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주말극 '보이스'가 잘 빠진 만듦새마저 해칠 만큼 과도한 폭력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영화관에서나 마주할 만한 에피소드와 폭력적인 장면이 버젓이 주말 밤 10시에 TV 화면에 등장하니 순간순간 경악하게 된다.
신체를 훼손하고, 아동을 학대하거나 살해하려 들며, 마취도 안 한 채 배를 갈라 장기를 적출하려 한다. 흉기로 사람을 끝도 없이 내려치고 시체를 벽에 못 박는다. 경악할 만한 이런 잔혹 행위들이 '리얼'이라는 이름으로 TV 화면에서 펼쳐진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주말 밤 10시다. 케이블 채널이지만, 유료채널도 아니고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보려고 들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5~26일에는 '19금'(19세 이상 관람가)을 붙였다지만, 그럼에도 선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112신고센터의 분초를 다투는 상황을 그리는 '보이스'는 시청자의 강한 몰입을 이끌기 위해 자극성이 강한 강력 범죄를 소재로 한다. 응급환자에게 주로 쓰이는 '골든타임'을 범죄현장에 적용, 신고 전화가 걸려온 지 수 분 내에 경찰이 출동해야 살인, 강간, 폭행 등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지난 26일 방송된 12회까지 완성도와 재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주연배우들의 호연에 대한 찬사가 잇따른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는 대본의 스피드와 구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력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과도한 폭력성이 드라마의 이러한 장점들을 가릴 지경에 처했다.
애초부터 폭력성이 지적됐으나 '15세 이상 관람가'로 버티던 제작진은 지난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 제재를 받자, 11~12회에서 결국 '19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을 내보냈다.
제작진은 "범죄 소재의 특성상 극의 흐름을 더 '리얼'하게 연출하고자 시청등급을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