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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신한은행 사태와 썩은 아마농구. 왜 수장들은 나서지 않을까

류동혁 기자

입력 2019-03-14 07:00

 신한은행 사태와 썩은 아마농구. 왜 수장들은 나서지 않을까
이 장면처럼 농구를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의 순수한 모습을 농구인들은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한다. 좋은 선수가 되기위해 실력을 쌓고, 마음껏 플레이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의 썩은 아마농구의 시스템은 무너뜨려야 한다. 지금 아마 농구는 흑막이라는 안개로 가득찬 늪같은 느낌이다. 워낙 썩어서 대대적 개혁을 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 사진제공=KBL

씁쓸하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박성훈 신임 코치가 선임 3일 만에 사퇴했다.



2가지 문제가 걸렸다. 프로농구 전례없던 친형제 코칭스태프. 친형 박성배 신임 감독이 '동생'을 불렀다. 신한은행 프런트는 별다른 '검증'이 없었다.

광신정산고, 인헌고 코치 시절 '폭행' 소문이 돌았다. 두 학교에서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는데, 돈 문제 혹은 폭행 문제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과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부랴부랴 신한은행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박 전 코치는 신한은행 이정희 사무국장과의 면담에서 '몇 차례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해프닝은 있었지만,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상반된 주장이 대두됐다. 당시 광신정산고 학부형과 졸업한 한 선수는 "골대 밑 사각지대에서 폭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박 코치의 '폭행 논란' 문제는 '진실게임'으로 변했다. 박 전 코치의 주장과 광신정산고 일부 학부모, 그리고 졸업생의 말이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박 코치가 몸 담았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받은 인헌고 김승기 전 감독은 "'어떤 문제'로 인해 임기를 못 채웠다. 얘기할 순 없다"고 했다. 기자가 접촉한 몇몇 학부모들은 대답을 회피했다. 행여 자식에게 피해를 갈 것을 우려한 '부모님의 마음'이었다.

'사실 관계' 증명이 필요한 부분. 신한은행은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박성훈 전 코치의 사퇴로 사태를 봉합하려고 있다.

신한은행 측은 '박성훈 코치가 아마추어 지도자 시절 폭력 논란과 관련해 구단과 감독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신한은행 측은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자체적 조사를 하고 있다. 폭행이라는 표현을 쓰기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학부모가 몰아간 측면도 있다'며 '선수를 특정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고, 특정 스킬 트레이너와 연계해 강습하는 과정도 연루됐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났고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후, 결국 박 전 코치는 사퇴를 선택했다.

문제는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이 '봉합 차원'에서 일단락되려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소문'은 특정 인물이나 특정 학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매년 대상을 바꿔 우후죽순처럼 흘러나온다. 왜 그럴까. 관행처럼 행해지는 아마 농구의 썩은 시스템 때문이다.

농구에 인생을 건 중, 고교 선수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모든 것을 건다. 감독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 그런데 월급은 교육청 50%, 지원금 50%의 형태로 나온다. 학교에서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지원금은 학부모들이 '십시일반'하는 형태다. 이런 형태가 '대학 진학'이라는 구조와 결합되면서 '돈'과 '폭행'이 교묘하게 결합하는 토양이 만들어진다. 얼마 전 전통의 명문 농구고교에서 A코치가 제자를 폭행, 경찰 조사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런 토양 때문이었다.

복수의 정통한 아마 관계자들은 "최근 폭행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 돈 문제다. 일부 비양심적 지도자들은 학부모들에게 많은 지원금을 요구하거나, 대학 진학을 위해 돈을 암암리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런데, 세상에 드러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일단 돈을 받은 지도자나 돈을 건네준 일부 학부모 모두 함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쌍방 모두 법적 조치를 당해야 한다. 돈을 건넨 학부모의 경우, 자식의 인생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단, 지도자의 약속을 믿고 돈을 건넨 일부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이 좌절되면 교육청에 투서를 한다. 이때, 학교 측은 해당 코치에 사표를 받는 형식으로 '봉합'한다.

실제 몇 해 전 지방 고교의 대형 유망주 부모와 해당 학교 감독과 결탁, 또 다른 학부모로 부터 대학 진학을 빌미로 거액의 돈을 빌리거나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 해당 선수는 현재 프로에서 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일단락되며, 또 다른 비리가 발생한다. 하지만, 외부로 누출되는 일이 거의 없다. 사표를 낸 코치는 또 다른 학교로 간다. 또 다시 되풀이 된다. 참, 특이한 구조다. 농구계 한 관계자들은 "지금 2019년이지만, 아마농구 비리 지도자의 의식구조는 1980년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에는 돈 문제가 아마 농구의 가장 큰 병폐다. 하지만 이 문제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구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일단, 아마 농구계의 자정 노력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두번째는 거대 외부 기관의 전수조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 비리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자는 "명확한 증거가 있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조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현 시점에서 아마농구의 병폐는 매우 심각하다. 농구발전의 뿌리를 갉아 먹고 있다. 훈련에 집중해야 할 중, 고교 농구 선수들과 뒷바라지 하는 선량한 대다수 학부모들이 제 1의 피해자. 농구를 존중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선량한 일부 지도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중-고교, 대학 농구연맹의 수장이 나설 필요가 있다. 농구 후배, 농구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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