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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신장제한 폐지 후 첫 FA시장…'빅맨은 울고싶다'

최만식 기자

입력 2019-05-16 05:20

용병신장제한 폐지 후 첫 FA시장…'빅맨은 울고싶다'
2019년 FA 협상에서 원소속팀 LG와의 1차 협상에서 연봉 6억원으로 재계약한 가드 대어 김시래. 사진제공=KBL

'골밑형 빅맨은 시대의 희생양?'



물밑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남자프로농구 FA(자유계약선수) 1차(원소속 구단) 협상이 끝났다.

한국농구연맹(KBL)이 15일 1차 협상을 마감한 결과 총 56명의 FA 가운데 27명이 재계약에 성공했고 21명(LG 김종규 공시보류 포함)이 결렬, 8명은 은퇴를 선택했다. 절반 이상이 1차 협상에 실패한 셈이다.

이번 FA 협상은 '대어급'의 행선지 외에도 또다른 이유로 관심을 끌었다.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제도가 폐지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FA시장이었기 때문이다.

KBL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그동안 적용해왔던 외국인 선수의 신장 제한을 폐지하고 2명 보유에 1∼4쿼터 모두 1명 출전토록 했다. 여기에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최근 3시즌 동안 10경기 이상 출전 경력을 제한했던 것도 없앴다.

종전에 단신-장신 신장 제한을 뒀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였다. 지난 시즌까지 용병을 '빅맨', '스몰맨'으로 구성했던 각 구단들도 제도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용병 제도로 인해 가장 먼저 드러난 현상이 KBL 사상 최초로 10개 구단 모두가 기존 용병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NBA 경력까지 갖춘 신장 무제한의 용병을 찾을 수 있는데 신장 제한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은 데서 영입한 기존 용병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까닭이다. 새로운 바람은 국내 선수 FA 협상에서도 나타났다.

이번 FA들의 1차 협상 결과를 프로필상 포지션 별로 분류한 결과 재계약에 성공한 27명 가운데 센터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한 선수 20명 가운데 센터 포지션은 김승원(2m2·KGC), 한정원(2m), 김우재(1m96·이상 DB) 등 4명이었다. 은퇴를 선택한 하승진(2m21·KCC), 최우연(1m96·전자랜드)까지 포함하면 총 6명이다. FA 대상에 오른 센터 전원이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해당 선수에겐 안타깝지만 예견된 일이었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의 변화라고 설명한다. 다음 시즌부터 용병 신장 제한이 풀리면서 토종 빅맨들의 효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골밑 플레이-단거리 슈팅에 의존하거나 몸싸움에서 이른바 '잘 비비는' 덩치형 센터는 설 자리가 더 줄었다.

센터 선수와의 1차 협상에 실패한 구단 관계자는 "용병 2명 보유 1명 출전이면 파울 10개(5반칙 퇴장X2명)까지 기회가 있는 셈인데 한 경기 소화하는데 충분하다. 굳이 국내 센터를 용병의 파울 아웃 대비용으로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토종-용병의 트윈타워 농구를 선호하는 팀도 있겠지만 그것도 팀내 베스트급일 경우 살아남는다. 종전 신장 제한때는 높이를 메워 줄 자원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1차 협상이 결렬돼 타구단과의 협상 시장에 나온 김승원이다. 김승원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센터 식스맨으로 요긴하게 활용됐던 자원이다. 2018∼2019시즌 국내 센터 공헌도 순위 7위였다. 몸무게 110kg대로 과거 정통 센터로는 제격이었지만 먼거리 슈팅 능력이 상대적 열세여서 필요성이 떨어졌다. KGC 관계자는 "김승원과 협상하면서 사실 안타까웠다. 용병 제도가 바뀌지 않았다면 FA시장에 나갈 경우 연봉 2억원도 가능한데 자신도 달라진 처지를 알았는지 이번에 대폭 낮춰 불렀다" 며 "달라진 시대의 희생양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스몰맨 가드나 슬림한 체형에 슛 잘 쏘는 장신 포워드들은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용병 신장 제한이 풀리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단신 용병을 데려올 필요가 없는 만큼 똘똘한 가드가 더욱 귀해졌다.

이번에 연봉 6억원에 재계약한 LG 김시래는 FA협상 전부터 LG가 만약 시장에 내놓는다면 서로 모셔갈 선수 1순위였다. 구단의 은퇴 권유를 받고도 시장에 나온 베테랑 가드 전태풍(KCC)도 가드 품귀 현상 덕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신 포워드 김상규(2m1·전자랜드)와 최현민(1m96·KGC)은 요즘 트렌드인 '포워드 중심 농구'에 가치가 높아져 FA시장에서 나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1차 협상을 결렬한 것으로 알려졌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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