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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이소라씨, JK김동욱씨, 하차가 최선입니까?

김겨울 기자

입력 2011-06-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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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이소라씨, JK김동욱씨, 하차가 최선입니까?
'나가수' 무대에서 진행하는 이소라(왼쪽),JK김동욱

[소라씨, 동욱씨에게 보내는 편지]



12일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네요. 바로 MC 겸 도전 가수 이소라씨와 또 한 명의 도전 가수 JK김동욱씨. 한 분은 '나가수'의 2번 경연에서 꼴찌를 기록해 탈락, 또 한 분은 무대에서 노래를 2번 불러 재도전 논란으로 하차, 이렇게 말이죠.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난다지만, 두 분과의 헤어짐이 이토록 허전함과 무거움을 안겨주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소라씨, 왜 MC직까지 포기한다는 소문이 들릴까요. 아직까지도 고민 중으로 알려졌는데, 소라씨의 탈락이 '나가수'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에 덜 섭섭했었단 말이죠. 정말 13일 무대에선 볼 수 없을까요. 뒤늦게 고백하지만, 당신의 자리가 너무 큽니다.

당신이 경연, 한 무대 한 무대를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신은 연출도 담아낼 수 없는 시청자와 '나가수'의 가수들을 소통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거든요.이제와 말하지만, 나는 당신이 진행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본래 '나가수'란 프로그램이 경연하기 전까지 진행할 필요도 없고, 진행자의 역할이란 다음 출연자를 쭈욱~ 실수하지 않고 소개하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었습니다. 토크쇼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달랐어요. 아니 당신이었기에 달랐다는 표현이 더 옳은 것 같네요.

옥주현씨가 등장하기에 앞서 '이 사람은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7인의 가수'라고 소개하며, 마음 고생 심했을 그녀의 편에 선 멘트를 해 줄 수 있는 MC가 있을까요. 아니, 그 멘트에 진정성을 담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그리곤 곧바로 '저 , 이 분 참 좋아합니다. 저랑 절대 싸우지 않았어요'라고 너스레를 떨 수 있는 당신, 보고 있다가 무릎을 탁 쳤습니다. 긴장감 백배인 경연을 앞두고, 저런 위트와 여유가 있다니.

잠시 잊고 있었네요. 자신의 이름을 건 '이소라의 프러포즈'를 150회 넘게 진행했고, 수 년 동안 라디오 DJ를 했었던 것을요. '얼굴 없는 가수'였던 김범수에게 '비쥬얼 가수'라고 말하고, 박정현에게 '요정'이란 칭호를 붙여준 감이 쉽게 얻어지는 건 아니죠. 이런 캐릭터 메이킹 역할, 유재석이나 강호동 쯤 되는 MC들이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나가수'가 누군가를 탈락시켜야 내가 올라가는 잔인한 경쟁이 기반이 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가수들끼리 서로 격려해주고, 칭찬해주고, 때로는 위로해주는 모습이 가식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말이죠. 사실 당신이 김건모씨가 탈락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김건모가 탈락해서 나 진행하기 싫어'라고 무대를 박차고 나간 순간부터였어요. 제멋대로다. 철 없다. 무책임하다. 어떤 네티즌들은 그렇게 비난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행동이 나왔던 당신의 마음에 대해서 부정하는 이는 없답니다. 이제 좀 더 여유있는 위치에서 다른 가수들을 위해 MC직을 계속 맡아주실 수는 없을까요. 진행을 하면서 경연까지 참여했던 때보다 좀 더 여유있게 말이죠.

그리고 JK 김동욱씨, 박수칠 때 떠나는 것 멋진 일이죠. 당신은 이번 경연에서 2등을 하고 멋지게 떠났죠. 하지만 '나가수'의 홈페이지는 들어가보셨나요? JK김동욱을 돌아오게 할 방법이 없냐. JK김동욱씨가 꼭 떠나야 하냐.는 글들로 꽉 채워져있는 데 말이죠.

전 봤어요. 당신이 경연을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때도 2등이란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웃지 못하는 모습을요. 이소라씨가 탈락하자,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마냥 본인이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요. 그리고 자진 하차를 밝히는 영상에서 담담하게 말하지만, 벌겋게 충혈된 눈을 봤어요. 당신에게 이 무대가 얼마나 소중하고 절실했던 지 알게 해주네요.

알죠. 당신이 김건모씨의 재도전으로 PD사퇴까지 몰고갔던 재도전 논란을 생각하며 두렵고 죄송한 마음이 컸겠죠. 하지만 같은 논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해요. 당신을 한 번 제 논리로 설득시켜보려 해요.

'나가수'의 룰이 몇 번이나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요.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뽑은 점수로 탈락자가 결정된다는 것이죠. 그건 1명을 뽑았을 때나, 지금처럼 3명을 뽑았을 때나 마찬가지죠. 근데 말이죠.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어떤 구성이냐면요.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주에서 가장 바쁜 월요일에 오후 6시, 아니 오후 5시 30분까지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 와준 분들이란 말이죠.

그 중에는 지방에서 사는 사람도 있고, 제 친구 중 한 명은 회사에 반차를 내고 갔었다네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그런 분들의 소중한 채점 결과란 말이죠. 더군다나 코 앞에서 동욱씨가 긴장하는 모습, 놓치는 모습, 다시 감정을 잡는 모습, 경연을 마치고 신정수 PD가 직접 올라와 패널티를 감안해달라고 말하는 모습까지 모조리 본 분들이란 것이죠. 거기엔 '거짓'이 없었어요.

김건모씨의 재도전의 경우는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없는 곳에서 제작진과 가수들이 결정한 것이었고요. 그래서 화가 났었던 것입니다.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결정했는데, 제작진이 마음대로 룰을 바꿨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같은 '재도전'으로 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란 말이죠.

오늘 당신이 보여줬던 '조율', 2등의 자격이 있었습니다. 가삿말 그대로 꽃도 철새들도 하늘님도 어린 아이들도 보였던 한 편의 드라마같은 감동을 줬죠. 겨우 2곡이네요. '비상'과 '조율' 뿐이죠. 이제 막 동욱씨의 매력에 빠져들 참인데, 너무 이른 이별이 서운하기만 하네요. 그 논란, 꼭 우리가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래서 부탁드려요. '나가수'의 제작진이 마지막에 쓴 문구처럼 다시 무대에 올라와주세요. 이런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면 협박을 해야겠네요. 당신이 자진 하차를 하는 순간, '나가수'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무대가 됐어요. '나가수'가 100M 달리기도 아니고, 훌륭한 가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당신이 틈을 만들어주세요.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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