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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2018년 게임산업 매출, 반등은 가능할까?

남정석 기자

입력 2019-02-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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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2018년 게임산업 매출, 반등은 가능할까?
넷마블이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BTS월드'

이번 달 대부분 실적을 발표한 국내 메이저 게임사들의 2018년 매출이 정체되거나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전부터 이미 중소 게임사들의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진데 이어 시장을 지탱하고 있던 대형 게임사들마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전략과 차별화된 신작의 지속적인 출시가 더욱 중요해졌다.

넥슨은 매출이 소규모 증가했지만 성장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넥슨은 전년도보다 8% 성장한 2조5296억원(2537억엔)의 매출로 자사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영업이익은 9806억원(984억엔)으로 역시 9% 증가했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 김정주 대표가 시장에 매각하려는 지분은 21일 예비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나름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인수합병의 귀재인 김 대표가 넥슨의 지난해 실적을 정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전체 실적이 아닌 4분기 실적만 떼놓고 보면 알 수 있다. 연말을 끼고 있는 4분기가 게임계에서 상당한 성수기임에도 불구, 2018년 4분기 매출은 전년도보다 13%나 하락했고, 영업이익 역시 67%나 줄어들었다. 또 하나 불안 요소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며 서서히 상승 동력을 잃고 정체기를 앞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매출원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자칫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위험성도 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줄어들며 뒷걸음질을 했다. 두 회사 역시 2018년 히트작이 부재한 탓이 크다.

넷마블은 2017년 2조원 매출을 견인했던 '리니지2 레볼루션'의 뒤를 잇는 대작 출시가 기대됐지만 개발 일정이 모두 늦춰지면서, 지난해 12월에서야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이 나오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2조 213억원의 매출에 그치며 가까스로 2년 연속 2조원 달성이라는 타이틀만 지켜냈을 뿐, 16.6%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영업이익은 2417억원으로, 2017년에 기록한 5098억원보다 무려 52.6% 줄어들며 반토막이 났다.

엔씨소프트도 1조 7151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2% 줄어들었다. 2017년 6월에 출시한 '리니지M'이 1년 6개월 넘게 오픈마켓 매출 1위를 지켜내준 덕분에 2년 연속 1조원을 넘고 2조원 돌파도 기대됐지만 역시 기존 게임의 노후화와 신작의 부재가 이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6149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5% 상승했지만, 이 역시 기존 게임의 마케팅비가 줄어든 영향 탓이라 할 수 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가 글로벌 1조원 매출 돌파에 이어 1억 다운로드 달성 등 선전했지만 4818억원의 매출과 146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도에 비해 각각 5.2%와 24.7%나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그나마 펄어비스는 지난해 3월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 덕분에 전년 대비 각각 244.9%와 157.8% 증가한 4043억원의 매출과 166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일본 출시, 그리고 '검은사막' X박스 버전의 북미와 유럽 출시 등 기존 작품의 시장 개척을 제외하곤 별다른 신작 출시 일정을 내놓지 못하면서 지난해 실적을 이어갈 원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 긍정적 요인은 해외 매출의 증가세이다. 넥슨은 2017년 66%에 이어 2018년도에 전체 매출의 71%를 해외에서 끌어담았다. 중국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덕분이다. 넷마블의 해외 매출도 전년도 전체 54%에 이어 2018년에는 70%로 역시 부쩍 성장했다. 비중뿐 아니라 전체 액수가 늘어난 것이 다행인 점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해외 출시를 비롯해 '마블 퓨처파이트', '마블 콘텐스트 오브 챔피언즈', '쿠키잼' 등 해외 IP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 편입한 북미 개발 자회사 작품들의 꾸준한 인기몰이에 기인한다.

펄어비스도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 덕에 전체 65%의 매출을 해외에서 끌어담았고, 컴투스 역시 16분기(4년) 연속 80%의 해외 매출로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매출이 국내에 집중되면서 해외의 경우 전체 15%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세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의 확대와 신작 출시가 필수적이다. 넥슨은 모바일 MMORPG '트라하', 넷마블은 'BTS월드'와 'A3: 스틸 얼라이브', '세븐나이츠2',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과 '아이온2', '블레이드&소울 2' 등의 신작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컴투스는 오는 20일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언팩 행사를 통해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을 최초 공개하는 등 역시 신작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게임산업 관계자는 "성장세의 하락은 국내 시장의 포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 확대가 올해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중국에서 외자 판호 발급이 재개된다고 해도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들이 가지지 못한 창의력 있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신작을 준비하고 있어야 중국 시장이 다시 열렸을 때 경쟁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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