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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남자농구 대표팀 발탁논란에서 빠진 핵심 미스터리,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류동혁 기자

입력 2021-01-27 12:16

 남자농구 대표팀 발탁논란에서 빠진 핵심 미스터리,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
2018년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최근 며칠 간 프로농구 최고의 이슈는 대표팀 발탁논란이었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다. 냉정하게 보면 이 사실이 핵심이다. 당사자들의 얘기도 엇갈린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거나, 왜곡하고 있다. 대표팀 발탁 논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왜 이 핵심이 발탁 논란에서 빠졌을까. 또, '진실 게임'에서 진짜 팩트는 뭘까.

▶발탁 논란 간단 정리

이미 모든 언론에서 발탁 논란은 나왔다. 간단하게 정리하자.

대한민국농구협회가 2월 열리는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예선 남자농구대표팀 명단을 발표. 2월18일부터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 참가를 위해서다. 당초 필리핀에서 열리기로 예정됐지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필리핀 당국의 개최 불허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라건아(KCC) 이승현(오리온) 김종규(DB) 허 훈(KT), 변준형(KGC), 김낙현(전자랜드), 안영준(SK), 이관희(삼성), 김시래(LG), 전준범(현대모비스) 강상재(상무), 여준석(용산고)이 12인 엔트리에 들어갔다.

2가지 변수가 있었다. ▶코로나 변수로 인한 귀국 후, 2주 자가 격리 ▶정예를 꾸리지 않고도 본선 2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2가지 변수다.

약체들이 참가하는데, 굳이 순위 싸움이 치열한 KBL 리그에 지장을 주는 정예들을 뽑을 필요가 있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대표팀 발탁을 책임지는 경기력 향상위원회는 많은 고민을 했다. 추일승 경기력 향상위원장, 김상식 대표팀 감독, 이상윤 상명대 감독, 서동철 KT 감독, 이상범 DB 감독, 양형석 중앙대 감독으로 구성. 이상범, 양형석 감독은 일정 상 불참했고,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4가지 발탁 방법이 있었다. ▶대학+상무 선수 위주로 선발 ▶프로 2년 차 이하의 선수들과 대학+상무 선수 위주로 선발 ▶형평성을 고려, 10개팀 1명 정예 발탁 ▶최정예 멤버 발탁 이었다.

경향위의 선택은 10개팀 1명 정예 발탁이었다. 4가지 안 중 3번째 안을 경향위에서 발탁 기준으로 삼은 배경은 너무나 중요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진실게임'이 발생한다.



▶프로 감독들의 이기주의가 논란을 이상한 방향으로 흘렸다

그런데,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강을준 감독이 공식 인터뷰에서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고 했다. 이른바 대표팀 발탁 관련, '음모론'의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 '음모론'은 강화위원회가 주도해 특정 구단을 밀어준다는 의미. 하지만, 전후사정을 고려하면 맞지 않는 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추일승 경향위원장, 김상식 감독은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사실, 강을준 감독의 발언 이전, 추 위원장에게 프로 감독들의 물밑 접촉이 있었다.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로 여러 얘기를 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김낙현을 뽑으면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상식 감독은 "대표팀 발탁에 관한 논란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런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미 신뢰도가 깨졌다고 판단, 사퇴할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사건 때문에 실제 가장 중요한 경향위가 왜 '10개팀 1명 정예 밭탁'이라는 기준을 삼았는 지에 대한 핵심 의문이 쏙 빠졌다.



▶진실게임

추일승 경향위원장은 '10개팀 1명 정예 발탁'이라는 기준을 두고 "대표팀 정예를 뽑아야 한다는 점, 만에 하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에게 잡힐 경우 후폭풍이 있다는 점, 이 기준점이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의 최대공약수를 맞추는 방법이라는 점 때문에 결정했다"고 했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 보자.

경향위도 사실, 결정 이전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위에서 말한 2가지 변수(코로나 시국, 최정예 동원할 필요가 있나)에 따른 협회와 연맹의 이해관계, 농구 팬의 여론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즉, 발탁 기준 결정 과정에서 추일승, 김상식, 서동철, 이상윤 등 모든 위원들의 의견은 제각각 달랐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단, 이들의 공통점은 '너무 민감한 사안이다. 경향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협회와 연맹의 의견을 청취한 뒤 기준점을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이 때, 진실게임이 발생한다. 이미 경향위 회의 이전, 농구협회 실무진과 KBL 실무진은 한 차례 회의를 가졌다. 의견 조율을 위해서다.

협회 실무진은 ▶최정예 ▶10개 구단 1명 정예 차출 이라는 2가지 의견을 내놨고, KBL에서는 ▶대학+상무 선발 ▶프로 2년 차 이하 선수 발탁 및 대학+상무 선발이라는 의견을 냈다.

협회와 연맹 실무진 모두에게 확인 결과 '명확한 기준이 도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경향위원들이 '협회와 연맹의 의견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하자, 경향위에 참석한 협회의 한 직원(협회 연맹 실무진 회의에 참석했던 책임자가 아니라 다른 직원이 참석했다)은 'KBL에서도 10개 구단 정예 1명 차출은 가능하다는데 동의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부분은 추일승 서동철 이상윤 위원이 공통적으로 들었다고 말한 부분이다.

결국 추일승 감독은 "그렇다면 KBL이 10개 구단 1명 정예 차출이 동의가 됐으니, 협회의 공통 분모가 생긴다. 그렇게 결정하면 되겠다"고 했고, 최종 선택을 하게 됐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기자가 '만약, KBL과 협회가 10개 구단 1명 정예 차출이 동의되지 않았으면, 경향위에서 다른 방법을 고려했을 수 있나'고 묻자 추 위원장은 "당연하다. 변수가 많고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계속 고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농구협회와 KBL의 실무진 회의에서는 이런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KBL 실무진에게 확인했고, 협회 실무진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즉, 경향위에 협회 직원이 'KBL 10개 구단 정예 1명 차출'에 대한 얘기 자체가 실체가 없었다.

실무진 회의에 들어갔지만, 경향위 회의에는 불참했던 문성은 대한농구협회 사무처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경향위의 녹취록이 있다. 협회 직원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차 '경향위가 결정적으로 참고했던 10개 구단 정예 1명에 대한 KBL 동의를 얘기한 적이 없나'라고 묻자 "녹취 파일 확인 결과 없다"고 했다.

발탁 기준점이 모호했던 경향위는 협회와 연맹의 실무진 회의 동의 내용을 기틀로 '10개 구단 1명 정예 선발'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결국 대표팀 발탁 논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결정적 근거였던 실무진의 동의는 없었다.

대표팀 발탁 핵심의 '진실게임'이다. 한편, 방 열 농구협회장은 '최정예 멤버로 3전 전승을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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