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초점] "반성했다"…김기덕 감독, 베를린서 밝힌 회한의 폭행 사건

조지영 기자

입력 2018-02-18 10:43

수정 2018-02-18 12:20

more
 "반성했다"…김기덕 감독, 베를린서 밝힌 회한의 폭행 사건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김기덕 감독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공식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했다. /ⓒAFPBBNews = News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많이 반성했고 이후 연출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여배우 폭행 혐의로 공분을 산 김기덕 감독이 마침내 독일 베를린에서 회한의 심경을 털어놨다.

지난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김기덕 감독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된 23번째 장편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김기덕필름 제작)을 들고 베를린에 방문, 주연배우 이성재, 후지이 미나와 함께 1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베를린영화제는 1951년 독일의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영화제로 독일 베를린에서 매년 2월 중순에 열린다. 유구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베를린영화제는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특히 베를린영화제는 전 세계 400여편의 장·단편 영화를 소개하는데,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비평가 위주의 예술 작품 발굴을 중시하는 영화제로 씨네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초청받은 파노라마 부문은 거장들의 신작은 물론 재능이 돋보이는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그래밍을 통해 예술적 비전, 다름에 대한 용기, 낯선 것에 대한 열망, 심오한 역사적 자각, 혹은 진취적인 개성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선별해 공개한다. 무엇보다 김기덕 감독은 1998년 개봉한 '파란 대문'으로 제49회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 2002년 '나쁜 남자'로 제52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2004년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렇듯 해외 영화제가 사랑하는 국내 감독인 김기덕 감독이지만 올해엔 그를 향한 시선이 여느 영화제 때와 달랐다. 바로 지난해 불거진 여배우 폭행 사건 때문.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여배우 A로부터 폭행 및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한 혐의로 피소당했다. 당시 여배우 A는 2013년 3월 2일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뫼비우스' 시나리오를 수령하고 극 중 엄마 역할로 캐스팅이 된 뒤 그해 3월 9일, 10일 여배우 A의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여배우 A는 김기덕 감독에게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받아 영화에서 하차하게 됐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여배우 A는 지난해 1월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진정 접수를 냈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기덕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12월 김기덕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심리만으로 법원에서 벌금·과료 등을 내리는 절차)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첫 공개되는 자리였지만 외신들은 지난해 충격을 안겼던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여배우 폭행 사건에 대해 집중 포화를 맞은 김기덕 감독은 "4년 전 유감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법정에서 모든 사건을 진술했다. 많은 스태프가 보는 가운데 연기를 지도하는 리허설을 진행했다. 여배우 폭행 사건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데 당시엔 내 연기 지도에 대해 반대 의견이 없었다. 아무래도 감독과 배우의 연기 해석이 달라 벌어진 일인 것 같다. 내 영화가 폭력적이지만 실제 내 삶은 폭력적이지 않다. 영화와 내 인격을 비교해 판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과 존중이다. 영화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와 고통을 줘서는 안 되며 영화가 아무리 위대해도 배우나 말단 스태프까지 인격을 모독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로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이렇게 고소 사건으로 이어져 나 역시 유감스럽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법원 판결이 내겐 억울하지만 승복하려한다. 그동안 많이 반성했고 실제 시스템과 연출 태도도 많이 바꿨다. 폭력에 대한 여러 우려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이 영화계 전반과 연계되고 있는데 이런 방향은 원하지 않는다. 단지 개인적인 사건으로 이해하고 싶고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퇴역한 군함을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바다를 항해하던 군함이 미지의 공간에 다다르자 탑승객들은 생존을 위해 여러가지 비극적인 사건들을 일으키게 되고, 탐욕과 이기심만이 남은 공간에서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대처하는 방식을 통해 먹고 먹히는 인류의 삶 역시 거대한 자연의 역사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후지이 미나, 장근석, 안성기, 이성재, 류승범, 성기윤, 오다기리 죠 등이 가세했고 김기덕 감독의 23번째 장편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