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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조인성 이서진, 재벌男 아니어도 괜찮아

김겨울 기자

입력 2014-07-24 09:25

수정 2014-07-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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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조인성 이서진, 재벌男 아니어도 괜찮아


상황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돈 많은 재벌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파는 남자,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엽기적인 범죄 소설을 쓰는 남자, 사연 많은 대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남자, 조건만 얼핏 들어봐도 멋진 남자라고 꼽기 어렵다. 하지만 이 세 남자는 요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SBS '유혹'의 권상우,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 KBS2TV '참 좋은 시절'의 이서진이 맡은 역할들이다.

드라마 속 '멋진 남자'가 달라지고 있다. '돈많고 시크한 왕자님'이란 전형적인 매력남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의 남자들이 득시글댄다. '현실'이란 땅에 발을 붙인 남자 주인공들. 환상이나 로망과는 거리가 멀지만 '공감'이란 새로운 무기로 여심을 파고들고 있다.

'유혹'에서 차석훈(권상우)는 동업자로 인해 떠안은 10억 빚때문에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본인의 집은 물론 장인의 집까지 빚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석훈에게 남은 희망은 없다. 거기에 부인 홍주(박하선)는 돈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고, 석훈에게 큰 상처를 안긴다. 이처럼 절망적인 순간에 재벌녀 유세영(최지우)이 나타났다. 유세영은 3일 동안 시간을 내주면 10억원의 돈을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석훈과 홍주 부부에게 갈등의 불씨를 만든다. 석훈은 고심 끝에 홍주와 상의없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석훈은 10억원을 얻게 된다. 하지만 석훈에게 실망한 홍주와 골이 깊어지고, 회복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석훈은 분명 '못난 놈'이다. 자존심 보다 돈을 택한 그의 선택에 상처받은 아내가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석훈은 자살까지 결심할 정도로 나약한 아내를 옆에 두고 이런 선택은 당위성을 부여한다. 여기에 권상우는 석훈의 고뇌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표현해내며 SBS '야망'에 이어 헌신하는 남편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덕분에 석훈은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뺏고 싶은 남자로 비춰진다.

조인성과 노희경 작가의 2번째 만남. 23일 첫 방송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멜로 남자주인공인 조인성의 정체가 밝혀졌다. 장재열(조인성)은 전형적인 멋진 남자와는 거리가 멀다. 여러가지 성격을 지닌 다중적인 인물이다. 화려한 클럽에서 밤새도록 여자들과 즐기는 한량이면서, 교도소에서 출옥한 친형의 의심 속에 죽을 고비를 맞기도 한 위태로운 남자. 여유와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장재열의 표정은 인상적이다. 첫 회부터 포크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모습, 섬뜩한 추리소설을 써내는 작가로서 그의 배경은 궁금증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하면서도 지적인 농을 건네는 장재열은 독특한 매력 속에 여심을 들었다놨다 한다. 아직 장재열의 모든 매력이 풀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조금은 위험하지만 안아주고 싶은 남자라는 점이다.

'참 좋은 시절'의 강동석(이서진)은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사람이다. 사랑에 대한 표현도 서툴고, 부인 해원(김희선)이 애교를 떨어도 심드렁하다. 대가족과 사는 탓에 바람잘 날 없는 가족사 해결하기도 바쁜 인물이다. 하지만 동석을 볼 때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보다 가족을 더 배려하고, 과묵함 속에 담겨있는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화려한 매력은 없지만 왠지 기대고 싶은 남자. 그가 바로 이서진이 연기하는 동석이다. 주말 드라마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다. 화려한 양념은 없지만, 진한 사골같은 매력을 가진 남자. 마치 60~70년대 과거 멋진 남자 기준으로의 회귀 같지만 남자의 멋도 유행과 같은 법. 결국 돌고 돌아 옛 매력이 현재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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