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일본 대표 선수를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승리를 거머지게 된다. 자신을 향한 조선 민중의 엄청난 함성 속에서 엄복동은 우승 그 이상의 뜨거운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정지훈은 "그 전에 한 번 보긴 했으나 언론시사회에서 후반 작업을 끝낸 걸 본게 처음이다. 일단 제가 했던 연기만 보느라고 경황이 없었다"며 시사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연기를 했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엄복동 선생님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고민했던 부분들은 최선을 다한 만큼 잘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100년전 일이기 때문에 제가 이것을 엄복동 선생님처럼 해내야 된다는 부담감 보다는 돌아가신 분이기 때문에 저의 주관적인 해석을 넣었다"는 정지훈은 "포털 사이트, 남겨진 책들을 찾아봤다. 손 쉽게는 주변 어른들게 여쭤봤다. 어르신 분들도 당시 아주 어렸을 때라서 자전거를 잘 타는 분들이라고만 기억하시더라.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다. 결과론적으로 굉장히 단순하면서 순수한 한 청년이 자전거에 반해서 자전거에 몰입하다보니 대회에서 1등을 했고, 일제강점기에 힘들었던 조선인들의 애환을 달래준 것 같더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박지성 선수나 김연아 선수처럼, 우리나라가 힘들 때 우리 선수가 국제적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위로를 받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면서 더 부담이 컸다는 그는 "허구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는 할 수는 없지 않았나. 그래서 공부를 더 많이 했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평가도 더하려고 했다"고 더했다.정지훈은 또 "후반 작업에 대해서는 배우의 견해와 의지로 되는게 아니다. 찍은게 너무 많아서 중간에는 마치 1, 2부로 나눠야 되는 거 아니가 싶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원래 대본과는 달라진 부분도 있다. 대본과 시사회에서 본 영화가 달라진 부분도 몇 장면 있었던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자전거 등 연기 준비과정에 대해선 "당연히 자전거를 타니까 힘들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고생을 많이 하겠구나 싶어서 다짐도 많이 하고 각오도 하고 결심도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자전거 타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자기만의 싸움이더라. 액션을 하면 함께 합을 맞추는 분들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면 앞만 봐야 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외롭더라.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싶더라. 내가 왜 이걸 두 세시간이나 타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걱정을 많이 하긴 했다. 예전에는 반질반질한 트랙이 없기 때문에 모래 바닥에서 타야 한다. 요즘 자전거도 아닌 옛날 자전거를 구현해서 모래 바닥에서 타니까 정말 쉽지 않았다. 연습을 모래 바닥에서 하지 않아서 현장에서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자전거 연습을 하면서 실핏줄까지 터졌다는 그는 "무리하면 그렇게 되더라. 종아리를 보니 빨갛게 올라오더라. 병원도 왔다갔다고 했다. 선수촌에 입단해서 선수들 만큼 탔다. 올림픽 공원가면 선수촌이 있다. 국가대표 코치님과 같이 실내 훈련 야외 훈련을 다 받았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기억 밖에 없다"고 솔직히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는 "당분간은 자전거는 정말 타고 싶지 않다. 두 바퀴로 타는건 더 안타고 싶다"며 "그리고 허벅지가 굵어지는게 너무 싫더라. 요새 젊은 친구들은 다리가 다 슬림해서 허벅지가 두꺼워지니까 입을 바지가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연기에 대한 열정과 고민이 컸다고 말한 정지훈은 "연기에 대해 정말 고민이 컸다. 저는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연기에 대해 불만족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정말 연기로 혼나는 게 정말 싫다. 그런거에 대한 압박감도 컸다. 그래서 저녁마다 깊은 잠을 들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순박한 엄복동의 성격과 캐릭터에 대해 "제가 2003년에 '상두야 학교가자'라는 작품으로 연기 데뷔를 했는데, 그 이후에는 순수하고 해맑다는 캐릭터는 별로 없었다. 이 작품에서 순수하고 순박하게 나와야 되는데 그러기엔 지금 제 나이가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고 그러지 않냐"고 말했다.

'알투비' 이후 오랜만에 한국 영화로 돌아온 그는 "어떻게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들여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무대를 하는 나도 나도, 가정을 가진 정지훈도 나인데, 연기를 앞으로 하려면 배우 정지훈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싶었다"며 "이렇게 상업적인 영화로 다시 시작을 하고 싶진 않았다. 상업적인 영화를 했을 때 아주 독특한 캐릭터이너가 강렬한 악역이거나, 단 한컷을 나와도 신스틸러 같은 캐릭터를 맡는게 우선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일이 두 개이지 않나. 가수와 연기자. 계속 아시아 투어를 하고 엘범을 하고 엘범 제작에 관여를 하고 무대를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하는 과정에 이 대본이 들어온거다. 이범수 선배님이 대본을 주셨다. 사실 '저전차왕 엄복동' 이라고 하길래 사실 허구의 인물을 다룬 가족 영화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보니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알아야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공교롭게 그당시 시간이 6개월 정도 시간이 됐을 때였다. 스케줄도 맞고 기회가 되면 이 작품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이어 "사실 제 목표는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늘 20년 동안 직업의 특성상 심판을 받아왔다. 저는 이제 천천히 나라는 사람은 만드는게 숙제 인 것 같다. 앞으로는 분량이 작더라도 신스틸러 같은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배우와 가수 두 가지 길에서 모두 눈부신 성과를 이룬 만능엔터테이너인 그는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이를테면 하나의 직업에 각인이 된 사람이 또 다른 직업으로 '바람'을 피는게 받아들여지는게 쉽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제가 2002년에 신인상을 받고 가수로서 앞으로 충분히 탄탄대로로 걸을 수 있겠다 싶을 때 '상두야 학교가자' 시놉을 읽고 무조건 하고 싶다고 매달렸었다. 그때 다 반대를 많이 했었다. 왜 굳이 연기를 하려하냐고 많이 물었다. 그런데 저는 원래 영연과 출신으로 연극을 전공했다. 무슨 무대포 정신인지 모르지만 무조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행이 많이 사랑을 해주셔서 사랑과 매를 받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지훈은 앞으로 가수와 배우의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저 조차도 이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비와 정지훈은 이길이나 이길이냐를 정해야될 것 같다. 사실 무대에서 몸이 예전 같진 않았다. 춤을 추려면 몸의 전성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몸의 전성기는 지나가는 시기이다"며 "이제 댄스가수라는 역할은 내려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다. 물론 당장 가수를 하지 않겠다는건 아니지만 몇 년뒤에는 선을 그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될수 있을때까지 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다.앞으로 음반계획을 묻자 "음반팀도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젊은 프로듀서의 영향이 크더라. 그래서 그들과 많이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요새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그들에게 지원해주는게 목표다"라며 "제작자로서 준비를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제가 이미 몇팀을 모았다. 신인 가수들 뿐만 아니라 작사가 작곡가들도 조금 있으면 여러분들께도 선보이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배우 김태희와 결혼하고 딸을 얻게 된 정지훈. 그는 "사실 가정을 꾸리고 제가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아빠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에 대한 거는 첫 번재로 규칙이 생겼다"며 '가정과 일을 분리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가정에 대해 밝게 이야기 할 수 있을텐데, 요새는 세상이 무서워진 것 같다. 아이가 너무 예뻐서 자랑도 하고 싶고 공개도 하고 싶지만 요새는 공개하면 다 칼이 돼서 돌아오더라. 그래서 저는 앞으로 지키고 싶다. 앞으로도 가정아나 가족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일과 가정을 철저히 분리할 생각이다"며 "저는 예전에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있어서 그런지 저는 지금도 제 가정을 건드리면 못견딘다. 가족을 건드리면 이성적인 판단이 서지 않더라. 그래서 무조건 지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노력의 아이콘'으로 각인 된 정지훈. 그는 "끝까지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중이 '비'라는 사람을 좋아해주셨을 때 저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예를 들어, '이제 내 가 왜 예능에 나와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거야 말로 제 아이덴티티가 없어지는 거라 생각한다. 대중이 좋아해주신 저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예능에 나와서 게임도 열심히 하는 그런 지훈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잊게 된다면 오만하고 자만한 것이다. '엄복동'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시고 채찍을 때리시는 분들도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래도 단 한가지 '진짜 쟤가 열심히 했구나'라는 말은 놓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자전차왕 엄복동'은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 '사랑의 대화'(2013) 등을 연출한 김유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민효린, 김희원, 고창석, 이시언 등이 출연한다. 2월 27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레인 컴퍼니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