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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우? 김단비? 역대급 '업셋' 우리은행. 최강 KB를 넘어선 비결. "끝없는 준비의 저력"

류동혁 기자

입력 2024-03-3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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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우? 김단비? 역대급 '업셋' 우리은행. 최강 KB를 넘어선 비결. …
사진제공=W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지난해 11월5일 여자프로농구 개막전 우리은행과 BNK의 경기.



74대70으로 우리은행이 접전끝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52)의 머리는 새하얘졌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올 시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에서 야심차게 데려온 유승희가 시즌아웃 부상을 입었다. 이미 두 차례 부상 이력이 있었던 우측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위 감독은 "일단 세차례 십자인대가 끊어진 유승희의 선수생활이 걱정됐다. 2년 간 준비했던 청주 KB전 플랜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했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압도적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위 감독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리그 최고선수인 박지수는 지난 시즌 공황장애 증세로 제대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위 감독은 "작년 우승에 박지수가 없었다. KB와 진검승부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박지수가 있어도 이길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야만 했다"고 했다.

FA로 풀린 김정은이 하나원큐로 이적했다. 박혜진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신한은행에서 유승희를 데려왔지만, 개막전 시즌아웃. 위 감독은 "역시 세상에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은 새삼 느꼈다"고 했다.

주전 의존도가 많은 우리은행 입장에서 3명의 코어 이탈은 전력의 급감을 의미한다. 챔프전 2연속 MVP를 차지한 김단비 역시 정규리그 인터뷰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었다. 너무 불안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엄살'이 아니었다. 김단비와 박지현 최이샘이 있었지만, 나윤정, 이명관은 풀 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는 식스맨. 촉망받던 가드 김은선 역시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벤치 자원이 '전멸'이었다.

전력의 한계를 절감한 정규리그였다. 박지수가 부활하고, 강이슬 허예은 등의 코어와 풍부한 벤치자원을 가진 KB에게는 역부족이었다. KB는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이었고, 모든 전문가들은 KB의 플레이오프 압도적 우승을 점쳤다.

반면, 우리은행은 4강에서부터 불안했다. 1차전 삼성생명에게 패배. 내리 세 차례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챔프전에서 KB에게 '1승만 거두면 잘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팽배했다.

하지만, 역대급 명승부를 펼치며, 3승1패로 챔프전 2연패를 달성했다. 1차전 10점 차 리드를 뒤집었고, 3차전 16점 차 대역전극을 펼쳤다. 3차전을 직관한 남자농구 최고 명장 유재학 감독은 "전술, 전략을 말하기 앞서,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는 DNA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끝까지 따라붙는 힘이 남녀 농구 통틀어 가장 뛰어난 팀"이라고 극찬했다.

최강 KB를 '업셋'한 우리은행의 진정한 비결은 뭘까. 위성우 감독, 전주원, 임영희 코치의 여자농구 최강의 코치진? 물론 영향이 있다. 리그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김단비, 박지현, 박혜진, 최이샘의 뛰어난 선수들? 역시 영향이 있다.

단, 핵심 이유는 우리은행이 '자신만의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절대적 힘 자체를 계속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김단비는 "우리는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모든 준비를 한다. 언제, 어디서도 쓸 수 있는 전술을 비 시즌 계속 준비한다. 그리고 경기를 뛴다. 그리고 또 준비한다. 1년 내내 준비의 연속"이라고 했다. 박지현은 "이번 챔프전은 정말 모든 것을 쥐어짰다.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훈련했던 힘이다. 감독님은 항상 '체력에 한계에 부딪쳤을 때, 그때 뛰라'고 항상 말씀하신다"고 했다. 위 감독과 우리은행 왕조를 이룩한 박혜진 역시 "한계에 부딪쳤을 때, 일어나는 힘은 우리 팀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많이 훈련한다"고 했다.

위 감독은 "이번 챔프전을 통해 왜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 지 새삼 느꼈다. 선수들이 잘 지켰다. 정규리그 끝나고 훈련을 많이 했고, 6~7명의 선수가 영혼을 갈아넣으면서 뛰었다. 감독으로서 미안했지만, 자신 있었다.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준비의 저력'을 보였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은 핵심 비결이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2연속 챔프전 우승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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