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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삼성-KT 8강전, 중요했던 2가지 테스트

류동혁 기자

입력 2016-08-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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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KT 8강전, 중요했던 2가지 테스트
주희정의 2대2를 이용한 골밑 돌파 장면. 김태술과 함께 투 가드 시스템을 활용했다. 삼성의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할 키 포인트 중 하나다. 사진제공=KBL

2016 프로-아마 최강전은 약간 애매하다. 프로팀 입장에서는 시즌 전 전초전 느낌이다.



우승팀 5000만원, 준우승팀 2000만원, 4강팀 1000만원 등의 상금이 걸려 있지만, 선수들의 부상과 에이스의 컨디션 조절 등을 고려해야 한다.

25일 삼성과 KT의 8강전. 이날 양팀 간판 문태영(삼성)과 조성민(KT)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문태영은 부상, 조성민은 이틀 전 3차 연장의 여파로 인한 선수 보호차원이었다. KT 조동현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20분 이상 뛰기 때문에 배려해 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팀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도 없었다.

하지만, 양팀의 경기력 속에서 올 시즌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칠 두 가지 주요한 테스트가 있었다.

▶김태술과 주희정, 투 가드 시스템

올 시즌 삼성의 관건은 '빅 라인업'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이냐는 점이다. 센터 라틀리프와 김준일, 문태영과 장신 슈터 임동섭(1m98)까지 버티고 있다.

높이가 좋지만, 약점도 있다. 골밑의 좋은 득점력을 가지고 있고, 상대팀 입장에서는 높이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 농구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외곽 약점과 수비 세밀함의 부족, 그리고 단순한 공격은 '빅 라인업'이 가져가야 할 필연적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약점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삼성 성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태술을 데려왔다. 지난 시즌 KCC에서 부진했지만, 여전히 최상급 리딩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몸 컨디션을 회복하면 득점에서도 쏠쏠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과는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높이는 좋지만,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작점이 주희정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삼성은 주희정과 김태술의 투 가드 시스템을 사용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고, 문태영이 없기 때문에 생긴 불가피한 선택. 하지만,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기회이기도 했다.

삼성은 빅 라인업의 특성상, 골밑과 미스매치,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외곽 3점슛 찬스 등을 노리는 단순한 공격루트가 주를 이룬다. 삼성의 골밑 공격은 매우 파괴적이지만,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는 요소이기도 하다. 즉, 또 다른 보조 공격 수단이 필요한 삼성이다. 2대2 공격의 비중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격 루트를 좀 더 다양화할 수 있고, 높이를 막는데 집중할 상대 수비의 의표를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두 선수는 유난히 돌파가 많았다. 김준일을 이용한 2대2 공격을 세팅하는 시점에서 미세하게 나오는 상대의 수비 약점을 그대로 공략했다. 센스와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두 선수는 이런 요소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뻑뻑하게 돌아가는 패스게임이 원활해 질 수 있다.

3쿼터 2분21초, 주희정과 김태술의 손을 거쳐 김준일에 연결된 골밑 슛은 매우 화려했다. 투 가드의 위력을 단적으로 드러난 예다. 또 하나, 준수한 외곽 능력을 지닌 임동섭과 수비와 2대2 공격이 좋은 이동엽을 번갈아 기용, 주전 라인업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이날 김태술은 19분을 뛰면서 9득점, 1어시스트,주희정은 21분26초를 뛰면서 10득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국가대표와의 연습 경기에서도 투 가드를 가동했다. 상대에 따라 투 가드를 쓸 생각이다. 김태술과 주희정의 호흡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보이진 않지만, 올 시즌 삼성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김태술과 주희정의 투 가드 시스템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플래툰 시스템의 효율성

KT의 에이스는 조성민이다. 하지만, 타 팀에 비해 포지션별로 확실한 선수는 없다. 대신 선수층은 매우 두터워졌다. 주전과 후보의 격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 FA로 풀린 천대현과 김종범을 잡으면서, 더욱 그렇다.

즉, 포지션별 경쟁구도를 극대화할 수 있고, 체력전을 펼칠 수 있는 '플래툰 시스템'을 구사할 수 있는 팀이다.

KT 조동현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플래툰 농구'를 염두에 두고 선수단을 운영했다. 비 시즌 지독한 체력훈련을 시키는 것도 여기에 대한 연장선상이다.

이 농구의 장점은 기복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철저한 체력전과 많이 뛰는 농구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승부처에서 확실한 득점루트가 부족한 약점이 생긴다.

결국, KT는 많은 움직임 속에서 패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사하느냐에 따라 팀 전력이 좌우될 수 있다. '디테일'의 극대화가 필요한 농구다.

포지션별로 보면 KT의 성적을 좌우할 포지션은 파워포워드와 포인트가드다.

이날, KT는 김현민과 민성주가 번갈아 센터 포지션을 소화했다. 여기에 이날 출전하진 않았지만 박철호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승현 함지훈 김종규 김준일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문제는 두 선수의 효율적 출전시간 배분과 함께 팀에 녹아드는 부분이다. 김현민은 리그 최고 수준의 운동능력, 민성주는 견실한 높이와 포스트 존재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현민은 팀 흐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고, 민성주의 경우 내외곽의 활동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런 약점을 보강해야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

전반전 민성주는 많은 찬스를 잡았다. 좋은 움직임으로 2대2 공격에서 득점 찬스를 맞았다. 그런데 세 차례 모두 왼손 레이업을 머뭇거렸다. 결국 모두 실패했다. 한 번은 블록슛을 당했다.

포지션의 존재감은 개인 기술이 많이 좌우한다. 양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약점은 치명적이다. 짧은 시간에 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보강할 필요가 있다.

김현민은 좋은 운동능력과 활동량에 비해 공수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쓸데없는 움직임으로 수비에서 허점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조동현 감독은 "상대에 따라 맞는 선수를 쓸 생각"이라고 했다. 개인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KT 입장에서 파워포워드 포지션은 매 경기 약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도는 좋은 자질을 지닌 포인트가드다. 여전히 강한 압박 수비능력과 1대1 공격이 있다. 하지만 포인트가드로서 볼 배분에는 문제가 있다. 지난 시즌에도 지적됐던 약점이다. 현 시점에서 이재도에게 정통 포인트가드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KT 입장에서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공격형 포인트가드로서 이재도는 매우 매력적이다. 팀의 패턴 옵션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틀 전 SK와 3차 연장을 치렀지만, KT는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조성민의 공백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결국 경기 막판 이현민의 속공 레이업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3대62로 승리, 4강에 진출했다.

KT는 김우람이 30분을 뛰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출전시간은 25분을 넘지 않았다. 플래툰 농구의 강점이 막판 뒷심으로 나타난 경기였다. 잠실학생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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