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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0% 기적에 도전하는 KCC. 그들은 어떻게 PO에서 '슈퍼팀'이 됐나

류동혁 기자

입력 2024-04-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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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기적에 도전하는 KCC. 그들은 어떻게 PO에서 '슈퍼팀'이 됐나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슈퍼가 무너졌다"



KCC 전창진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이렇게 말했다. KCC가 정규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던 시기였다.

올 시즌 KCC는 '슈퍼팀'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난 시즌 허 웅과 이승현을 데려온 KCC는 올 시즌 SK에서 FA로 풀린 최준용을 데려왔다.

송교창도 가세했다. 리그 최고의 윙맨 자원을 확보했고, 라건아 이승현 등 국가대표급 빅맨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허 웅도 있었다.

단, 시간이 필요했다. 손발을 맞춰보는 시간이 짧았다. 최준용 송교창 등 주력 선수들의 부상이 있었다.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당연히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잦은 부상으로 체력적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결국 느슨한 수비, 끈끈하지 못한 팀 조직력, 그리고 떨어진 활동력을 선수 개개인의 기술과 득점력으로 대체했다. 경기력은 꾸준하지 못했다. DB, SK, LG 등 강팀과의 대결에서는 반짝 승리를 얻기도 했지만, 낙승이 예상됐던 끈적한 약팀과의 대결에서는 의외로 고전하면서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슈퍼팀이 무너졌다'는 보도가 계속 나왔고, 전 감독은 "(동네) 슈퍼가 무너졌다. 슈퍼팀이라 할 수 없다. 선수들이 코트에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불안함은 가중됐다. 전창진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코드'도 살짝 어긋났다. 전 감독은 철저한 준비와 명확한 수비, 그리고 정확한 패턴에 의한 확률 높은 농구 등 '이기는 농구'를 할 수 있는 사령탑이다.

단, KCC의 코어들은 단발성 공격과 수비보다는 공격에 좀 더 집중하는 플레이가 있었다. 출전시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존재했다.

KCC는 결국 정규리그 5위를 차지했다. 전 감독도, 선수들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전 감독은 "창피한 일이다"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단, 팀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개인 미팅과 구체적 플레이 지침을 계속 강조했다.

위기감을 느낀 선수단도 제대로 반응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라건아는 전 감독과 시즌 중반 면담을 했다. 라건아는 올 시즌을 끝으로 KCC와 계약이 끝난다.

전 감독은 "나도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라건아도 마지막이라 생각한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라건아는 '배수의 진'을 쳤다.

시즌 막판, KCC는 강력한 트랜지션 농구를 펼쳤다. 이때부터 반등의 계기가 마련됐다. 주력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최준용 송교창 등의 몸상태도 청신호가 켜졌다.

공격 시스템을 확립한 KCC는 플레이오프 직전 약점인 수비 시스템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D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에피스톨라를 과감하게 플레이오프 6강에 기용했다. 이호현은 공격력이 좋은 주전 포인트가드지만, 수비에서는 단기전에 손색이 있다고 봤다. 완벽하게 적중했다. 에피스톨라는 6강 김선형, 4강 이선 알바노를 꽁꽁 묶었다. 중요한 순간 클러치 3점포도 터뜨렸다. 그의 맹활약으로 팀의 수비 에너지 레벨이 극적으로 향상됐다. 팀원 전체가 강력한 자극을 받았다. 외곽 수비의 약점을 없앤 KCC는 점점 무결점 팀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행한 강력한 로테이션, 이른바 '슈퍼 로테이션'도 한 몫했다.

전 감독은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허 웅을 언제 어디에 투입할 지에 대한 생각이다. 그의 체력 조절이 로테이션의 첫번째 관건"이라고 했다. 클러치 능력이 있는 허 웅을 승부처에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디테일한 방식이다.

최준용에 대한 기용법도 마찬가지였다. 체력적 부담감이 있는 최준용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두 선수의 로테이션이 절묘하게 맞춰지면서 공수 밸런스가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결국 4강에서 정규리그 1위 원주 DB마저 무너뜨렸다. 3승1패. 승리한 3경기 모두 완승이었다.

정규리그 5위였던 KCC는 0%의 기적을 향해 나가고 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정규리그 5위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역사는 없다. KCC는 해냈다. 챔프전 진출이 확정된 뒤 전 감독은 "건방진 얘기인 지 모르지만, 6강에서 SK도, 4강 DB도 신경쓰지 않았다. 우리 농구만 한다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챔프전에서 LG, KT 누가 올라오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고도의 심리전이 깔려 있다. 지금 완벽한 기세를 날카롭게 유지함과 동시에 플레이오프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슈퍼 로테이션'을 돌리는 KCC 특유의 농구를 한다면 상대가 어떤 팀이든 충분히 승리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슈퍼팀'이 된 KCC. 과연 챔프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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