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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인터뷰①] 최희서 "데뷔 8년차 女신인상, 수상 무게 느끼는중"

조지영 기자

입력 2017-12-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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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서 "데뷔 8년차 女신인상, 수상 무게 느끼는중"
배우 최희서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2.0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발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여배우가 탄생했다. 데뷔 8년 차 만에 빛을 본 '신인' 배우 최희서(3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희서는 지난달 25일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월 개봉, 누적 관객수 235만9128명을 끌어모으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시대극 '박열'(이준익 감독,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에서 박열(이제훈)에겐 신념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를 완벽히 소화한 최희서.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까지 거머쥐며 '충무로 기대주'로 등극했다.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박건용 감독)를 통해 데뷔한 후 '577 프로젝트'(12, 이근우 감독) '완전 소중한 사랑'(13, 김진민 감독) '사랑이 이긴다'(15, 민병훈 감독) '동주'(16, 이준익 감독) '시선 사이'(16, 최익환·신연식·이광국 감독) '어떻게 헤어질까'(16, 조성규 감독) 등을 통해 차곡차곡 내공을 쌓던 최희서. 데뷔 8년 만에 만난 첫 주연작에서 원 없이 열정을 쏟았던 그가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통해 인고의 세월을 보상받은 순간이었다.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저보다 부모님께서 더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청룡영화상이 끝난 후 집에 가니 부모님께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네'라는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가장 지켜본 분들이라 더 기뻐해 주신 것 같아요. 주로 저는 집에서 오디션 연습이나 연기 연습을 해왔거든요. 부모님은 이 모든 과정을 다 아시는 분들이죠. 정말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마냥 탄탄대로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곱디고운 여배우처럼 보이지만 사실 최희서에겐 8년간 무명의 시간 동안 좌절, 실패 등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역경의 순간도 상당했다고. 특히 이준익 감독과 첫 인연이었던 '동주'(16) 맺기 전 일생일대 고난을 겪었다는 최희서다.

"'동주'를 만나기 전, 그러니까 3년 전쯤 연극을 했는데 그때 인생 최대 위기였죠. 요즘 공연 제작 환경이 좋지 않아서 주연이었던 저와 동료 배우 손석구, 연출자가 함께 돈을 투자해 극장을 대관해 극을 올린 적이 있어요. '사랑이 불탄다'라는 연극이었는데 대학로 대관료가 너무 비싸 한성대 쪽에서 사비를 털어 연기를 했었죠. 그때 열심히 연기했는데 관객 반응도 많지 않았고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연극을 함께 했던 분들이 모두 잘 됐죠. (손)석구 오빠는 미국드라마 '센스8' 출연도 하게 됐고 저는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도 받았고요. 하하."

수상 후 일주일 뒤 만난 최희서는 좀 더 덤덤하고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고 일주일이 지났다. 청룡영화상이 끝난 당일에는 '박열' 팀과 뒤풀이를 했고 이후엔 개인적으로 감사했던 분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연극했을 때 동창들과 선배 언니들이 축하 인사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분들과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축하만 받았던 일주일이었다"며 머쓱하게 웃는 최희서는 수상의 기쁨에 취한 것도 잠시, 밀려오는 수상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중하게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주변에서 다들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받고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는데 불과 이틀 전까지 '시간이 잘 안 가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실감이 안 났는데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감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성향이 마냥 낙천적이지는 않는데 그래서 그런지 기쁜 마음보다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 조금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어젯밤엔 '왜 나는 마냥 기뻐하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해보니 올해 과분한 상을 너무 많이 받았고 그만큼 앞으로 책임감 있게 연기하라는 뜻인 것 같아서 덤덤하게 있으려고 한 것 같아요.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요(웃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하하. 어린 나이에 신인여우상을 받았다면 그저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나이가 있어서 이 또한 상의 무게로 느껴져요."

최희서는 '박열' 이후 차기작으로 독립영화 '아워바디'(한가람 감독, KAFA FILM 제작)를 선택했다. '박열'로 눈도장을 찍은 그가 상업영화가 아닌 다시 독립영화로 눈을 돌린 것. 인기보다는 소신을 택한 최희서였다.

"'박열'을 촬영한 후 '아워바디'라는 작은 영화에 출연했어요. 개봉 여부는 아직 모르겠는데 일단 영화제 출품을 목적으로 실력자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에요. '박열' 이후 차기작 선택이 많이 고민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강렬한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앙상블이 갖춰진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었죠. 예전에는 저와 맞지 않는 작품도 오디션을 보면서 마구잡이 식으로 하려고 했던 것도 있는데 이제는 조금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해야 할 시점인 것 같기도 해요. 차기작을 생각하는데 있어 요즘처럼 고민을 많이 한 적도 없을 거예요(웃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박열'만큼 좋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은 게 지금 제 가장 큰 바람이죠."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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