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제가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시작한 것이 '허준' 부터였습니다. 이후 늘 드라마를 시작할 때 마다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놓는데 시청자들은 '허준' 짝퉁, '대장금' 짝퉁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면 기가 죽습니다. 아무리 (제가) 새로운 것을 만든다고 노력해도 보는 분들에게 새롭지 않은 것은 새롭지 않은 것이겠죠. 그래서 항상 두렵습니다."
※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MBC 창사55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옥중화'로 돌아온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 입니다.
[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3년 만입니다. 이병훈 PD가 다시 메가폰을 잡은 것이 말이죠. MBC 드라마 '마의' 이후, 그를 다시 드라마 현장에 돌아오게 만든 작품은 MBC '옥중화' 입니다. 27일 MBC 상암에서는 무려 30명의 출연자와 이병훈 PD가 모여 대대적인 제작발표회를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병훈 PD는 사뭇 달랐습니다.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는 듯 보이더군요. "어렵다"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두렵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사극의 거장도 새 작품 앞에서는 떨릴 수밖에 없나 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시작한 것이 '허준' 부터였습니다. 이후 늘 드라마를 시작할 때 마다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놓는데 시청자들은 '허준' 짝퉁, '대장금' 짝퉁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면 기가 죽습니다. 아무리 (제가) 새로운 것을 만든다고 노력해도 보는 분들에게 새롭지 않은 것은 새롭지 않은 것이겠죠. 그래서 항상 두렵습니다."
이외에도 이병훈 PD는 제작발표회 내내 과거와 달리 경쟁이 치열해진 방송환경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고요, 그의 드라마 철학인 재미와 교훈 중 재미 부분이 특히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에 불가했습니다. 지난 달 30일과 5월 1일 공개된 '옥중화' 1~2화는 시청률 20%를 돌파하고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역시 이병훈PD라는 말이 나오더군요.)[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제가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시작한 것이 '허준' 부터였습니다. 이후 늘 드라마를 시작할 때 마다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놓는데 시청자들은 '허준' 짝퉁, '대장금' 짝퉁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면 기가 죽습니다. 아무리 (제가) 새로운 것을 만든다고 노력해도 보는 분들에게 새롭지 않은 것은 새롭지 않은 것이겠죠. 그래서 항상 두렵습니다."
참, 그런데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기자들도 두렵고 떨렸답니다. 바로 제작발표회 직후 이병훈 PD를 납치해야하는 미션 때문인데요. 관계자가 제작발표회 직후에도 이 PD의 스케줄이 꽉 차있다고 이야기해 거절당할까봐 더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병훈 PD는 친절했습니다. 이 때다 싶었습니다. 출장토크의 초대장을 불쑥 그에게 내밀었죠. 갑자기 자신의 눈 앞에 등장한 초대장에 이 PD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카드를 읽어 내려가는 이병훈 PD의 호흡을 쫓아가면서 기자들의 가슴은 더 크게 뜁니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립니다. "드라마 하는 저희도 요즘 많이 힘든데, 기자님들도 많이 힘드시죠?"
순간 울컥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날 제작발표회 이후 이병훈 PD는 배우들과 대본리딩 스케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의 정성 때문인지 (아니면 동정심 때문이었을까요..) 흔쾌히 캠핑카에 올라탔습니다. "고생 많이 하십니다"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그는 '옥중화'와 함께 '허준'과 '대장금', '동이' 사극과 얽힌 지난 추억들을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마치 역사강의를 들은 듯 유익했고 푸근한 외할버지를 만난 듯 따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진한 애정에서 거장이 탄생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시간이었죠.
이병훈 PD는 이날 지금까지 총 1100여편의 드라마를 연출해고 그 중 750편이 사극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그에게 사명이자 운명이 되어버린 사극입니다.
"내가 지금 멜로를 연출한다고 해도 젊은 사람의 감성을 쫓아갈 수도 없어요. 전문화 시대다보니 늘 하던 사극을 계속 하게 된거죠. 이젠 책을 봐도 역사와 관련된 책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사극이라고 해도 결국은 인간이 사는 이야기에요. 갈등이 존재하고 사랑도 존재하는 거죠. 저는 사극을 하면서 주제를 먼저 생각하진 않아요. 첫 번째가 재미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어떤 소재를 다루면 될까를 생각해요. '옥중화'의 경우, MBC 측에서 먼저 '대장금'과 '동이'를 잇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저 역시 여성의 이야기는 귀하고 흔치 않으며 정치적으로 휩쓸리기보다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고 모험과 사랑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시작하게 됐죠. '옥중화'는 재미있고 모험심이 가득한 사극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지하감옥을 배경으로 하지만 밝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마치 톰 소여의 모험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는 드라마라고 할까요. 활극도 들어가고 주인공이 마치 몽테크리스토 백작같은 인물로부터 무술을 배웁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주인공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울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절대 뒤를 예측할 수가 없는 거죠. 거기서 오는 새로운 재미가 분명 있을 겁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기 위해서 거장인 이병훈 PD도 드라마를 모두 다 모니터 한다고 합니다.
"드라마를 많이 봐야합니다. 미드도 보고 일본 드라마도 보고 한국 드라마는 당연히 다 보죠. 드라마에 대한 안목과 감각이 낙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최근에는 '결혼계약'이라는 드라마가 참 재미있더군요. 정유경 작가가 사람이 참 좋아요. 마음이 곱죠. 사실 소재 자체는 자극적이기도 한데 정 작가가 착한 성품으로 갈등, 증오, 복수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 MBC 내부에서 걱정을 한 것으로 알아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정유경 작가라서 사랑받은 드라마가 됐죠. 강렬한 소재이지만 부드러운 터치가 더해지니 극악스럽지 않고 아름다운 드라마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tvN이 드라마를 참 잘 만들더군요. '응답하라 1988'도 잘 봤고, '시그널'도 재미있게 봤어요. 또 '치즈인더트랩'도 이윤정 PD가 감각적으로 잘 만들었어요. 아참, '미생'도 괜찮았고요. 또 법정 드라마로는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것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였는데, 최근에는 '리멤버'도 꽤 재미있게 그렸더군요. 사극으로는 최근에 '육룡이 나르샤'를 잘 봤어요. 그 드라마를 보면서 놀란 것이 지금까지 등장한 사극 활극 중 가장 멋있는 장면이 등장한 거였어요. 그래서 바로 무술 감독에게 전화해서 '옥중화' 같이 하자고 그랬죠. 우리 드라마에 진세연 씨가 검술하는 장면을 잘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병훈 PD가 곧 브랜드가 된 시대, 그는 여전히 모든 드라마를 꼼꼼히 모니터하고 먼저 나서 좋은 배우는 물론, 좋은 스태프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병훈 PD하면 함께 작품하고 싶다고 할 사람들이 줄을 설텐데도 말이죠. 그것이 곧 그가 과거에도 거장이었고 현재도 거장인 이유였습니다.
출장토크②에서 계속
sypova@sportschosun.com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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