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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

2003-05-12 12:00

"외모 안따지니 흥행하데요"

가창력 위주 가수 발굴 … 빅마마-세븐 등 대박 행진
◇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에서 음반기획-제작자로 변신한'스타메이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사장

◇ 세븐 ◇ 빅마마 ◇ 거미


 '소울 춤의 1인자'.
 터미네이터, 양군, 춘삼 등의 별명을 갖고 있고, 좋아하는 음식은 비빔국수, 자격증은 광명공고때 취득한 건축설계사, 취미는 사냥과 낚시 그리고 잠자기다. 70년생.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로 92년 '난 알아요'를 발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양현석(34)의 프로필이다.
 헐렁한 힙합바지를 입고 소울춤을 추며 무대를 누비던 '문화파괴의 이단아'였던 그가 음반 제작 및 기획자로 이름을 한껏 날리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후 전문 음반기획사인 양군기획을 설립한 그는 97년 그룹 지누션의 앨범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인 음반제작자로 변신했다. 원타임, YG패밀리, 페리 등의 앨범을 만들었고 힙합 전문잡지 바운스의 창간과 힙합 전문 클럽 'nb' 등을 운영하면서 힙합계의 1인자로 우뚝 섰다. 98년 8월 솔로앨범 'Yang Hyun Suk'을 발표한 것을 끝으로 가수의 꿈을 접었다.
 대신 후배 가수 양성에 열정을 쏟고 있는 양현석의 뛰어난 음악철학과 스타메이킹 전략을 들어봤다.

 
빅마마 기획땐 모두 "망한다" 말려

MP3로 음반 판매 치명타 속상해
이달 日쇼케이스 … 한국가요 진면목 보일터
 -요즘 어때요. 가요계가 불황이라고 하던데.
 ▲ 행복합니다.(의외다. 모두 다 죽는 소리를 하는 마당에 웬 행복? 역설적인 외교적 멘트?) 제가 기획한 빅마마, 거미, 세븐 등의 노래가 연속 행운의 대박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대박 비법이 있을 것같은데.
 ▲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깬 것입니다. 2년전 어느날 인형같이 예쁜 여자그룹이 TV에 나온 모습을 보고 박경진씨(휘성의 제작자)와 함께 모종의 음모(?)를 꾸몄어요. 가수는 가창력으로 승부를 걸어야는데 얼굴로 승부를 건다? 우리는 얼굴은 예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4명의 여자를 뽑자. 그리고 성형수술을 하면 계약을 파기한다는 조건도 넣자. TV에도 출연시키지 말자고 맹세를 했어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여성 4인조 그룹이 빅마마입니다.
 -위험부담을 가진 셈인데 다행히 성공했네요.
 ▲ 네, 주위에서 망할 게 뻔한 짓을 한다고 만류했어요. 그런데 빅마마의 '브레이크 어웨이'가 뮤직박스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하고 있잖아요.
 -또다른 성공사례는.
 ▲ 가수는 있고 스타가 없다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100% 라이브만 고집하는 세븐입니다. 성산중 3때인 16살때부터 4년 동안 키워서 만들어냈습니다. 마루청소를 시키면서 목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노래연습과 춤연습을 시켰어요. 다행히 잘 따라왔지요. 그동안 몇몇 아이들은 힘이 들다면서 도중에 그만둔 경우도 있었어요. 흑인음악인R&B로 뜨고있는 신인인 세븐은 CF에서도 대박을 터뜨렸어요. 6개월짜리 지면광고에 1억원의 개런티를 받았어요. 그가 모델인 힐리스(바퀴달린 신발)는 벌써 매진사례라면 믿겠습니까. 휘성도 2002년 신인상을 휩쓸면서 붐을 일으키고 있고 젊은층을 공략한 지누션은 1집이 70만장, 원타임은 현재 3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어요.
 -연속 대박행진이니 돈도 많이 벌었겠네요.
 ▲ 네, 우리 소속사가 세들어있는 이 건물에 애착이 많이 가지요. 처음엔 지하실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1층, 2층, 3층까지 점점 넓혔어요. 내년쯤이면 터가 좋은 이 건물을 사들일 겁니다.
 -가요계가 정말 불황입니까.
 ▲ 요즘에 30만장을 판매하면 옛날의 100만장을 판 것과 똑같이 대박이라고 해요. 그만큼 음반 판매량이 뚝 떨어졌어요. 원인은 공짜음악인 MP3가 퍼짐으로써 불황이 한층 가속화된 겁니다. 또한 음반 제작-기획자들의 안이한 매너리즘 태도도 한몫 했다고 봐야합니다.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려는 도전의식이 좀 약한 것같아요. TV를 보면 맨날 비슷비슷한 그룹이 나와서 개성이 없어요. 그러니 팬들이 식상해하고…. 이렇게 간다면 내년쯤이면 음반기획사의 80%가 문을 닫을지도 모릅니다.
 -유니버설 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 BMG, EMI 등 세계 5대 메이저 회사들도 MP3의 불법다운로드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공짜음악인 MP3의 불법다운로드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터넷 고속도로가 잘 깔린, 인터넷 강국입니다. 하지만 문화정책자들이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펼친 결과, 인터넷의 순기능만 강조되고 MP3같은 역기능은 무시해버린 거죠.
 -문화상품으로서 음반은 어떤 가치를 갖나요.
 ▲ 음반, 가수 등 문화상품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무한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물안의 개구리같은 의식을 탈피해서 많은 가수와 음반을 해외로 진출시키는데 관심과 열정을 쏟아야할 겁니다. 우리는 조만간에 빅마마와 세븐을 일본에 진출시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에 빅마마의 일본 쇼케이스가 열립니다. 600여명의 일본 음반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빅마마의 진면목을 확실하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미 우리 대중음악은 한류열풍으로 수출의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음악과 어떤 비교경쟁력이 있을까요.
 ▲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가무(歌舞)를 즐겼어요. 따라서 같은 핏줄인 젊은이들의 노래실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한수 위입니다. 아시아 문화의 중심부인 일본을 공략하면 다른 나라에도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흑인음악인 R&B의 경우 우리나라 가수들의 적응력과 재창조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소화력이 빠른 편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R&B 돌풍을 충분히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가수였는데 앞으로 노래를 안 부를 겁니까.
 ▲ 주위에서들 언제 판을 내느냐고 물어와요. 저는 이제 가수라기보다는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실력있는 후배들을 키우는데 온힘을 쏟을 겁니다. 저의 회사엔 20여명의 스타예비생들이 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저의 노래를 좋아한 팬들이었고 그래서 저를 '존경하는 형'으로 보기 때문에 호흡을 맞춰나가기가 훨씬 편합니다. < 전문기자 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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