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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아중, "묻히는 캐릭터? 오히려 연기 얻었다"

백지은 기자

입력 2015-03-01 16:10

수정 2015-03-0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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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중, "묻히는 캐릭터? 오히려 연기 얻었다"
사진제공=나무엑터스

김아중의 재발견이다.



최근 종영한 SBS '펀치'에서 여검사 신하경 역을 맡아 열연한 김아중을 만났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이미지가 강했던 김아중은 이번 작품에서 180도 달라진 연기력을 보여줬다. 차분하고 이성적이면서도 전 남편 박정환(김래원)이 죽어가는 모습에 마음 아파하고 딸 예린(김지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등 복잡하고 격한 감정선을 제대로 그려냈다.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작품을 끝낸 김아중은 무척 기분 좋은 듯한 모습이었다.

▶ 비중, 크게 신경쓰지 않아

사실 '펀치'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된 검사 박정환의 싸움을 그린 작품. 김래원 조재현 최명길의 끝없는 물고뜯기에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여주인공인 신하경 캐릭터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묻힐 수 있는 캐릭터였다. 원톱 주연을 주로 맡아왔던 김아중의 선택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의아했다. 비중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하지만 김아중은 "기존의 내 작품 중에서 캐릭터 매력을 극대화한다거나 내 캐릭터의 감정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품이 많았다. 이번엔 다른 연기자들과 함께, 조화롭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주어진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거니까 좋았다. 사실 이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보통 다른 연기자가 내 연기를 받쳐줬었다. 그런데 내가 받쳐주기도 하고 해보니까 연기적으로는 오히려 넓어진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연기 면에서 좀 많이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정의로운 검사, 아이 엄마, 한 남자의 전 아내. 이렇게 복잡한 캐릭터를 복합적으로 그려내는 것이었다. "초반엔 작가님과 감독님의 생각이 달랐다. 작가님은 좀더 심플하게 정의와 신념의 캐릭터를, 감독님은 거기에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좀더 보여주길 원하셨다. 작가님의 요구를 기반으로 감독님 말씀을 따라가려고 했다. 두번째는 박정환과의 관계다. 명확한 멜로는 아니지만 그게 매력적이었다. 사랑싸움이 아니라 사랑했던 남녀가 신념으로 대립하는 요소가 매력적이라 작품을 선택한 것도 있다. 그래서 그 관계가 잘 나올 수 있게 애정을 갖고 신경썼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 진실된 연기, 만족은 아직

김아중은 "열과 성의를 다해서 연기했다.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보여드렸던 것 보다 좀더 진솔하게 연기하고 싶다. 캐릭터를 부각시키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연기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연기를 너무 많이 하려 노력하지 않고 그때그때 가장 진실되게 하려고 했다. 그런건 그래도 끝까지 잘 지켰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윤지숙 장관(최명길)과의 대립 장면이다. 커피숍에서 만나 윤지숙에게 "벌레먹고 썩은 꽃이 안 떨어지고 버티네. 어쩔 수 없죠. 제가 그 꽃 떨어트려야지"라고 말하는 신이다.

"그게 '당신, 내가 잡겠다'는 출사표였다. 대단한 신은 아닐 수 있지만 시적이고 은유적인 면에서 작가님의 매력이 드러나는 대사기도 했고, 정확하게 내 목표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신이다. 그런데 시간에 너무 쫓겨서 제대로 못했다. 너무 오랜만에 장관님을 만났다. 우리는 늘 '그랬다 치고' 였다. 부연설명이 좀 없었다. 연기자들끼리 만들었어야 됐는데 그런 걸 생각할 시간 없이 오랜만에 연기하려다 보니 나도 많이 버벅거리고 NG도 많이 냈다. 힘 조절도 잘 못했다. 조금 더 감정계산을 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럼 만족도는 어떨까. 김아중은 "시간이 좀더 지나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확하게 정리가 안된다.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자기 캐릭터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진솔하게 하자, 거짓말 하지 말자는 스스로의 약속은 지킨 것 같다. 거기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전했다.

▶ '펀치', 연기 갈증 느꼈다.

김아중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2~3편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전처럼 오랜 휴식기를 갖지는 않을 전망이다. '펀치'를 통해 연기 갈증을 느꼈기 때문. 그는 "'펀치'를 하면서 연기가 재밌다,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같이 하니까 연기가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보며 현장에서 재밌다고 느꼈다. 시청자분들이 좋은 작품이라 기억해주실 것 같아서 배우로서는 뿌듯하다. 좋은 필모그래피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연기 변신 욕심도 있다. 페이소스가 있는 악녀 연기. 예를 들면 김수현 작가의 작품 속 김희애와 같은 악녀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영화 '타짜' 속 김혜수와 같은 팜므파탈 캐릭터에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다.

김아중은 "연기자이기 때문에 연기를 더 잘해 연기로 한방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최고일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만나야 하고 궁합도 맞아야되고 나 자신도 잘 해야된다. 그런데 어쨌든 연기 하나만 생각하고 늘 노력하면 언젠가 나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때가 올 것 같다"며 웃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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