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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KBL 홈 콜의 실체와 몸통

류동혁 기자

입력 2017-11-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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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KBL 홈 콜의 실체와 몸통
올 시즌 홈 콜 의혹이 계속 나온다. 홈 원정의 파울갯수, 자유투 획득 갯수의 편차가 극심하다. 개개인 심판들의 문제일까. KBL 심판들의 모습. 사진제공=KBL

국가대표 차출로 일단 남자프로농구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이상한 수치들이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홈콜이 너무 노골적"이라고 한다. 실제 경기들을 보면, 의심이 간다.

지난 시즌 KBL은 1라운드가 끝난 뒤 보도 자료를 뿌렸다. '홈 승률이 70%가 넘었다'는 내용. NBA보다 홈 승률이 더 높다는 자화자찬이었다.

김영기 KBL 총재는 항상 홈팀 승리에 대해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올해 1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과 인터뷰에서 "홈팀 승률을 판정으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럴까. 올 시즌에도 '합리적 의심'이 가는 대목이 있다. 기괴한 홈콜, 과연 루머에 불과할까. 그 실체를 살펴보자.

▶첫번째 기록

11월23일 현재, 남자프로농구는 76경기를 치렀다. 홈팀의 파울 갯수는 1394회다. 경기당 평균 18.34회의 파울. 원정팀은 1484회다. 평균 19.52회다.

자유투 획득 갯수를 보자. 홈팀은 1361회, 경기당 평균 17.91개를 획득했다. 원정팀은 1261회. 평균 16.59회다.

파울 갯수는 홈, 원정 편차가 90개(경기당 평균 1.18개), 자유투 획득 갯수는 홈, 원정 편차가 100회(경기당 평균 1.32개)다.

아무리 프로에서 홈콜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편차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4~5차례 경기를 계속 보다 보면, 눈에 띄는 하나의 현상이 있다.

원정팀의 경우, 골밑 돌파 시 바스켓 카운트를 얻는 파울이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항의하는 빈도가 높다. 반면 홈팀의 경우, 쉽게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낸다.

워낙 많아서 일일이 예를 들 수 없다. 4~5차례 정도만 경기를 보면 이런 공통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 매우 교묘하지만, 노골적 홈 콜이다.

KBL 측은 항상 "홈팀 승리를 위해 절대 판정을 유리하게 불지 않는다"고 한다. 김영기 KBL 총재와 이재민 전 KBL 경기본부장 역시 "매 경기 심판 콜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심판부 보고서가 나오고, 심판 랭킹도 정해진다"고 항상 강조해 왔다. 원칙적 얘기를 하지만, 그 실제 내용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KBL의 주장과 달리, 노골적 홈, 원정의 파울과 자유투 갯수의 편차가 존재한다. 단지, 개개인 심판진의 역량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꾸준히 홈에 유리한 방향으로 심판 콜의 수치가 나온다. 수치 자체가 조직적 홈콜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개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KBL에서 '고위 수뇌부'밖에 없다. 이런 '합리적 의심'은 두번째 기록에서 더욱 신빙성을 더해준다.

▶두번째 기록

2014~2015 시즌을 보자. 당시 김 총재의 취임 첫 시즌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곧바로 '외국인 쿼터제 확대', 'FIBA 룰 도입' 등의 이슈가 있었다.

'득점=흥미도'라는 비상식적 '수사'를 김 총재가 입에 달고 다녔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매우 흥미로운 판정 경향이 있었다. 1라운드, FIBA 룰 도입과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몸싸움에 대한 기준을 상당히 완화시켰다. 웬만한 몸싸움은 콜이 불리지 않았다.

문제는 득점이었다. 저득점 경기가 계속되자, 몸싸움에 대한 휘슬 '봉인'을 풀어 버렸다.

그 결과, 파울 갯수가 극적으로 변했다. 1라운드 총 1526개의 파울. 2라운드 1708개, 3라운드 1849개, 4라운드 1788개, 5라운드 1651개, 6라운드 1651개가 불렸다. 1, 2라운드의 파울 편차가 무려 182개다.

라운드별 파울 갯수가 극적으로 변하는 리그는 세계 어디를 봐도 찾기 힘들다.

심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즉, KBL 고위 수뇌부에서 '판정 기준' 자체를 바꿔버렸다.

KBL의 말처럼 "매 경기 심판 콜을 분석하고 평가한다"면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없다. 즉, 김영기 총재를 비롯한 KBL 고위수뇌부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심판부가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들이다.

지난 시즌 남자프로농구는 관중 100만을 채우지 못했다. 인기 바닥을 떠나서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경기 승패가 '홈콜'로 만들어지는 것은 재앙이다. 김 총재 스스로가 그토록 강조했던 '흥미도'를 완전히 파괴하는 행위다. KBL 측은 "홈팀 승률이 많이 떨어졌다. 홈콜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객관적 전력이 가장 강한 SK가 원정만 11차례(홈 5차례)를 치렀던 사실만 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 총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총재직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하지만 여전히 그와 그가 임명한 고위 수뇌부가 내세웠던 비상식적 '핵심 이슈'는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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