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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원의 개그야그] 한국 코미디의 아픈 현주소

김형중 기자

입력 2011-11-08 09:49

수정 2011-11-08 09:49

[이봉원의 개그야그] 한국 코미디의 아픈 현주소





언제부턴가 안방극장에서 코미디가 실종되었다. 80, 90년대는 코미디의 황금기였다. 방송사마다 내로라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고, 연말연시에는 코미디 대상이라고 하는, 코미디언들만의 독립 시상식도 매년 하곤 했었다.

지금은 코미디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예능상이라는 명목 하에 가수, 탤런트들과 즐겁게 시상을 공유하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가 흡수 통일됐거나 합병된 것이다. 알고 보면 슬퍼야 할 상황에 너무나도 기뻐하고 좋아하고 있다.

예전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파급효과는 정말로 대단했다. 콩트의 유행어와 동작을 누구나 따라했고 시청률 또한 폭발적이었다. 중요한 것이 당시 콩트만 해도 코미디언이 자신의 실력으로 웃겼다. 자기의 실력이 고갈되었거나 노쇠하면 프로야구처럼 신인들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매워주곤 했다.

애석하게도 버라이어티라고 하는, 태생 미확인 예능프로그램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나서부터는 내가 웃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먹다 흘리거나 뛰다 넘어지는 진짜 상황에, 재미있다고 공감을 한다. 리얼이 어쨌다나 저쨌다나….

이것은 코미디언이 아니라 그 누가 넘어지고 그 누가 실수해도 웃음이 나오는 실제 상황이다.

이런 리얼 프로그램이 대세이다 보니 코미디언들이 할 일이라고는 그저 농담 몇 마디를 던지며 서너 시간 이상, 혹은 하루 종일 카메라 앞에 있는 것이다. 그걸 한 시간짜리로 편집하면 소위 말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완성도가 높았다는 둥 어쨌다는 둥 맞장구를 친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코미디언들이 '주'로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이것은 '부'인 것이다. 부가 주를 이기는 것은 변칙이지 원칙이 아니다.

주는 이번 주에는 어떤 코미디로, 어떤 연기로 시청자를 웃겨줄까 연구하는 것이다. 또한 게스트의 힘을 빌어 웃기는 것도 반드시 부가 되어야 한다. 자조 자립으로 해내야 진정한 그 게임의 승자이다. 내가 해야 한 것이지, 어떤 상황이나 어떤 초대 손님으로 인해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저 이벤트성으로서 잠깐이면 족하다.

우리 개그 코미디언들은 누구나 능력이 있고 웃길 줄 아는 친구들이다. 그들의 능력을 보고 싶다. 그들의 밥하는 모습, 자는 모습, 뜀박질하는 모습은 이제 사양하고 싶다.

요즘은 누가 뭐라 해도 드라마가 대세이다. 아침 드라마부터 매일 저녁 드라마,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 드라마…, 방송 3사에서 나오는 드라마 제목 외우다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이렇게 드라마 춘추 전국시대이다보니 비건전 드라마나 막장 드라마 같은 말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잘 나가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반대로 잘 안 나가면 관심조차 없게 마련이다.

예전의 코미디 전성기 시대가 바로 이랬다. 코미디가 저질이라는 둥 비교육적이라는 둥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둥 당시는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돌이켜 보니 그만큼 잘 나갔었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작금엔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가 전무하다보니 이러한 이야기조차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코미디 개그맨들의 분발이 필요할 때다. 또한 방송사들도 제작의 불편함을 핑계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된다. 시청자들은 볼 권리가 있다. 시청료를 냈기 때문이다.

우리 동료 후배들의 코미디에 시청자들이 깔깔 웃는 모습을 다시 그려본다. 쩝… 그러기 위해선 필자가 가장 걱정이다. 들린다… 들린다….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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