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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컸다, 이제 빨리 끝났으면..." 극장포로 전설이 된 소년장사, 이제 전인미답의 길로 향한다[인천 인터뷰]

박상경 기자

입력 2024-04-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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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컸다, 이제 빨리 끝났으면..." 극장포로 전설이 된 소년장사, …
◇사진제공=SSG 랜더스

[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SSG 랜더스 최정의 표정은 담담했다.



최정은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팀이 3-4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최정은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던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개)과 타이를 이뤘다.

극적인 순간 기회가 찾아왔다. SSG가 3-4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만난 투수는 올 시즌 등판한 8경기를 모두 세이브로 장식한 KIA 마무리 정해영. 최정은 3B1S에서 들어온 5구째 몸쪽 높은 코스의 147㎞ 직구를 그대로 걷어올렸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됐다.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 이어진 타석에서 에레디아의 안타에 이어 한유섬마저 우월 끝내기 투런포를 터뜨리며 SSG가 6대4로 승리, 최정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최정은 경기 후 "동점만 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 홈런으로 (동점이) 그렇게 돼 기분이 좋다"며 "첫 타석부터 부담이 많이 됐다. 타석에서 집중하지 못했다. 이상한 생각도 많이 들고 욕심도 내면서 어이없는 공에 손이 나가기도 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9회말 2사후에 타석에 들어가 마음은 좀 편했다. 그런데 유리한 카운트가 찾아왔고, 상대 투수가 자신 있어 하는 곳에 공을 던질 것을 예상하고 타이밍을 맞췄는데 홈런이 됐다"고 홈런 장면을 복기했다. 그러면서 "타이 기록에 너무나도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8회 2사후 안타와 볼넷이 기록으로 연결됐다. 고명준 이지영이 각각 안타, 볼넷을 얻어 9번 타자 김성현까지 기회가 이어졌다. 앞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최정에겐 9회말 마지막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최정은 "9회에 정해영과 만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찬스에서 걸렸다면 또 부담이 됐겠지만, 2사후라 마음 편하게, 과감하게 배트를 돌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계속 결과가 안나오다 (네 번째 타석이었던) 7회에 안타가 나왔다. 그때부터 마음이 좀 편해졌다. '그냥 오늘은 1안타, OK' 이런 느낌으로 만족한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그래서 결과가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05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2년차였던 2006시즌부터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써내려왔다. 이날 홈런으로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에도 한 개차로 다가섰다.

최정은 "처음엔 홈런 타자라고 의식하지 않았다. 제대로 홈런 메커니즘을 안건 2012년 당시 넥센 강윤구를 상대로 친 홈런부터였다"며 "이전까진 밀어서 홈런을 친다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중월로 넘겼다. 여지껏 쳐보지 못한 터치감을 느꼈고 '이거다' 싶어 그때부터 잘 유지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 1개의 홈런이 더해지면 최정은 누구도 걷지 못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최정은 "(타이 기록을 앞두고) 긴장감을 한 번 경험했으니 이제 됐다. 기록을 깬다기 보다 (주변의 관심을 받는)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웃은 뒤 "이제는 은퇴할 때까지 매년 두 자릿수 홈런만 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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