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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의 섹시함에는 진화와 반전이 있다

김겨울 기자

입력 2014-08-2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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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의 섹시함에는 진화와 반전이 있다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주인공 대길의 첫사랑 미나역을 맡은 신세경을 만났다. '타짜-신의 손'은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목숨줄이 오가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로 오는 9월 3일 개봉한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4.08.27.

영화 '타짜2'가 끝나고 지인으로부터 이같은 질문을 받았다.



"신세경이 저렇게 섹시했었어?" 도박판의 꽃으로 파격적인 엉덩이 노출까지 감안한 20대 톱 여배우. '섹시하다'란 수식이 붙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란 부사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우선 이전까지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는 '놀람'의 의미. 둘째, 신세경이 저 정도로 섹시했었냐는 '정도'의 의미다. 물론, 둘 다 매력적이란 칭찬이다.

영화 속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영화 말미에서 우사장(이하늬)이 허미나(신세경)와 결전을 앞두고 탈의 과정에서 뱉은 욕. 강렬했다. 신세경에 대한 패배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통의 의미였다.

"진짜 꼭 하고 싶었던 역이다. 출연한 배우의 당연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여자 캐릭터를 만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바라는 여성상이기도 하다. 허미나가 살아온 과정 자체가 엄청 비극적이지 않나.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힘든 과거를 가진 여자다. 과연 한 여자의 약한 몸으로 그런 기구한 과거를 바탕으로 살아갈 용기를 낸다는 것이 멋지지 않나. 구질구질한 힘든 환경을 불평하지 않고 쿨하게 멋지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큰 매력 중 하나라고 느꼈다."

신세경은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유령 하우스 신을 꼽았다. 불법 도박장인 유령 하우스는 인간의 추악한 탐욕과 알어설 수 없는 절망의 끝을 상징하는 공간. 대길(최승현)은 이 곳에서 허미나를 구하기위해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신세경은 이 장면에서 죽음보다 못한 삶을 겪고 피폐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희한하게 끌린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데 내가 유령 하우스를 너무 좋아하고 있더라. 아끼는 신이고, 어쨌거나 허미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바닥을 치고 있을 때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영화 이야기를 할 때면 신세경은 어느덧 허미나와 한 사람이 된다. 감정을 공유하고 되새기고 있다. "도전이 됐을 거 같다. 모든 캐릭터가 도전이기도 하지만 이 캐릭터에 너무 빠져들어서 애착이 남다른 거 같다. 사실 아직까지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리곤 영화 속 노출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말했다. "피해갈 수 없는 신이라 생각했다. 사실 노출에만 초점이 맞춰질까 우려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노출신은 영화 속에서 중요했다. 여배우가 노출신이 고민 안됐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지만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너무 컸고 노출이 소모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노출 연기에 대해 여배우가 이토록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니 놀라울 지경. 신세경과 가졌던 과거 첫 인터뷰가 기억났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을 찍은 후였다. 2009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신세경의 나이가 여아홉살 때였다. 이미 영화 '어린신부'나 '신데렐라'로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였던 터라 설익은 아역 스타를 훌쩍 넘어선 성숙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문득 '나 지금 몇 살이랑 대화한 거지?'란 생각이 들만큼 그는 생각의 균형을 갖춘 배우였다.

특히 어린 나이에 직업을 가진 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주변인에게 기대기 보다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에서 빨려들게 하는 매혹적인 눈빛, 거기에 독립적인 사고가 갖춰진 신세경의 모습은 프렌치 시크녀의 대명사 제인 버킨을 연상케했다.

엉겨붙는 섹시함이 아닌 관조적인 섹시함, 그래서 주체적이고,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희소성이 그만의 섹시함을 극으로 몰고 간다. 신세경의 허미나는 그랬다. 그러한 매력을 갖췄기 때문에 허미나는 섹시했고, 그 연기를 마친 신세경은 마성의 매력을 품은 배우로 거듭났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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